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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김소영, 책을 향한 좋은 편견

<월간 채널예스> 2018년 6월호 『진작 할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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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운영하면서 생긴 소망이라면, 너무 특별한 날에만 책방을 가는 게 아니면 좋겠다는 거예요. 당연하게 책을 보고, 당연하게 책을 사면 좋겠어요. (2018.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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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방송으로 바빴던 시절에는 한 번도 내려가본 일이 없던, 사내 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출판사별 세계문학전집을 섭렵하는 시간을 지나 방송 출연 금지 1년을 두 달쯤 남겨두었던 어느 날, 김소영은 ‘MBC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조용히 버렸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될 텐데 왜 그래’라는 말을 숱하게 들은 후였다.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안고 일본으로 책방 여행을 떠났다. 인생이 어떻게 풀려가든 그 길에서 행복을 찾고 싶었고, 2017년 11월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당인리 책 발전소’를 열었다. 김소영의 첫 에세이 『진작 할 걸 그랬어』 에 숨겨진 주어를 찾아본다면 퇴사도 책방도 아닌, ‘고민’이다. 짙은 메이크업 대신 쾌쾌한 책 먼지를 마주하고 사는 요즘. 김소영은 ‘삑, 삐빅’ 신용카드 단말기 환청을 들어가며 하루 종일 계산하는 꿈, 손님이 하나도 오지 않아 두려워하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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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책을 보는 일상

 

출간 보름 만에 10쇄를 찍었다고요. 기분이 어떤가요?

 

많이 얼떨떨해요. 전문작가가 아니니까 큰 기대는 안 하시겠지, 엉망이라는 소리만 안 들으면 좋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요. 좋은 반응이 어색하면서도 기분은 좋아요. 우선 궁금해 해주시는 거니까요.

 

방송인 김소영의 사적인 에세이를 예상한 독자들이 많더라고요. 책방을 주제로 한 책이라는 걸 모르고 읽었다는 리뷰를 많이 봤어요.


비슷한 반응이 많아요. 왜 퇴사, 창업, 책방에 관한 이야기를 썼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책이 나오자마자 인스타그램에서 독후감을 받는 이벤트를 했는데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요. 제가 선택한 또 다른 삶을 응원해주시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어요.

 

책은 언제부터 썼나요?


작년 가을에 제안을 받고 쓰기 시작했어요. 책방을 열기 전에도 SNS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어서출판사에서 종종 연락이 오곤 했는데요. 내가 무슨 책을 쓸 수 있을지가 여전히 의문이었어요. 그렇게 망설이던 찰나에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책방을 열어야겠다고 결정했고, 이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퇴사 후 1년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책방을 열게 됐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책방 이야기가 중심이 됐어요.

 

솔직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퇴사를 하기까지의 마음, 결혼하기까지의 과정도 털어놓았어요.


‘이 내용은 꼭 쓰자’라는 건 없었는데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글의 톤이 굉장히 진지하고 무거웠어요. 가볍게 쓸 수 없다는 부담감이 있었는지, 초고를 완성하고 보니 너무 엄숙한 느낌인 거예요. 어깨에 힘을 더 빼야겠다고 느껴서, 퇴고를 많이 했어요. 요즘 잘 팔리는 책들을 보면 확실히 텍스트가 많지 않은데요. 그렇다고 텍스트가 적은 책을 쓰고 싶진 않았어요. 조금 지루하더라도 글을 풍부하고 담고 싶고 싶었어요. 다행히 책방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비교적 편하게 읽어주신 것 같아요.

 

프롤로그 제목이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자’예요.


계속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같은 날은 메이크업을 하지만 평소엔 정말 많이 달라요. 책을 옮기려면 편한 복장은 필수고요. 손님들이 가엾게 여길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닌 날이 믾아요. (웃음)

 

“스물네 살 때부터 방송국이라는 좁은 세계 안에만 있던 나는 세상일을 아무것도 몰랐다”(310쪽)고 했어요.


창업 계획을 짤 때만해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공사 일정이 진행되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창업이라는 게 명쾌하게 몇 줄로 정리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우리나라에도 몇 년 사이 동네 책방이 정말 많이 생겼잖아요. 하지만 새로 문을 여는 속도만큼 폐업을 신고하는 책방도 적지 않아요. 서점 일 자체는 보람되고 순간순간 행복을 주지만, 그 행복이 수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책방을 여는 데까지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책방을 지속하는 일은 더더욱 만만치 않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어요.

