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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첼리스트 송민제

꾸밈없이 아름다운 송민제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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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관련해 연주 프로그램을 짜는 시리즈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빨강은 진취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색이잖아요. (201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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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전후로 국내 개봉한 <러브레터>와 <냉정과 열정 사이>는 순수했던 시절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 시공간을 채우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입니다. 오는 12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음악으로 영화의 감동을 되살리는 <러브레터 & 냉정과 열정 사이 시네마 콘서트>가 열리는데요. 인기 OST를 지휘자 안두현 씨가 이끄는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영화의 명장면과 함께 감상하는 낭만적인 무대입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지난해 다비드 포퍼 첼로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첼리스트 송민제 씨도 참여하는데요. 관객들과 좀 더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편안한 인터뷰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영화에서 받았던 감동을 무대에서 전해드리는 공연이에요. ‘잘 담아내야 할 텐데’라는 걱정도 있고, 한편으로 저희는 항상 클래식을 듣잖아요. 영화음악을 통해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재밌기도 해요.”




 

클래식 악기 연주자라고 하면 뭔가 진중하고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면이 있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송민제 씨를 관객들에게 편하게 소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큰 웃음과 함께 카페에 들어선 그는 무척이나 친근하게 이번 공연에 대해 알려줍니다.


“저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타이틀곡과 ‘Keep Your Finger Cross’를 연주해요. 오케스트라 편성이지만 단편적인 모습부터 풍부한 모습까지 나올 수 있게 편곡이 된 것 같아요. 최근에 영화를 봤는데 잔상이 너무 강해서 아침이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곡도 좋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에서 잘 녹여내야 할 텐데... 제가 충분히 느끼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통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때와 차이가 있나요?


“아무래도 클래식 곡은 20~30분 긴 시간을 연주하잖아요. 악장이 나뉘어 있지만 한 곡이라 생각하고 연주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2~3분 안에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감정을 다 표현해야 해서 좀 더 응축된 감정이 나올 것 같아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는 ‘첼로’가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왜 첼로일까요(웃음)?


“글쎄요, 첼로는 비올라와 더불어 중립적인 악기라고 생각해요. 저음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고음역대까지 소활할 수 있는 악기예요. 그런 면에서 따뜻한 소리와 차가운 반전 매력을 줄 수 있는 가장 극대화된 악기가 아닐까 싶어요.”

 

 

송민제 씨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첼리스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주를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난해 헝가리에서 열린 다비드 포퍼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는데, 지난 1년은 변화가 있었겠죠?


“아무래도 많은 연주 기회가 있었죠. 그런데 포퍼가 대중적인 작곡가는 아니잖아요. 바이올린에 파가니니, 피아노에 리스트가 있다면 포퍼도 첼로에서 그런 인재가 될 만한 작곡가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아름답고 좋은 곡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포퍼 콩쿠르 우승자이다 보니 포퍼의 곡을 많이 연주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기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어떻게 지내세요?


“한예종 독주자 과정(석사) 재학 중이에요. 학과 공부하고 독일어 공부하고. 악기 연주뿐 아니라 곡의 배경을 공부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작곡가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데, 작곡가와 곡에 대한 충분한 공부를 바탕으로 저만의 개성과 스토리를 얹는 게 목표라서 요즘은 악기 연습하는 시간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음악이 작곡가의 모국어에서 받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언어도 공부해야 하고요.”

 

그러게요, 아직 20대 초반의 학생이시죠. 문득 요즘 클래식 전공하는 분들은 현실과 괴리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또래는 대부분 힙합과 게임을 좋아하지 않나요(웃음)?


“저도 게임 좋아해요(웃음).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에 익숙해서, 클래식도 신나는 게 많고,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첼로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첼로를 하면 할수록 변화되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 성격도 급하고 인내심이 없는 편인데, 첼로는 우직하고 편안하고 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악기거든요. 제 성격과는 반대라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습관도 길러지고 많이 배우게 됐죠.”

 

요즘 가장 마음이 가는 작곡가와 곡은 어떤 건가요?


“좋아하던 작곡가는 아닌데, 지금은 베토벤이 가장 끌려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사람이 느꼈던 감정의 덩어리들, 눈물들이 음표에서 드러나는 게 보이더라고요.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을 받은 적은 있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는데, 현악4중주 중에 작품번호 130번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5번째 악장이 느린데, 악보에 정말 눈물 자국이 있다는 말도 있어요. 이미 귀가 먹고, 거의 죽음을 앞둔 상태였는데 악기를 통해 울부짖지 않았나. ‘내가 이 곡들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베토벤도 그렇지만 많은 음악가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아서 그 음악이 더 감동을 준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비슷한 경험 없이 그 감성을 표현하기는 무척 힘들 것 같습니다.


“경험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돼요. 쇼팽도 많이 아팠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작곡가인데, 다들 쇼팽을 연습할 때면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연습만 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더라고요(웃음). 작곡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건 연주자의 몫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어리지만, 악기를 배우는 과정이 마냥 평탄치는 않았어요.”

 

클래식을 이른바 고급문화라고 멀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도 ‘마냥 평탄한’ 사람들이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텐데요. 힘들게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마냥 한탄할 수만은 없더라고요.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저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공부했는데, 어렵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마음이 부유한 사람이 돼서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리고 관련 장학제도는 많은데, 정말 지원이 필요한 친구에게는 미치지 못하기도 해요. 이미 입지가 탄탄한 분들보다는 그 장학금이 없으면 공부를 할 수 없는 친구들에게 지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짧은 인터뷰지만 첼로라는 악기와 참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어떤 연주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나요?


“꾸밈없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어요. 인품에서도 음악에서도 묻어나오는, 겸손하지만 깊이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고요. 수수하게 무대에 섰지만 묵직한 무게로 다가올 수 있는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또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똑똑한 연주자가 되고 싶고요.”

 

그런 연주자가 됐을 때 구현해 보고 싶은 무대도 있을 텐데요.


“색과 관련해 연주 프로그램을 짜는 시리즈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빨강은 진취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색이잖아요. 작곡가의 일생에 있어서도 도약이 많고 성장기에 있었던 곡을 연주할 테고, 파랑은 슬픔을 많이들 연상하니까 작곡가의 아픔과 쓰라림을 표현하는 곡을 연주하는 거죠. 우선 내년 1월 리사이틀이 있는데, 전 세계를 아우르는 곡들로 구성해보고 있어요. 독일, 미국, 러시아, 프랑스를 아우르는 곡인데, 많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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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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