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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서점에 없다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 눈에 밟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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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슈는 책으로 이어지는데, 어떤 이슈는 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2018.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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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로 미투운동과 남북정상회담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역사에 크게 남을 일이다. 언론에서도 모두 대서특필하고, 포털 메인을 연일 장식한다. 하지만 서점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편차가 크다.

 

페미니즘 도서들은 최근 몇 년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82년생 김지영』 은 최근 한 걸그룹의 멤버가 읽었다가 남성들에게 공격을 당한 후 판매가 치솟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서점에선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을 탄핵하며 '나라를 나라답게' 외쳤던 시기에도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에 관한 책이 부각되는 일은 없었다. 세상이 서점으로 들어올 때는 뭔가 필터에 걸러진다. 어떤 이슈는 책으로 이어지는데, 어떤 이슈는 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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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서점 직원이 할 일은 명확하다. 페미니즘 도서를 더 전면에 배치하고,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책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재고를 갖추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지지층에 부응해야하듯 서점은 독자들에게 화답해야 한다. 세상이 독자와, 세상이 책과 결합할 때 서점은 그 이음새를 매끄럽고 튼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관련된 주제의 좀 더 심화된 층위로 독자를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 와중에 독자들이 찾지 않는 책과, 세상이 서점으로 유입되지 않는 이슈가 방치되곤 하는 건 아픈 일이다. 서점이 출판사와 독자의 중간에서 하는 일에는 책과 대금을 중개하는 일만이 아니라, 책과 독자의 매칭을 만들어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떳떳하지 못한 날들이 있고, 특별히 마음에 남는 책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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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단식 농성 중 읽었다는 사실로 최근 화제가 된 책,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이 내겐 그런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인문사회 담당자였고, 특별히 아쉬워 했던 책으로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이 책이 출간된 2012년 상반기 즈음, 나는 사람들이 새롭게 연결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민주화 운동기에 형성된 조직들이 일정한 한계에 부딪히며 영향력을 잃어갔고, 새로운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삶의 어려움에 대해 개인적으로 해법을 강구하는 흐름을 넘어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고 힘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은 내가 꽂힐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한 기반 혹은 연결될 수 있는 원천에 대해 고민한 책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사회적 문제의 개인적 해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2008-2009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문제에 대해 서로가 연결되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너무 반갑게 읽었던 이 책을 나는 담당자로서 충분히 밀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소개하지 못했고, 1회성 추천을 끝으로 방치한 것과 다름 없었다. 판매를 이끌고 있는 책들에 시선을 오래 두고 있었고, 이슈가 되지 않는 책을 동시에 바라보는데 미숙했다. 5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두고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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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가 남북정상회담의 무풍지대인 걸 보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북한과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남북관계의 역사를 살펴보며 지금의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다지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이 있다. 나는 더 이상 담당자는 아니지만, 아마 어떤 서점 직원들에겐 열심히 나가는 책들을 챙기는 와중에 이런 사실들이 눈에 밟힐 것이다.

 

최근 출간된 『70년의 대화』 (창비)로 남북관계의 역사를 읽어보시길 권하거나, 『주체의 나라 북한』 (오월의봄), 『햇볕 장마당 법치』 (개마고원) 같은 책들로 북한에 대한 시야를 넓혀보길 권유하고 싶을 것이다.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극장국가 북한』 (창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정세현의 정세토크』 (서해문집), 품절되었지만 『북핼 롤러코스터』(시사IN북)같은 책들도 만지작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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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서점은 '문화'산업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대개 그렇듯 문화 보다는 '산업'이 힘이 세다. 시장이 움직이는 쪽으로 따라간다. 사실 요즘 세상이 다 그렇다. 그 와중에서 마음 한 쪽에 답답함을 지니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린다. 독자에게 잇지 못한 책들에 시선을 두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봄조차도 미세먼지에 갇혀버린 세상에서 시장에 갇히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건 몽상일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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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성광

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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