 

책방 주인, 저자가 된 후로 책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려졌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요. 예전에는 그냥 평범한 독자로 책이 좋아서 책을 읽었을 뿐인데요. 요즘은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 애쓴 사람들, 파는 서점, 읽는 독자 등을 생각해요. 저희 책방에 오는 분을 보면, 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책을 추천해달라는 분들도 많고요. 지금까지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도 많고, 선물용 책을 사려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생긴 소망이라면, 너무 특별한 날에만 책방을 가는 게 아니면 좋겠다는 거예요. 당연하게 책을 보고, 당연하게 책을 사면 좋겠어요.

 

책 속 부록으로 100권의 추천 도서 리스트를 넣었어요. 각각의 주제가 재밌더라고요. “영감과 상상력, 문장과 이야기, 인간과 삶, 세상을 읽다.”


추천 리스트가 생각보다 빨리 취합됐어요. 꼭 넣고 싶어서 체크해놓은 책도 있고, 나중에 생각나서 추가한 책도 있어요. 책 추천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상대를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라 되도록 폭넓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환상이 없어야 지속 가능한 일이에요

 

‘당인리 책 발전소’의 주간베스트셀러가 독자들에게 꾸준히 주목 받고 있어요. 덕분에 증쇄를 찍은 책도 많다고요.


책방을 열고 두 달 동안 아무도 꺼내보지 않는 책이 있었어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라는 심리학과 교수인 러네이 엥겔른가 쓴 책인데요. 너무 좋은 책인데 손님들이 한 번도 들쳐보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책이 좀더 잘 보이도록 앞으로 비치하고 표지에 추천평을 써서 붙여 놓았어요. 그렇게 한 두 분씩 관심을 가져주시다가 조금씩 소문이 났어요. 증쇄 소식은 너무 기쁜 일인데요.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순위라고 해도 전국 도서 판매량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잖아요. 표본이 작아서 금세 순위가 변하기도 하고요. 지금 신경 쓰는 건 책을 선택할 때 형평성을 갖고 들여오는 거예요. 순위를 위해 책을 입고하길 원하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제 취향을 버려서도 안되지만 책방의 큐레이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루 평균, 책은 얼만큼 팔리나요?


날씨에 따라 너무 달라서요. 많이 팔릴 땐, 세자리 숫자로 팔 때도 있고요. 대개 들쑥날쑥이에요. 책방 규모에 비해서 책이 많이 팔리는 건 맞는데요. 추운 날에는 손님이 적고, 지금은 제 책이 나와서 많이 찾아와주세요.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이 많이 올 것 같아요.


저도 그럴 거라 예상했는데요. 중고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꽤 연령층이 넓어요. 그래서 너무 내 취향만 고려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요. 작년만 해도 정말 제가 좋아하는 책만 비치했거든요. 북 카페니까 갤러리 느낌으로요. 요즘은 저의 애정을 많이 분배하고 있어요. (웃음)

 

아르바이트를 뽑을 때,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다고 들었어요. 면접 볼 때,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뽑았나요?


책방 일에 환상을 갖고 있는 분은 뽑지 않았어요. 사실 환상이라는 게 있을 수밖에 없고, 저 역시 있었기 때문에 책방을 열었을 텐데요.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우리 책방의 장점을 말하기보단 단점을 많이 이야기해줬어요. 저에 대한 호감,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책방 일을 오래하긴 어려우니까요. 책이라는 게 화장품이나 의류 같은 품목에 비해서 수익률이 되게 낮잖아요. 카페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 책 1권이 팔렸을 때 우리에게 남는 이익 등을 직원들에게도 틈틈이 알려주고 있어요. 책 읽고 차 마실 수 있는 시간도 있지만, 대개는 책을 비치하고 박스를 풀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거든요.

 

독자로서는 책을 어떻게 고르는 편인가요?


베스트셀러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나 궁금했던 책들을 주로 검색해서 사는 편이에요. 요즘은 분야에 구애 받지 않고 폭넓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방 주인으로서 가장 힘들 땐 언제인가요?


