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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 스미스, 로린 힐과 에리카 바두의 후손
조자 스미스(Jorja Smith) 『Lost & Found』
재해석의 교본 같은 앨범이다.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 (2018. 06. 27)
조자 스미스는 방년 18세의 나이에 「Blue light」를 발표하자마자 순식간에 드레이크와 손을 잡았다. <More life>에 등장하는 「Jorja Interlude」의 「Jorja」가 바로 이 신예 아티스트의 이름이다. 드레이크와 브루노 마스의 투어를 서포트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사운드 오브 2017(음반 산업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의 투표로 그 해 주목할 만한 신인을 뽑는 BBC 주관의 리스트)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열린 브릿 어워즈에서 크리틱스 초이스 부문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이 신진 싱어송라이터의 다듬어지지 않은 날 선 목소리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Frank>를 인생 작품으로 꼽았다던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정식 활동의 신호탄인 「Blue lights」는 영국 출신 래퍼 디지 라스칼의 2007년 작품 <Maths English> 리드 싱글인 「Sirens」를 샘플링 한 곡으로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이렌 효과음과 음울한 멜로디, 로린 힐과 에리카 바두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조자 스미스 특유의 보컬 스타일이 어우러진 랩 송이다. 미디어가 생산한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의한 경찰 총격 사건 그리고 99%를 지배하는 1%의 욕심을 건조한 목소리로 비난하는 「Lifeboats (freestyle)」 속 부조리한 현실이 「Blue lights」 한 곡에 모두 담겨있다.
이처럼 음반에는 의외로 앨리샤 키스의 「Fallin」이나 에이미 와인하우스 스타일의 재지한 트랙이 드물다. 1990년대 여성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힙합 기반의 네오 소울 흐름에 무게를 둔 <Lost & Found>는 타이틀과 동명의 곡 「Lost & found」와 낡은 전축을 돌리는 듯한 지글거리는 로-파이 효과로 복고적인 멋을 한껏 낸 「Teenage fantasy」를 청사진 삼는다.
그의 역량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블랙 팬서> 삽입곡 「I am」에 이어 아프리칸 퍼커션과 신비로운 전자음이 다시금 와칸다의 부흥을 기원하게 만드는 「On your own」과 부족의 리듬에서 들리는 청량한 대나무 소리, 화려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 편성이 영화 <마지막 황제> OST를 작곡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상상력을 본뜬 듯한 「The one」의 시네마틱한 순간은 조자 스미스가 구축한 또 다른 영역이다. 「Wandering romance」까지 이어지는 각기 다른 세 편의 트립 합 옴니버스는 조자 스미스가 네오 소울의 전통성에서 자신의 음악적 근거를 찾는 작업에 안주하지 않고, 그 외연을 확장했다는 방증이다.
조자 스미스의 내공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실험적인 장르에 도전하고 성숙한 가사를 뒷받침하는 복고적인 음악을 추종하면서도 그의 음악은 어렵지 않다. 코드 워크는 팝의 문법 안에서 진행되어 누구라도 마땅히 흥얼거려야 할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변곡점이 없는 노래의 경우에는 반복적인 구간을 배치해 몰입을 유도한다.
쉬운 편곡과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요즈음의 소리들은 <Lost & Found>가 결코 현재와 동떨어진 작품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하우스 리듬을 바탕으로 한 「Where did I go?」나 사운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퍼진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진보적인 사운드-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조합이 대다수다-를 고스란히 반영한 「February 3rd」의 뱃머리는 확실히 지금을 향해있다. 놀랍게도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렸지만 사운드는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재해석의 교본 같은 앨범이다.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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