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너는 정말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포토그래퍼 서한길 프레리독 강순이 이야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얼마 전엔 너를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린 친구가 있었어. 어쩌면 그렇게도,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받을 줄 아는 건지, 그게 너무 슬프다며 너를 쓰다듬으면서 울더라. (2018. 03. 20)

나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으면 했어.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집까지 따라와 집사가 된다든가, 날개를 다친 새가 현관 앞에서 푸드덕대고 있어 치료를 해준다든가 하는. 우리의 첫 만남도 조금은 특별했을까?

 

 

01.jpg

 

 

조금씩 녹이 슨 철창 밖으로 앞발을 내밀고 있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해. 사진은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본, 프레리독이라는 동물. 가까이 다가가자 빨리 만져달라는 듯이 철창 사이로 코를 내밀었고, 조그마한 문을 열자 이내 내 손에 얼굴을 부볐어. 우리는 고작 1분 전에 만난 사이인데. 너는 정말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싶었지. 사장님에게 두 세가지 질문을 하고, 인터넷에서 몇 가지를 더 찾아본 뒤 너를 데려오기로 결정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어. 너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실제로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그 때는 정말로 그런 것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

 

퇴근하자마자 차를 몰고 부천으로 가서 필요한 용품들을 구입하고, 네가 놀랄까봐 과속방지턱 하나하나 조심히 넘어 집에 도착했지. 밤새 웅크리고 있는 너를 보면서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발을 동동 굴렀어. 네가 걱정되어 다음 날 출근해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칼퇴근을 하고 돌아온 날 저녁, 하루만에 새 집에 적응한 건지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고 잠이 든 너를 보면서 마음을 쓸어내렸단다.

 

 

Untitled-2.jpg

 

 

너는 정말 작았어.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털이 다 까져버린 코를 볼 때마다 안쓰러웠어. 수많은 이름 후보들 중 며칠을 고민하다가 여자친구는 강순이라는 이름을 너에게 붙여주었지. 강하고 순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강순이. 나는 그 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 흔하지도 않았고, 정말로 네가 그렇게 컸으면 좋겠어서.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해서.

 

얼마 전엔 너를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린 친구가 있었어. 어쩌면 그렇게도,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받을 줄 아는 건지, 그게 너무 슬프다며 너를 쓰다듬으면서 울더라. 나는 네가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 나를 포함해 모두의 사랑을 받는 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모든 종류의 애정들을 담뿍 받으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Untitled-1.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서한길(포토그래퍼)

강순이의 큰 친구 제 1호.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의 책

차가운 위트로 맛보는 삶의 진실

문장가들의 문장가, 김영민 교수의 첫 단문집. 2007년부터 17년간 써 내려간 인생과 세상에 대한 단상을 책으로 엮었다. 예리하지만 따스한 사유,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절묘한 통찰이 담긴 문장들은 다사다난한 우리의 삶을 긍정할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책.

누구에게나 있을 다채로운 어둠을 찾아서

잘 웃고 잘 참는 것이 선(善)이라고 여겨지는 사회. 평범한 주인공이 여러 사건으로 인해 정서를 조절하는 뇌 시술을 권유받는다. 그렇게 배덕의 자유를 얻으며, 처음으로 해방감을 만끽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해줄 용감한 소설.

그림에서 비롯된 예술책, 생각을 사유하는 철학책

일러스트레이터 잉그리드 고돈과 작가 톤 텔레헨의 생각에 대한 아트북. 자유로운 그림과 사유하는 글 사이의 행간은 독자를 생각의 세계로 초대한다. 만든이의 섬세한 작업은 '생각'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

베스트셀러 『채소 과일식』 조승우 한약사의 자기계발 신작. 살아있는 음식 섭취를 통한 몸의 건강 습관과 불안을 넘어 감사하며 평안하게 사는 마음의 건강 습관을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 온전한 인생을 보내는 나만의 건강한 인생 습관을 만들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