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우리들의 詩기, 청소년 詩기

『이기미칫나!』 프롤로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 이성보다 감성에 집중하는 청소년의 시기는 어쩌면 詩기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감성이 이성으로 기울고 어른스럽게 변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거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을 등한시하게 된다. (2018. 01. 18)

표지_이기미칫나.jpg

 

 

이미지나 느낌을 자극해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풍부하게 해주는 詩는 상처받은 청소년의 정서를 매만지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인간 본성의 언어인 詩는 진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정신적 고통과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의 실체, 그 상처의 실체에 다가가기에 詩라는 도구는 가장 부드럽고 연했으며 강렬했다.

 

시를 꺼내는 과정은 명상의 과정과도 유사하다. 자신의 상처를 끌어내고 다듬는 과정에서 침전하는 그것들을 시어로 문장으로 적어 내려간다. 이런 과정의 반복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과잉 혹은 무딤에 대해 들여다보게 된다. 생각은 자유롭게 확장되지만, 생각을 문장으로 꺼낼 때는 스스로의 논리에 무게를 견주고 꺼내놓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내적 상처의 우물에 빠지기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종의 마음 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또래가 시를 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도 한다. 따돌림을 받는다는 두려움이 본 과정을 통해 타인 속에서 ‘자발적 소외’를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자아로 전환되기도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 이성보다 감성에 집중하는 청소년의 시기는 어쩌면 詩기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감성이 이성으로 기울고 어른스럽게 변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거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을 등한시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청소년시기에 만나는 詩는 그냥 詩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시기 중 예술가의 기질과 가장 유사한 청소년 시기의 상처는 예사 상처가 아닌 것이다. 자신과의 대화이고, 타인과의 대화이며, 세상과의 대화이다. 그 안에서 내가 허용한 문장인 詩는 ‘부드러운 소통’의 힘을 알려주는 유정한 도구이다. 이때 익힌 감성의 언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표면적인 언어와는 또 다른 결로 자리한다. 살면서 겪을 고통과 기쁨에 충분히 젖어드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게 상처는 예술의 씨앗이 된다.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내 상처가 내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아챈다. 나아가 상처가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예술과 상처 그 둘이 참 좋은 벗이라는 걸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 쏟는 눈물이 마음을 후빌 때가 많지만, 그 눈물이 문장으로 돌아와 반짝이는 걸 보면 상처가 영 밉지만은 않다.


詩테라피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본 청소년들은 또래의 상처에도 관심을 갖는다. 상처를 담았던 아이들이 상처를 품은 타인을 이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게 아프고도 시원한 여정을 거쳐 낸 아이들의 詩를 다시 엮었다. 2014년 ‘내일은 끊을게’를 첫 시집 이후 두 번째 엮음이다. 더러 상처가 너무 짙어 이름을 바로 올리기 힘든 경우는 이름 대신 OOO으로 자유롭게 두었다.


실은 詩테라피를 통해 내가 더 큰 치유를 받는다. 아픈 아이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음과 달리 해마다 詩테라피의 인연 속에 담아낼 수 없어 그저 놓치고 마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詩를 통해 가슴이 詩원한 아이이길 바라는 한편, 그저 밝고 기쁘게 덜 힘들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 또한 크다. 지난 십 년간 詩테라피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문학 혹은 예술을 전공하여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적 자원의 선순환, 그 따뜻한 온기가 아랫목 군불처럼 마을 곳곳에 조금씩 퍼지는 중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가시투성이였다. 아프지만 가시투성이인 아이들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가시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말들이 때론 내게 들려주는 말일 때가 많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도 서로의 가시를 뽑아 행을 만들자, 그것들이 모여 연이 되고 곧 詩가 되었다.


더 이상 가시는 흠이 아니다. 詩가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도 된다. 詩, 문학 나아가 예술이 피어나기 가장 좋은 토양이 바로 여기, 가시를 품은 아이들 곁이리라.


 


 

 

이기미칫나!청푸치노 글 / 이화준 그림 | 곁애
상처는 예술의 씨앗이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은 상처가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예술과 상처 그 둘이 참 좋은 벗임을 느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이기미칫나!

<청푸치노> 글/<이화준> 그림10,350원(10% + 5%)

상처는 예술의 씨앗이 된다. /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은 상처가 /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 예술과 상처 그 둘이 참 좋은 벗임을 느낀다. 아프고 시원한 여정을 거쳐 낸 / 아이들의 詩를 시집으로 엮었다. 가시를 뽑아 행을 만들자, / 그것들이 모여 연이 되고, 곧 詩가 되었다. / 더 이상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글 쓰는 운전사'의 작지만 단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 ‘그냥’ 버스기사의 평범한 일상이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노동하는 한 인간의 고백만큼 특별하고 힘 있는 글이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현장에서 이름 없이 땀흘리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례한 행동 하나가 결국 회사를 망친다

최고의 조직은 왜 매너에 집중하는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저자는 작은 태도의 차이가 회사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는다고 강조하며, 능력과 사회성을 함께 갖춘 프로 직장인이 되기 위한 예의와 존중의 기술을 밝힌다.

제2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

사람들의 꿈을 관리하는 환상 세계 ‘카시오페아’, 그리고 악몽을 쫓아 내는 비밀 대원 ‘하라’의 모험을 담은 드림 판타지가 펼쳐진다. 자신의 꿈은 물론 아이들이 꿈까지 지켜내는 당찬 소녀 하라가 이 시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50년 수행으로 깨우친 인간답게 살기

권력과 자본이 인간다움을 망칠 때, 명진 스님은 가만 있지 않았다. 2017년 조계종과 대립하며 종단으로부터 제적당하기도 했다. 승적을 박탈당하면서 출가하기 전의 자리에 선 명진스님은 그간 삶에서 만난 사람과 깨우친 바를 책 한 권으로 묶었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