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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그때 둘째를 낳을 뻔 했어요(G. 난다 만화가)

“육아 시기가 끝나간다는 게 느껴지니까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난다 『거의 정반대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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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활 만화’, ‘일상툰’의 대표적인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 사건과 감정들도 이분의 시선을 통과하면 세세하게 살아나죠. 『어쿠스틱 라이프』, 『내가 태어날 때까지』, 『거의 정반대의 행복』을 쓰고 그리신 만화가 난다 님입니다. (2018. 04. 19)

측면돌파 14화.jpg

 


아기와 생활하게 되면서 행복을 캐치하는 나의 뜰채가 더 커졌음을 느낀다. 뜨끈한 정수리와 땀 냄새, 양 볼에 눌려 벌어진 부리처럼 뾰족한 입, 동그란 뺨의 곡선, 발바닥에 조르르 달라붙은 완두콩 오형제를 손가락으로 조심히 쓸어보는 감촉은 어떻고. 아기가 없던 예전과는 종류가 다른, 거의 정반대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난다 만화가의 에세이  『거의 정반대의 행복』  속 한 구절이었습니다. 아이와 만나기 전까지 작가는 “바운더리라는 단어를 특별히 아끼는 사람”이었다고 하는데요. 아이와 함께하면서 자신의 단단한 경계들이 의식할 틈도 없이 무너지곤 했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 나의 경계를 허물고 들어오는 일, 말이죠. 어느샌가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를 변화시키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생각보다 더 근사할 때가 있죠. 예상치 못했던 사랑이 찾아와도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인터뷰 - 난다 만화가 편>


김하나 : 글을 왜 이렇게 잘 쓰시죠? 제 기대를 배반하신 건 첫 번째로, 그림체와 실제 작가님이 너무 다른 것이고요. 그리고  『어쿠스틱 라이프』 를 쭉 보면서 ‘이 분 글 잘 쓰실까? 잘 모르겠는데. 농담은 잘하실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가(웃음), 글을 읽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난다 : 감사합니다(웃음).


김하나 :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저도 제 동거인한테 몇 챕터를 보여주면서 ‘지금 당장 이걸 읽어 봐’ 하면서 둘이 쓰러지고 그랬거든요.


난다 : 너무 다행이네요.


김하나 : 그런 말씀 많이 들으시죠?


난다 : 그런데 처음에는 글을 잘 못 썼어요. 이 책 쓰면서 늘었어요(웃음).


김하나 : 그러면 갑자기 잘 쓰시게 된 거예요(웃음)? 일단 에세이를 내자고 해놓고 글을 잘 쓰시게 되셨다는 거예요?


난다 : 네, 네.


김하나 : 아, 진짜요?

 

김하나 :  『거의 정반대의 행복』 은 첫 번째 에세이인데, 지금까지 해 오신 작업과는 달리 대부분의 이야기를 그림이 아닌 글로 풀어내셨는데요. 그래서 힘든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고, 또 색다른 재미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난다 : 힘든 점은, 글을 계속 쓰면서, 이 상황이 만화로는 한 컷으로 그려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인데 단어가 수백 개가 들어가고....


김하나 : 이거 너무 비효율적이다(웃음).


난다 : 네, 너무 비효율적이다(웃음).


김하나 : 글을 쓰는 동안 재미도 있으셨어요?


난다 : 어... 엄청 심하게 괴로웠어요. 이제 다 썼으니까 재있었다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데(웃음) 너무 괴로웠고요. 편집자님께도 늦어져서 죄송하고. 한창 쓰고 있을 5~6월쯤에는 밤에 쓰다가 아이 옆에 누웠는데, 아이가 점점 크는 게 보여서 아쉬운 거예요. ‘왜 이렇게 빨리 컸지? 이렇게 금방 스무 살이 되겠지?’ 하다가 ‘글때는 그래도 글이 다 끝나있겠지? 너무 좋을 것 같아’(웃음)...


