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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의 눈빛 : 욕망을 향해 꺼지지 않는 불꽃
사랑받고, 사랑하고, 승리하고 싶은 에너지의 향연
사랑받고 싶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잘 하고 싶고, 무엇보다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민채린을 연기하는 이유리의 눈빛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화면 위에서 이글거린다. (2018.09.17)
MBC <숨바꼭질>을 보다 보면 전성기의 성룡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밀려온다. 고난이도 아크로바틱 액션을 구사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룡이 주연인 영화는 결국 모든 줄거리가 오로지 성룡의 액션을 정당화하기 위해 짜여 있다. 가끔 개연성에 빈 칸이 생기거나 스토리 전개가 허술해도 관객들이 크게 실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직 한 가지였다. 어쨌거나 화면 위에서 성룡이 끝내주는 액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숨바꼭질>도 비슷하다. 방영 첫 주에 모든 걸 거는 최근의 방송가 트렌드를 감안하더라도, <숨바꼭질>의 첫 주는 가히 이유리 종합 선물세트와 다름없었다. 우리는 <숨바꼭질> 첫 주 방영분 2시간 동안 웃는 이유리, 우는 이유리, 화내는 이유리, 싸우는 이유리, 폭탄주를 마는 이유리, 소화기를 휘두르며 상대를 제압하는 이유리, 폐쇄형 정신병동에 갇힌 이유리, 술 먹고 주정하는 이유리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숨바꼭질>에서 허술한 대목을 찾자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 모든 단점은 이유리의 폭발적인 퍼포먼스에 가려진다. 성룡 영화의 개연성은 성룡이듯, <숨바꼭질>의 개연성은 이유리인 셈이다.
이유리가 자신이 맡은 인물 민채린을 해석하는 방식은 사뭇 흥미롭다. “친딸이 누렸어야 할 인생을 대신 누리고 있는 입양아”라는 인물 설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유리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줬던 전설적인 배역인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유리는 딱 잘라 민채린이 악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유리는 민채린을 “사랑과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로 해석하며 “그냥 편안하게 살아도 될 텐데 자기 삶에 주어진 것 이상으로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인물”이라 말한다. 돌이켜보면 그가 지난 몇 년간 선보였던 캐릭터들이 다 그랬다. KBS <아버지가 이상해>의 변혜영은 제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가족이든 남자친구의 어머니든 상관 없이 고개를 들어 맞서는 당당함으로 무장한 사람이었고, MBC <반짝반짝 빛나는>의 황금란 또한 응당 자신의 것이었어야 할 삶을 쟁취하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사람이었다. 연민청처럼 악행을 저지르든, 변혜영처럼 사리분별을 따져가며 싸워내든. 이유리는 원하는 것 앞에서라면 체념하는 일 없이 끝까지 돌진하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세상은 제 욕망에 충실한 여성을 ‘악녀’라 레이블링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유리는 그걸 “열정과 에너지”라고 읽는다.
매주 한 차례 두 시간씩 이유리를 만나고 나면 눈이 얼얼하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욕망을 향해 돌진하는 이유리의 눈빛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잘 하고 싶고, 무엇보다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민채린을 연기하는 이유리의 눈빛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화면 위에서 이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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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