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잘 만든 1집이 부담이었을까. 뉴웨이브와 신스팝의 에센스를 담아내 호평을 받았던 데뷔 앨범 <In A Tidal Wave Of Mystery> 이후 캐피탈 시티스의 소포모어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2014년 케이티 페리의 <Prismatic> 월드 투어 중 북미 공연의 오프닝을 맡았다는 뉴스 외에는 이들의 이름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에 들어온 신보 역시 EP 형태다. 4년의 갈증을 해갈하기엔 성에 차지 않는 볼륨이다.
소박한 규모에 김샌 마음을 고품질의 수록 곡이 위로한다. 첫 곡 「Swimming pool summer」부터 기억 속 밴드 모습 그대로다. 댄서블 비트와 은은한 신시사이저 뼈대에 일렉트릭 기타와 혼, 스트링 세션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모든 소리 요소가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조화를 이룬다. 뒤이어 보컬 샘플을 활용한 선명한 훅이 인상적인 「Drop everything」, 편안한 사운드에 대화식 가사를 배치해 재미를 추구한 「Girl friday」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만듦새는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매끄럽다.
앨범은 그저 과거 유산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데뷔작과 궤를 같이한다. 밴드는 1970년대 말의 포스트 펑크 기조와 직후의 뉴웨이브, 신스팝 흐름에 그들만의 해석을 곁들였다. 악기 소스에 변화를 주거나 구성 면에서 현대적 터치를 가하는 식이다. 이렇게 확립한 음악적 개성은 쉽고 또렷하게 들어오는 멜로디가 있어 더욱 빛난다. 레트로와 모던 사이의 근사한 절충! 팀은 오랜 침묵 끝에 개운한 기지개를 켜며 본격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관련태그: 캐피탈 시티스, Swimming Pool Summer, Girl friday, Drop everything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