김하나 : ‘끝난 지도 몇 년일 거야, 정말 좋겠군’(웃음)


난다 : (웃음) 그런 걸 생각하면서 버텼어요. 분명히 끝이 있을 거라고. 


김하나 : 자, 여기서 갑자기 스피드 퀴즈 들어가겠습니다. 생각을 오래 하지 마시고 그냥 대답해주시면 돼요.


난다 : 네.

 

김하나 :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도 삶에 만족했을 것 같다.


난다 : YES


김하나 : 엄마 없이도 잘 노는 시호를 보며 서운했던 적이 있다.


난다 : NO


김하나 :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난다 : 어... NO


김하나 : 추천하고 싶은 육아서의 제목을 다섯 개 이상 말할 수 있다.


난다 : NO


김하나 :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다.


난다 : YES


김하나 : 상대의 오지랖이 도를 넘어설 때 한마디 말로 제지할 수 있다.


난다 : NO


김하나 : 나는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 1번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엄마. 2번 ‘때로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


난다 : 2번


김하나 : 동경을 넘어 질투를 하게 되는 동료 만화가가 있다.


난다 : YES


김하나 : 내 그림체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난다 : 어... NO


김하나 : 독자들의 댓글을 보다가 만화의 내용을 바꾼 적이 있다.


난다 : NO


김하나 : 남편이 만화를 그리겠다고 선언한다면? 1번 ‘이게 쉬운 일이 아니야’라며 만류한다. 2번 ‘일단 해 봐’라고 흔쾌히 허락한다.


난다 : 허락한다.


김하나 : 차기작은 스토리 만화가 될 것 같다.


난다 : NO


김하나 : ‘난다 작가가 이런 만화도 그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난다 : 어... YES

 

김하나 :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엄마보다는 ‘때로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난다 : 네.


김하나 : 그러면 시호가 레고 조립을 잘 못해도 조금 지켜보고, 아이인데(웃음).


난다 : 그러게 말이에요(웃음). 그런데 가끔씩 그렇게 앞서나갈 때가 있어요. 실제 아이의 성장보다 더 컸다고 착각할 때가 많이 있어요.


김하나 : 아직은 어린아이인데, 여전히 아이인데.


난다 : 네.


김하나 : 그러면 반대로, 아직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꽤 컸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 있을까요?


난다 : 너무 많죠. 올해였나 작년이었나. 머리를 스스로 감을 줄 몰라서 항상 제가 씻겨줬었어요. 한동안 남편이 목욕을 시키다가 오랜만에 제가 목욕을 시켰는데 “엄마, 이제부턴 내가 다 할게”라고 하면서 저를 내보내고는, 자기가 샤워를 다 하고 머리를 다 감은 거예요. “시호야, 왜 이렇게 잘해? 원래 할 수 있었어?”라고 물어보니까 “아빠랑 있을 때는 항상 하는데?” 이러는 거예요.


김하나 : 아, 진짜요?


난다 : 그래서 되게 충격도 받고, 내 육아 시기가 이렇게 끝나간다는 게 느껴지니까 마음도 급해지고, 그때 처음으로 둘째 낳을 뻔했거든요(웃음). 금방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웃음).

 

난다 : 항상 보면 ‘이거 너무 잘 못했다, 잘 못 그렸다’ 생각하고 덮어두고 잘 보지도 않다가, 나중에 보면 제 생각보다 훨씬 잘했더라고요(웃음).

 
김하나 : (웃음)그런 거 중요해요. 밤에 누워서 ‘그래, 다시 봤더니 참 잘했던데?’라고 셀프 토닥토닥을 해주시고 힘도 많이 채우셔서, 앞으로 잔뜩 남은 이야기들을 다음에 또 만화나 웹툰이나 에세이나 다른 칼럼 등등 다른 콘텐츠로 다시 한 번 모셔봤으면 좋겠습니다.


난다 : 네.


김하나 : 오늘 나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난다 : 저도 감사합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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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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