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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특집] 배워야 산다, 배워서 산다

<월간 채널예스> 2018년 5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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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비워진 ‘2%’를 찾아 오늘도 어른들은 어렸을 때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학원 문을 두드린다. (2018.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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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인형을 만드는 판도라박스


‘구관인형’은 인형의 관절에 구를 넣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구체관절 인형의 줄임말이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거나 자기만의 콜렉션을 만들어 전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부품과 의상, 커스텀 등을 대행하는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만든 인형을 가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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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희 대표는 디자인잡지에서 본 인형 사진을 본 후로 비슷한 느낌의 인형을 만들고 싶었다. 알음알음 찾다 보니 일본의 인형작가 요시다 료의 작품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 1998년 일본으로 건너가 인형 제작 기술을 배웠다. 이후로도 비스크 인형 제작법 등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인형공방 ‘판도라박스’를 열었다. 일본에서 산업인형이 수입해 들어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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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적으로 관절 인형의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예전에 공방을 열었을 때는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알아봤지만, 인형 애호가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면 못 볼 걸 본 것처럼 전시장을 나가는 분도 많았으니까요. 지금은 자기 취향이든 아니든 구관인형을 어느 정도 알아보고 있어서, 관심이 높아졌다기보다 이해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인형은 명실공히 하나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제작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 가격대가 비싼 편이기 때문에 주로 성인층에서 수집하는 형태로 즐긴다.


“공방을 처음 오픈했을 때는 60~70cm 크기의 우레탄 인형이 유행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분이 많이 왔고요. 인터넷을 통해서 다른 나라 인형 작가들의 작품이 알려지면서 비스크 인형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컬러로 사람들이 좋아했었죠. 지금은 20cm 대의 ‘육일돌’이라 불리는 인형이 하나의 붐을 이루면서 수집이 늘어났어요. 수집하다 보면 또 본인이 직접 만들고 싶어서 오시는 분이 많고요.” 사람들은 기존의 상업 인형의 메이크업과 의상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인형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자기만의 인형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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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인형을 처음으로 만드려면 보통 1주에 한 번씩 수업했을 때 6개월 정도 걸려요. 인형이 좋아서 왔는데 과정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힘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기만의 작품을 하나 완성하고, 이후에 만드는 재미에 빠져서 꾸준히 다니시는 분들도 그만큼 많아요. 나이대는 평균적으로 30대 중반, 미술 분야에서 일하면서 관련 업무로 배우러 오시거나, 일반 직장에 다니시면서 인형이 정말 좋아서 오시는 분도 많고요.” 정양희 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인형의 모습이 구체적일수록 시작이 쉽다고 조언한다. 초보자도 인형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

 

판도라박스
서울시 마포구 성지길 25-20 덕준빌딩 지하 B01호. 매주 목, 토 11시/3시/7시, 격주 일 오전 10:30 수업. 캐릭터, 원형제작, 인형의상 등을 배울 수 있다. 관련 정보 pandora-bo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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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의 놀이터, 위드피아노
드라마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면 멋있기만 하다.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해볼까 하지만 직장에서는 걸핏하면 야근이고, 어렸을 때 다녔던 피아노학원의 안 좋은 기억이 발목을 잡는다. 좋아하는 영화의 OST,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온 최신 가요를 피아노로 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피아노 학원을 알아보면 대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해 저녁 시간은 운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최근 성인 피아노 전문 학원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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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피아노 김성식 대표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 영업직으로 일하다 서른 무렵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교습소에서 저녁부터 성인을 위주로 하는 레슨을 열다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위드피아노의 형태가 갖춰진 첫 지점을 대학로에 냈다. 한국에서 성인 전문을 표방한 피아노 학원으로서는 시초를 자랑한다.


“어렸을 때 배운 바이엘이나 체르니 같은 과정은 사실 연습곡이에요.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는 사람들이 거쳐야 할 과정인데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계속 배워야 했던 거죠. 피아노 치는 준비를 한 다음에 원하는 곡을 치면 물론 좋겠지만,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피아노를 치는 게 중요하거든요.” 성인피아노학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다. 수강생들은 피아노를 재미와 놀이 면으로 접근하고, 위드피아노에서는 수강생의 편의를 위해 전용 앱을 통해 레슨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어느 때든 올 수 있게 공간을 오픈한다. 교재가 있긴 하지만 레슨곡도 수강생이 원하는 곡에 맞춰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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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내에서 제공하는 커피나 차 등은 모두 무료고, 학원에서 파티나 엠티를 주최해서 학원에 오는 것 자체를 재밌게 만드려고 해요. 아이들 전용 학원과는 개념이 다른, 문화 공간 혹은 아지트에 가깝습니다.” 위드피아노에서는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엠티 외에도 수시로 연주회, 회원 소모임 등이 열려 성인들의 사교 모임 장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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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취미로 한다는 건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가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갖추고 있어야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죠. 오시는 분들의 실력은 완전 처음부터 배우는 분도 있고, 전공자처럼 잘 치시는 분 등 대중은 없지만 모두 감수성을 가지고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공통점일 것 같아요.” 혹시나 성인이 되어서 늦지 않았나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문을 두드려 보자. 취미뿐만 아니라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열린다.

 

위드피아노
전국 26개 지점이 있다. 월 4회 선택 레슨. 지점 내에서 음료 등의 서비스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오후 12시~오후 11시 오픈. 관련 정보 with-pia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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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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