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기 전에, 세계를 읽다] 궁금했던 그 문화 이야기 – 프랑스 편
프랑스에서 적절한 인사법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칼럼에서는 매주 한 나라의 책에서 한두 가지 주제를 선정해 여행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그 문화 이야기를 속 깊게 들려주려 한다. (2018. 05. 24)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높은 여행지, 파리의 거리 풍경은 여러 보이지 않는 측면에서 개인적인 삶의 풍경과는 다르다. ⓒ Shutterstock
가장 프랑스적인 삶 : 패션 그리고 보디랭귀지
프랑스인, 특히 파리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적어도 할리우드의 기준으로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피부가 좋지 않거나 치아가 고르지 않은 사람들도 제법 많다. 게다가 많은 프랑스 여성이 화장을 하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눈가가 피곤해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프랑스인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때문이다. 그들은 늘 몸을 꼿꼿이 편 자세를 유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겉모습이 전체적인 인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배우들처럼 그들은 몸으로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테면 ‘나는 똑똑하고 진실하고 잘 배운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인은 내적인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물론 어떤 파리지엥들은 살찌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용의주도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데 그거야 뭐 나쁠 것 없다. 그 덕분에 아름답고 값비싼 옷을 입었을 때 한결 더 태가 날 테니까. 어떤 프랑스인은 그저 맵시 있는 청바지만으로 우아함과 세련됨을 표출한다. 그런데 자신의 보디랭귀지가 행사하는 이처럼 강력한 효과를 스스로 인식하는 프랑스인은 거의 없다. 그들은 적절한 몸가짐과 표현의 중요성을 어려서부터 배웠고 어디에서나 그런 태도가 드러날 뿐이다. 프랑스인에게 있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제2의 천성이다.
파리 오스만 거리 심장부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루브르 박물관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 수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방문지다. 1912년에 건설되어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네오 비잔틴 돔이 특히 유명하다. ⓒ Shutterstock
샤넬처럼 옷 입기
“프랑스인들은 자기만족감으로 가득하다.” 코코 샤넬의 말이다. 어떤 이들은 프랑스인, 특히 파리 사람들의 겉모습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실제로 파리에는 ‘공작 신드롬’ 같은 것이 존재한다. 남들에게 자신의 취향과 계급의식을 과시하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이다. 그래서 옷을 아무렇게 입고 꾸미지 않은 여행자들은 파리에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겉모습에 대한 가치관을 떠나 어떤 장면에서 너무 튀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부처럼 보이기를 원한다면 그곳 사람들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배움을 얻는 것이 좋다.
프랑스인들은 외출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샤넬 본인도 정장을 한 벌 마련하면 7~8년씩 입었다(드라이클리닝을 자주 할 수 없어서 향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20년 이상 입을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우아함은 태만의 반대”라고 그녀는 말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파리와 홍콩, 뉴욕에 이르기까지 패셔니스타가 많은 거리에서 샤넬 스타일의 검은 원피스와 고전적인 정장과 짧은 단발머리를 한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샤넬은 심지어 구릿빛으로 살을 태우는 것도 패션으로 승화시켰다.
파리 사람들은 옷을 잘 입기로 유명하지만 모두가 집에 커다란 옷장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건 남자건 기본 복장 두세 벌씩이면 충분하다. 단, 하나하나가 최고 품질이어야 하고 몸에 완벽하게 맞아야 한다. 그런 옷을 입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자신감이 겉으로 드러난다. 여자들은 스카프와 보석류를 활용해 끝없이 독창적이고 참신하게 치장한다. 남자들은 셔츠 한 벌, 넥타이 하나로 세련된 감각을 과시한다. 파리는 여전히 격식을 차리는 편이어서 청바지나 운동화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직장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사람은 관광객과 젊은이들뿐이다. 프랑스 여자들은 파리에서 반바지를 입을 꿈도 꾸지 않지만 해변에서는 나체로 조용히 일광욕을 즐긴다.
프랑스인의 패션 감각과 관련해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그것이 나이를 불문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감각은 덜 두드러진다. 스타일과 우아함은 원숙한 사람들의 몫이다.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몇 살이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길 수 있다. 우아함은 이미 자신의 미래를 손아귀에 넣은 사람들의 특권이다.”
파리 센 강에 있는 보행자 전용 다리 중 하나인 퐁데자르. 프랑스 도시들을 여행할 때는 그들처럼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 Shutterstock
비언어적 의사소통
패션은 일종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다. 패션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프랑스인은 이에 대해 예리한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패션뿐 아니라 다른 많은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것은 당신도 쉽게 익힐 수 있는 언어다.
