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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인터뷰] 『사진관집 상구』
<월간 채널예스> 2018년 8월호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구 아버지는 셔터를 눌렀어요. 흑백 사진만 보던 시절, 오일 물감으로 완성된 컬러 사진. 궁금하지 않으세요? (2018. 08. 02)
상구 아버지의 네모난 사진기에는 매일 매일 동네 사람들의 일상과 아이들 모습으로 가득 찹니다.
금강 변 둑으로 들로 사진을 찍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 자연의 변화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빛과 마음을 사진에 담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지요. 사진을 찍을 때나 사진 약품 냄새 나는 암실에서도 아버지의 사진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사각밧드 인화액에 하얀 인화지를 담그면 마술처럼 나타나는 흑백사진을 보는 게 즐거워 밤 늦도록 아버지 곁을 따라 다녔습니다. 꼬마 상구는 젖은 사진을 줄에 매다는 일을 도우며 아버지가 불러주는 “어이 꼬마 조수!”라는 말에 신이 났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놀러 오면 상구 아버지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공작 꼬리를 펴게 하고 뿔닭이랑 공작 비둘기를 동네 아이들에게 보여주곤 했습니다. 마치 웃장터에 펼쳐지는 천막 서커스 아저씨처럼요. 아이들을 좋아하던 장난 끼 많은 아버지는 동네에 처음 나온 홍길동 만화가 그려 있는 두툼한 풍선껌을 사와 나누어 주셨어요. 아이들은 풍선껌에서 달콤한 물이 빠지고 나면 풍선을 크게 크게 불다가 코에 달싹 달라붙곤 했지요. 순간, “찰칵” 소리가 나면 네모난 사진기 속으로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모습이 어느새 쏘옥 들어가 있습니다.
빛 바랜 사진 속, 사진관 배경에는 멋진 그림이 그려 있습니다. 마치 바다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요. 배경 그림 앞에서 상구 아버지의 셔터 소리에 맞춰 동네 어르신도 아이들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답니다. 사진관 안에서는 상구 키 보다 큰 목제 사진기로 사진을 찍었고, 동네 잔치 집 출사를 갈 때는 손쉽게 접었다 폈다 하는 주름사진기를 가지고 다녔지요. 검은 천을 뒤집어 쓸 때마다 어린 상구에게는 아버지가 멋진 마술사 같아 보였어요. 하나, 두울, 셋, 찰칵! 고무공을 누르면 사람들의 추억이 찍혀 나왔지요.
볕 좋은 가을이면 상구네 집은 겨울을 나기 위해 문풍지를 바르지요. 막내 동생이 새로 바른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얼굴까지 내밀며 놀다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구 아버지는 셔터를 눌렀어요. 흑백 사진만 보던 시절, 상구 아버지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오일 물감으로 칠해 컬러 사진으로 만들었지요. 사진에 채색을 할 때마다 상구는 손가락 끝으로 물감을 찍어 인화하다 버린 사진에 아버지를 흉내 내며 색칠을 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지요. 울보 동생의 색동저고리가 아버지의 손끝에서 천연색으로 살아나는 게 신기하기만 했어요. 상구 아버지의 채색 된 사진 속에는 사진가의 감성과 마음이 색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유애로> 글,그림/<유석영> 사진10,800원(10% + 5%)
책을 집어 들면 커다란 카메라가 불쑥 다가온다. 위아래로 렌즈가 둘 달린 고풍스런 필름 카메라다. 그 옆에서 아이가 사진을 매달고 있다. 암실에서 현상한 사진을 줄에 걸어 말리는 모습은 필름 카메라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책을 펼치면 흑백사진이 담긴 낡은 상자가 보인다. 누군가 조그맣게 탄성을 지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