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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 거장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폴 매카트니 『Egypt Station』
거장의 귀환이다. 널을 뛰는 사운드의 폭격이나 감정의 혈투 없이도 마음을 사로잡는 음반이다. (2018. 10. 04)
거장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비틀스 기준 벌써 올해로 데뷔 56주년을 맞이한 이 원로, 원조, 천재 뮤지션에게 정체란 없다. 지난 정규음반을 끝으로 5년 만에 들고나온 신보는 최초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데뷔했으며 이는 개인 통산 8번째 정상 등정이다. 뿐만 아니다. 16개 트랙에 각각 다른 여행지의 분위기를 전달하려 했다는 그의 말처럼 2개의 짧은 인터루드를 제외한 14개의 음악 놀이동산은 자그마치 전 세계 9개 차트 톱 10에 진입한다. 따라 갈래야 따라갈 수 없는 엄청난 노익장의 저력이다.
신보는 여기에 따라 할 수 없는 거장의 품격까지 더한다. 각 수록곡은 기존 폴 매카트니의 작법, 성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타이틀 「I don’t know」는 폴스러운 대중적 선율을 담은 따뜻한 곡이며. 「Come on to me」는 윙스 시절이 연상되는 경쾌한 로큰롤의 사랑 노래다. 「People want peace」는 늘 그랬든 평화를 속삭이고 후반부의 「Despite repeated warnings」 「Hunt you down/Naked/C-link」는 폴의 특기인 메들리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이 익숙한 만남 안에서 또다시 엄지를 치켜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이 모든 과정이 진부하거나 그저 그런 평범함으로 끝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선율은 그 어떤 음도 흐지부지되지 않는다. 한 음, 한 음, 강하게 눌러 직선적으로 힘을 싣고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피아노 반주와 어쿠스틱 기타로 잔잔하게 시작하여 돌연 미드 템포 비트와 푸근한 보컬 톤으로 황홀경을 선사하는 「I don’t know」를 들어 보자. 이건 폴 매카트니가 아니면 지어낼 수 없는 노스탤지어다. 이러한 자신감은 쉬운 멜로디를 일렉트릭 기타, 혼 섹션으로 확장해가며 반복하고, 본 공연 후 커튼콜 포인트까지 제대로 잡아내는 「Come on to me」 역시 마찬가지다.
센스 있는 사운드의 활용이 잇달아 이어진다. 「Apologize」로 유명한 미국 밴드 원 리퍼블릭의 리더이자 비욘세, 마룬 5, 아델 등과 협업하여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젊은 뮤지션 라이언 테더가 힘을 보텐 「Fuh you」는 다층의 코러스와 현악기, 베이스가 완성도 있게 묶여 단단함을 만들어내고 비장미 가득한 「Hand in hand」는 플롯으로, 「Dominoes」는 잘 들리는 선율과 어쿠스틱 기타 사이 교묘하게 사이키델릭 요소를 섞어 맛을 낸다. 재지한 「Back in brazil」은 또 어떤가. 몽롱한 신시사이저에 플롯, 실로폰 등의 효과음을 섞어 2013년 브라질 콘서트의 열기를 재현해낸다.
어떻게 보면 지난 정규 작 <New>보다 한층 젊고 튼튼한 앨범형 음반이다. 요즘 음악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클래식한 사운드, 즉 플롯, 실로폰, 입으로 내는 효과음. 혼 섹션을 풀어냈으나 이를 유려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유려한 선율로 잡아냈으며 더욱이 「Station II」의 끝을「Hunt you down/Naked/C-link」의 시작과 연결하는 식으로 음반의 연속성까지 꿰어냈다. 젊어진 건 또 있다. 「Caesar rock」의 록킹한 보컬 창법은 젊은 날의 폴 매카트니를 소환한다. 또한 「Despite repeated warnings」를 통해 트럼프를 꼬집고 「Happy with you」를 통해 여전히 맑은 감성을 드러내며 시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품어낸다. 다시 말해 거장의 귀환이다. 널을 뛰는 사운드의 폭격이나 감정의 혈투 없이도 마음을 사로잡는 음반이다.
관련태그: 폴 매카트니, Egypt Station, Come on to me, Fuh you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