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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지창욱, 강하늘, 성규와 함께 하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제 7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뜨거운 청춘들도 군에 있는 장병들인 만큼 이번에 무대에 서는 장병들이 작품에 등장하는 또래 청년들의 감정을 잘 녹여내 젊고 생기 있는 뮤지컬이 될 것이다. (2018. 08. 16)
군 복무 중인 배우 지창욱과 강하늘, 인피니트의 성규가 한 무대에 선다. 군 밖이라면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든 이들을 같은 무대로 모은 건 창작뮤지컬 <신흥무관학교> . 제7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육군이 기획하고 공연제작사 쇼노트,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한 작품이다. 항일 독립 전쟁의 선봉에 섰던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일제에 항거하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립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로, 상병 지창욱과 상병 강하늘, 이등병 김성규를 필두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장병들, 이정열, 이태은, 임찬민 총 39명의 배우가 참여한다. 다음 달 개막을 앞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가 지난 8월 14일 서울 육군회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관객들이 가장 궁금할 내용을 제작발표회에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Q&A로 엮어봤다.
일단 신흥무관학교란?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부터 1920년까지 약 3,500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교육 기관이다. 항일비밀조직인 신민회는 1910년 경술국치로 국권을 상실하자 국외 독립군 기지 장소를 확정 짓고, 대일 무장투쟁을 공식 노선으로 채택한다. 이상룡, 이회영 등 신분과 재산을 내려놓은 민족운동가들은 압록강을 건너 길림성 유하현 삼원포에 자리를 잡고 신민회 사람들과 민족을 구할 인재를 기르고자 학교를 세운다. 새로 나라를 일으키자는 뜻에서 ‘신흥(新興)강습소’라 불렀다. 군사훈련과 함께 국어, 국사, 지리 등을 교육했으며, 이후 신흥중학을 거쳐 ‘신흥무관학교’로 발전했다. 일제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1920년 8월 폐교됐으나 척박한 만주 땅에서 10년간 3천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들은 당시 항일 독립 전쟁의 선봉에 섰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의 작품 주제는 국군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독립군, 광복군에 이어 국군으로 계승된 ‘조국을 지킨다’는 의지는 국군 정신의 총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군에서 뮤지컬도 제작하나?
창군 이래 최초로 군에서 제작한 뮤지컬은 2008년 제6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한 <MINE>이다. 군사 용어로 지뢰를 뜻하는 <MINE>은 지난 2000년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중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군인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강타와 양동근 외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육군 장병 40여 명이 참여했다. 두 번째 뮤지컬은 2010년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제작한 <생명의 항해>.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이준기, 주지훈, 김다현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또 2012년에는 6.25전쟁 때 낙동강 전투를 소재로 다룬 뮤지컬 <The Promise>에 역시 군인이었던 이특, 지현우, 김무열이 출연했다.
창작진은 작품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김동연 연출 : <신흥무관학교> 가 뮤지컬 작품으로서 얼마나 흥미와 감동이 있는가에 주목했다. 역사를 살려낸 이야기이지만 다큐멘터리나 너무 무겁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이야기로, 캐릭터 역시 무대에서 봤을 때 매력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신흥무관학교> 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청춘들인데, 우리나라의 가장 뜨거운 청춘들도 군에 있는 장병들인 만큼 이번에 무대에 서는 장병들이 작품에 등장하는 또래 청년들의 감정을 잘 녹여내 젊고 생기 있는 뮤지컬이 될 것이다.
작/작사 이희준 : 신흥무관학교를 거쳐한 분들이 3~4천 명이라고 하는데, 이분들을 무대 위로 살려낸다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을까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또 가볍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불굴의 정신뿐 아니라 부대끼며 살았을 일상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
작곡/음악감독 박정아 : 대한제국 군대 해산에 대한 시위 장면에 등장하는 7분이 넘는 오프닝 곡 ‘죽어도 죽지 않는다’와 독립에 대한 희망과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의 결의를 느낄 수 있는 넘버 ‘가난한 유서’ 등을 중심으로 고뇌와 에너지 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지창욱, 강하늘, 성규가 맡은 인물 및 소감은?
지창욱 : 대본을 떠나 의미 있고 뜻깊은 작품이다. 국권 침탈에 항거해 자결한 유생의 아들이자 신흥무관학교의 뛰어난 학생인 동규라는 인물인데, 내적인 갈등을 어느 정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강하늘 : 작품 할 때마다 각오는 ‘즐겁게 하자’인데 이 작품은 많은 분들과 그럴 수 있겠더라. 이회영 선생의 머슴으로 장면 곳곳에 등장하는 팔도라는 인물을 맡았는데, 신흥무관학교에서 훌륭한 독립군으로 성장한다. 유쾌하면서도 자기만의 마음앓이가 있는 캐릭터다. 뮤지컬은 <어쌔신>, 연극은 <해롤드 & 모드>가 마지막이었다. 무대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작품을 잘 만나지 못했는데, 군대에서 무대를 만나게 되고 좋은 선후배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게 돼서 기쁘다.
성규 : 일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간 장군 지청천 역을 연기한다. 지금 나는 이등병이지만(2주 뒤에 일병이 된다.) 지청천은 한국독립군 총사령관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엄청난 열망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드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TV나 공연장에서 봤던 선배님들을 무대에서 만나 뵙게 돼 영광이다.
그나저나 군대는 계급 사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은 없었을까?
지창욱, 강하늘, 성규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자.
공연 기간이 너무 짧은데?
대관 문제로 서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9월 9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된다. 하지만 이후 연말까지 전국 투어가 50회 이상 예정돼 있다. 공연 때마다 현역 군인들에게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모든 군인이 공연장에 와서 관람할 수는 없는 만큼 DVD로 제작해 군 내에서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내년이 삼일운동 100주년인 만큼 다시 공연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