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이 주는 행복감
보노보노가 사는 세상
덕분에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이제껏 없었던, 터무니없이 행복이 넘쳐흐르는 인생상담 책이 되었습니다. (2018. 03. 27)
ⓒ “BONOBONO” MIKIO IGARASHI / TAKE SHOBO
『보노보노』가 탄생한 건 1986년. 단행본은 지금까지 39권이 나왔습니다(*2017년 10월 기준으로 단행본은 42권까지 출간되었다). 단행본 1권의 표지를 넘겨 보면 두 페이지에 걸쳐 보노보노가 사는 세상의 풍경이 실려 있습니다. 보노보노 부자가 사는 작은 바위터와 친구들이 사는 작은 숲도 보이고요. 저 멀리 펼쳐져 있는 바다에는 상어와 바다사자 같은 천적도 살고 있어서 실제로 보노보노의 행동반경은 무척 좁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보노보노가 그렇게 거대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낀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느 날 보노보노와 포로리와 너부리가 ‘다들 왜 재미없는 이야기를 할까’에 대해 생각할 때 보노보노는 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합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경치를 보면서 걷는 거랑 비슷해.’
과연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것. 경치를 보면서 걷는 것과 닮았으니까요.
보노보노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것 혹은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어 답답했던 감정을 산뜻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가르쳐줍니다. 그런 말들을 만날 때마다 현실의 세상에서 숨통이 스윽 트이는 것같이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보노보노의 생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습니다. 그래서 보노보노가 사는 세상이 무척 넓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 속에 살던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다가와 인생상담을 해주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요. 보노보노와 친구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니, 긴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허락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인생의 기로에 선 성인들이 보낸 질문은 하나같이 다 절실합니다.
결혼하는 게 좋을지, 꿈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경치를 보며 걷는 거랑 비슷해”라고 이야기하듯 줄곧 내담자의 말에 귀를 귀울입니다.
보노보노는 연애상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임합니다.
“자기만 좋다면, 사랑하는 건 자유라고 생각해.”
아직 아이인데도, 사랑에 괴로워하는 어른들이 안심할 수 있는 말을 당당하게 건네곤 합니다.
게다가 돈이 더 필요하거나, 많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쓸데없이 고생하네”라고 말하지요.
ⓒ “BONOBONO” MIKIO IGARASHI / TAKE SHOBO
포로리가 지적한 것처럼 보노보노의 해답은 대체로 명쾌합니다. 하지만 마치 신의 계시처럼 진리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고뇌가 깊은 포로리는 “힘내라는 말에 상처받는 사람도 있어”라며 약자의 편에 서거나, “병간호를 하고 나니 더는 세상에서 무서울 게 없어졌어”라며 똑 부러지게 말하는 등 만화 연재 초기에 “때릴 거야?”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모습은 더는 없습니다. 포로리 나름의 인생 경험을 통해 얻은 씩씩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다른 보노보노와 포로리지만 상담에 임하는 자세는 같습니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인생상담의 상담자가 되었어도 만화 속 세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습니다. 상담을 하며 그저 자신들의 생각을 되돌아볼 뿐입니다.
그들처럼 욕심 부리지 않고 살다보면 반드시 슬픔과 타협할 수 있는 때가 다가올 것만 같습니다.
인생이 두 번 있다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고민에 대해서 보노보노는 ‘하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더라도 똑같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포로리가 “보노보노는 정말 행복했구나”라며 감동합니다.
그러자 보노보노는 말합니다.
“응. 행복했던 것 같아.”
분명 보노보노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이 행복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겠지요. 그 말을 통해 보노보노가 품은 반짝임이 따뜻하게 전해져왔거든요.
원래 인생상담이란 짠하거나 구차하거나 노골적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하는 상담은 행복에 겨운 말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그 덕분에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은 이제껏 없었던, 터무니없이 행복이 넘쳐흐르는 인생상담 책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인생상담은 자아 찾기입니다. 인생상담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 자아를 찾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나거나 기회를 엿보는 등 꽤나 부지런히도 살아가지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도 명쾌한 해답을 내려준 것은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처음 아닐까요.
“이제껏 살아온 모습이 바로 진정한 자신이야”라고요. 아직 보지 못한 내 모습 같은 건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포로리는 말합니다.
“고집스럽게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내가 불쌍하잖아.”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단행본 39권에 걸쳐 살아왔습니다. 결국 그것이 ‘진정한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모습일 테지요.
이 책을 다 읽을 때 즈음, 보노보노와 친구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곳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치 지구를 몇 번씩이나 오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에는 진정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살아 숨 쉽니다. 그리고 괴로운 생각만 하는 우리들에게 이런 인생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이가라시 미키오 저/김신회 역 | 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내밀한 질문이나 아주 사소한 질문까지도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깊게 고민하고 통찰력 있는 답을 내놓는다.
관련태그: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행복, 보노보노, 인생상담
도쿄 무사시노 출생. 대학교 시절,
<이가라시 미키오> 저/<김신회> 역14,400원(10% + 5%)
[보노보노]의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쓰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가 옮기다. 2015년 일본에서 출간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 보노넷에서 모집한 고민과 답변을 토대로 집필된 책이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의 번역은 『보노보노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