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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워서 소중한 것들

누군가의 디테일에 반하게 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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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동과 말이 누군가를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반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나만 발견한 것 같은 그의 디테일함이 크게 다가올 때. (2018.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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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가만히 사람들을 관찰하면 저마다 습관들이 있다. 누군가는 수영을 하는 도중에 자꾸만 멈추며 다른 이들은 무얼 하나 관찰하고, 어떤 이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뱉어내고 있고, 또 누구는 숨을 참고 전진하는 데에만 몰두하며 강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나의 고집은 오기로 인한 것인데, 되도록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수영을 두고, 자아가 통제할 수 없는 정신의 일부인 감정과 무의식의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수영장에서 보이는 작은 습관으로도 우리의 무의식이 표현되는 걸까.

 

누군가의 이런 사사로운 고집이나 버릇들을 관찰하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아니, 사실 관찰하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이런 누군가의 행동들이 내 뇌리에는 박혀있다. 어떤 이는 이런 나를 두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고,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포장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사사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와 신경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파악하는 데에 나의 이런 사사로운 시야가 도움이 되기도 해서 나는 이런 나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

 

자기 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이 좋다. 가령 버스를 탈 때 노선에 따라 오른쪽에 앉는 걸 선호한다든가 하는 자신의 틀 안에서만 피우는 고집. 혹은 배게를 베고 자는 방향이 정해져 있어서 무심코 다른 쪽을 베었을 때 잘못됨을 알아차리고는 방향을 제대로 바꾼다거나 하는, 매일매일 어길 수 없는 규칙. 또는 라면을 끓일 때 물이 끓기 전에 건더기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한다거나 하는, 딱히 이유 없이 정해져 있는 사소한 순서.
- 임진아, 책 『빵 고르듯 살고 싶다』 47쪽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니, 누군가의 ‘디테일’로 다른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곤 한다. 가령 스타일엔 관심 없어 보이던 사람이 특이한 양말로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거나, 어떤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나 행동이 변화한다거나 하는. 혹은 다른 이의 기분이나 상태를 빠르게 감지하고 그에 맞는 물건을 슬쩍 건넨다거나.

다르게 말하면 센스라고 할 수도 있는 누군가의 이런 디테일을 발견 할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의 다른 모습을 나만이 발견한 것 같은 애틋함이 생긴달까. 가만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서는 모두 이런 디테일들을 적어도 하나씩은 발견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나도 그런 센스를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부던한 노력을 하려 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서로를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디테일들이 꼭 있다. 각종 드라마에서 상대를 이성으로 보기 시작하는 때 중 하나가 바로 무심한 듯했던 누군가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자신을 챙겨주는 때! (이래서 늘 잘 대해 주는 사람은 당연히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는 쉽게 상처 받나보다.) 나만이 발견한 것 같은 그의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노라면 그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항상 센스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천성이 세심하지 않은 이상 쉬이 챙길 수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보여준 사소한 행동이 계기가 되어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이 늘어놓게 되는 게 아닐까.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고집은 고요하다. 고집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도 잘 맞는다면 슬며시 동참한다. 작업실에는 주스나 요플레를 먹고 나면 꼭 물로 헹구고 재활용 통에 넣기 전에 부엌 창문 앞에 놓아 물기를 바짝 말리는 사람이 있다. 반나절 동안 말린 후 재활용 통에 넣는 모습이 꽤 감명 깊어서, 비타민 음료를 먹은 후에 물로 헹궈 같은 자리에 올려두었다. '그 고집에 동참합니다.' 기왕이면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고집이라는 단어는 딱딱한 줄만 알았는데, 나의 선호로부터 생긴 고집들은 말랑말랑하게만 느껴진다.
- 임진아, 책 『빵 고르듯 살고 싶다』  50쪽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지독했다. 지독스럽게 더웠고, 지독스럽게 힘든 일들만 터졌고, 그로 인해 내 몸도 마음도 지독스레 아팠다. 이 여름의 여파로 내겐 아직까지 장염과 피로가 쌓여 있고, 체질도 변해버려 음식을 가려 먹게 되었다. 주변인들의 가족, 지인들이 자꾸만 아파오던 여름이었다. 나도 함께 신경을 써서였는지, 우울이 나를 삼켜버린 날들이 잦았고, 사람들을 만나길 좋아하던 내가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았다. 사실 그게 더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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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나는 또 내 얘기를 하지 않으면 혼자 답답해해서, ‘징징대기도’ 하는 나쁜 습성이 있다. 이런 나의 자잘한 말들도 다 들어주는 이들이 있어서, 그리고 이런 나를 신경 써 주고 걱정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힘들었던 여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정말 지치던 날에 내 가방에 넣어둔 자그마한 쪽지, 연락이 없던 내게 별 일 없는 거냐며 먼저 물어보는 것, 배가 아픈 내가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골라주는 것.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런 행동들은 내게 큰 위로가 되어서, 내가 버거워질 때마다 이때의 고마움들을 꺼내어 볼 수 있게도 만든다.

 

그런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에게는 나도 저절로 마음이 동해서 더 챙겨주고 잘 해주고 싶어진다. 나의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를 관찰하기 좋아하는 습성으로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기억해둔다. (사실 어떤 때는 내가 너무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것 같아 민망해져서, 모른 척 하는 때도 있다.) 그들에게 내가 기억한 습성과 기호가 언젠가는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

 

곁에 오래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먹을 때 좋아하는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요즘 기분은 어떤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하나 신경 쓰고 살기에도 버거운 우리네 삶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다른 이의 소소한 습성들을 기억하고 신경쓰고 있음을 그도 알게 된다면, 왠지 모를 고마움과 애틋함이 절로 생겨나지 않을까!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간직할수록 우리가 꺼내어 볼 서로의 행복도 많아질 거라고 믿는다. 항상 바쁘고 지친 우리겠지만, 그래서 더 필요한 잊혀지는 것들을 다시 꺼내어보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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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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