각오에 비해 힘든 건 크게 없어요. 제가 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엄청 말렸거든요. 자영업은 할 일이 못 된다고요. (웃음) 그런데 감사하게도 책방에 오는 분들의 매너가 대부분 좋으세요.

 

‘최소한 몇 년은 버티겠다’ 하는 생각이 있나요?


없어요. 사실 작년에 책방을 열면서도 1년은 버틸 수 있을까? 반년 만에 망하진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렇게 잘될 거라는 예상은 조금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테리어도 크게 안 했고, 투자 자체를 크게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내년에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큰 무리가 없는 한 오래하고 싶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목표가 아직 없어요. 방송을 하는 사람이니까,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친숙한 얼굴의 책방 주인에게 이끌려 독서라는 취미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호점이 곧 오픈한다고요.


위례신도시에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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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동안 읽어온 문장들이 저를 만들었어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요.


체력이죠. 어쨌든 방송도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죠. 방송 스케줄이 있는 날에도 짧은 시간이라도 꼭 서점에 나오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계획성 있게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는지가 지금 제 숙제예요.

 

책 뒤쪽에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야기를 담았잖아요. 50년 동안 서점을 운영한 시바타 신은 마지막 일터인 이와나미 북센터를 운영할 때, 이렇게 말했죠. “매일매일 잘 운영해내는 것이 중요해. 특히 서점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하루하루 행복해야 해.” 그가 팀장으로 서점을 운영할 당시의 모토가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였다고요. ‘당인리 책 발전소’가 품고 있는 모토가 있나요?


모토라기보다는 우리 책방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너무 특별한 공간이 아닌 평범한 날에 평범한 기분으로 올 수 있는 곳이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요. 책 덕후들만 오는 책방이 아니라 작은 호기심만 갖고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책방이면 좋겠어요. (웃음)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편견 섞인 호감이 생기곤 했다”(314쪽)는 글이 기억에 남아요.


편견은 계속 강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웃음)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이 주는 재미, 감동을 전하고 싶어요. 책이 없었다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워요. 30여 년 동안 읽어온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절망하지 않았던 건, 언제나 책이 제게 말을 걸어준 덕분이에요.

 

얼마 전 오상진 씨의 책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 도 출간됐어요. 부부가 같이 쓴 에세이를 기다린 독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동안 남편과 같이 책을 써보자는 제안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연인, 부부가 어떤 틀 안에서 책을 같이 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아요. 내 책이 잘 안 되더라도 내 책을 먼저 써보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같은 시기에 둘 다 첫 책을 내게 됐는데요. 서로 글을 보여주거나 조언을 구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의외로 일에 있어서는 꽤 개인적이에요. (웃음)

 

책에서 “책 읽는 남자를 사귄 게 남편이 처음이었다”고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상형은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특히 잘 달리는 남자, 아니면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 확고하게 예체능 쪽이었는데요. 남편과는 연애할 때 정말 말이 잘 통했어요. 눈치가 정말 빨라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상황을 이해하고, 말을 꺼내면 맥락을 이해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책을 많이 읽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집은 온통 책투성이에요. 특히 안방 침대에는 각자의 베개 주변에 책이 잔뜩 쌓여 있어요. 매일 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읽어요. 서로가 좋아하는 시간이죠.

 

김소영의 두 번째 책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아예 계획이 없어요. 제안이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요. 새로운 뭔가를 할 에너지가 현재로서는 없어요. 집중해야 할 일도 많고요.

 

책방의 미래, 어떻게 보시나요?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음) 저희 책방의 미래도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저는 책방이 계속해서 늘어나면 좋겠어요. 창작자가 모여드는 책방, 독창적인 북 큐레이션이 있는 책방, 인테리어가 멋진 책방, 한 분야만 파는 책방 등 어떤 형태든지요.

 

“모두가 어제 본 티브이 프로그램 대신 간밤에 읽은 책에 대해 수다를 떠는 모습을 상상한다. 방송인과 책방지기, 두 직업을 다 가진 나지만. 예전부터 처음 만난 사이에도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편견 섞인 호감이 생기곤 했다. 책방을 열고 얼마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지 모른다. 나의 편견은 날마다 더 강해진다.” (314쪽)

 


 

 

진작 할 걸 그랬어김소영 저 | 위즈덤하우스
훗날 너무 빠른 포기였다고, 조금 더 참았어야 했다고 그날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이야기했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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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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