눈 맞춤: 프랑스에서 눈을 맞추는 행위는 진지한 동등성의 선언이다. 누군가와 눈을 맞춘다는 것은 말하자면 대화를 청하는 것이며, 따라서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너무 사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물론 길을 묻는다거나 특별히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예외다). 여기에 이중 잣대가 적용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낯선 이성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본다면 그것은 좀 더 친밀하게 지내자는 제안이다. 남자는 끌리는 여자에게 눈길을 줄 ‘권리가 있다.’ 남자들은 종종 그렇게 하고 프랑스 여자들도 그것을 예상한다. 폴리 플랫은 『프랑스인 아니면 적?』이라는 책에서 이것을 ‘시선’(the Look)이라고 지칭했다. 프랑스에 온 여성들은 곧 그것을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되 반응하지는 마라. 눈길을 돌리면서 미소를 지어도 안 된다.
악수: 프랑스인은 아는 사람 모두에게 키스를 하거나 악수를 한다. 악수는 프랑스에서 필수적인 인사법이다. 미국식으로 제법 오랫동안 진지하게 눈을 맞추며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게 눈인사를 하고 손을 잡았다 놓는 정도지만. 아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악수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니 프랑스에 가면 곧 악수에 익숙해질 것이고 가벼운 접촉과 눈 맞춤을 흉내 내게 될 것이다. 업무상으로나 사교적인 만남에서 악수를 할 상황이 생기면 무리 내의 누구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는 아침에도, 일과를 마친 뒤에도 모든 직원들과 악수를 한다.
고색창연한 루브르 궁전 안뜰에 들어선 유리 피라미드는 프랑스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삶과 태도의 양면성을 반영한다. “프랑스는 특유의 양극단을 갖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끝없이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 조나단 펜비, 2011년 3월 11일자 <파이낸셜 타임즈> ⓒ Shutterstock
미소 : 프랑스에서 통용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 중에서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것은 미소일 것이다. 미국인은 항상 미소 짓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친절하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인은 미소를 신뢰하지 않는다.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 미소를 지으면 사람이 실없거나 위선적으로 보이는데 이 두 가지 다 프랑스인이 딱 질색하는 것들이다.
입방귀 : 프랑스인이 입술을 내밀고 한 순간 입에서 공기를 불어내며 ‘푸’ 소리를 내는 경우, 이것은 상황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프랑스인이 무척 애용하는 표현이며, 말하자면 미소의 반대다.
더블키스 : 친구들끼리 만나거나 헤어질 때 양 볼에 키스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인사법이다. 이 경우에도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만날 때는, 설령 그 중에 모르는 사람이 끼어 있어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키스해야 한다. 그렇다고 겁먹을 것은 없다. 사업 관계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끼리는 이런 인사법을 쓰지 않는다. 이는 주로 여자들끼리, 혹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그리고 같은 가족 내의 남자들끼리 하는 인사법이다. 아주 가까운 친지 외에는 얼굴을 접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블키스는 영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 인사법이 점차 편안하게 느껴져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습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기법만 잘 익힌다면 더블키스는,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는 재미난 작은 애정 표현이 될 수 있다. 우선 오른쪽 뺨끼리 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상대가 먼저 왼쪽 뺨을 댈 것처럼 보이면 그냥 왼쪽 뺨을 대줘야 한다. 안 그러면 자칫 입끼리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민망한 상황인가!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외국인은 민망함을 줄이기 위해 뺨에 직접 입술을 접촉하는 대신 그냥 허공에 키스하곤 한다. 어차피 해부학적 구조상 한 사람의 입술만 상대의 뺨에 닿을 수 있으니까, 상대가 원한다면 자신의 뺨에 입술을 대게 해주고 원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사실 프랑스인도 상당수가 ‘허공 키스’ 기법을 이용한다.
접촉의 거리 : 프랑스인은 육체적인 욕망에서가 아니라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 신체적인 접촉을 한다. 물론 그런 접촉은 친구 사이로 국한된다. 그러나 파리의 혼잡한 장소에서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생길 수 있다. 프랑스인은 이런 상황을 조용히 인내하도록 배웠으며 당신도 곧 그들처럼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군중 속에 있을 때 소매치기는 주의해야 한다. 혹시 낯선 사람이 의도적으로 당신에게 접촉할 경우, ‘푸’하고 거칠게 입방귀를 뀌거나 그냥 그를 철저히 무시하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라.
이 글을 쓴 샐리 애덤슨 테일러(Sally Adamson Taylor)는 와인 관련 기자로 일하던 1985년에 자전거를 타고 프랑스 전역을 돌며 『포도원장: 와인의 나라 자전거 여행』 을 썼다. 그로부터 5년 뒤 『세계를 읽다 프랑스』 를 집필했는데, 파리에 있는 7층 건물 옥탑방 덕분에 꾸준히 관련 글을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업 기자 생활에서 은퇴하고 버지니아에 있는 가족 농장과 요트에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
관련태그: 세계를 읽다, 프랑스, 내적인 아름다움, 샤넬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