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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말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포토그래퍼 서한길 프레리독 강순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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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너를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린 친구가 있었어. 어쩌면 그렇게도,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받을 줄 아는 건지, 그게 너무 슬프다며 너를 쓰다듬으면서 울더라. (2018. 03. 20)

나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으면 했어.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집까지 따라와 집사가 된다든가, 날개를 다친 새가 현관 앞에서 푸드덕대고 있어 치료를 해준다든가 하는. 우리의 첫 만남도 조금은 특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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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녹이 슨 철창 밖으로 앞발을 내밀고 있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해. 사진은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본, 프레리독이라는 동물. 가까이 다가가자 빨리 만져달라는 듯이 철창 사이로 코를 내밀었고, 조그마한 문을 열자 이내 내 손에 얼굴을 부볐어. 우리는 고작 1분 전에 만난 사이인데. 너는 정말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싶었지. 사장님에게 두 세가지 질문을 하고, 인터넷에서 몇 가지를 더 찾아본 뒤 너를 데려오기로 결정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어. 너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실제로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그 때는 정말로 그런 것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

 

퇴근하자마자 차를 몰고 부천으로 가서 필요한 용품들을 구입하고, 네가 놀랄까봐 과속방지턱 하나하나 조심히 넘어 집에 도착했지. 밤새 웅크리고 있는 너를 보면서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발을 동동 굴렀어. 네가 걱정되어 다음 날 출근해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칼퇴근을 하고 돌아온 날 저녁, 하루만에 새 집에 적응한 건지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고 잠이 든 너를 보면서 마음을 쓸어내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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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말 작았어.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털이 다 까져버린 코를 볼 때마다 안쓰러웠어. 수많은 이름 후보들 중 며칠을 고민하다가 여자친구는 강순이라는 이름을 너에게 붙여주었지. 강하고 순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강순이. 나는 그 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 흔하지도 않았고, 정말로 네가 그렇게 컸으면 좋겠어서.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해서.

 

얼마 전엔 너를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린 친구가 있었어. 어쩌면 그렇게도,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받을 줄 아는 건지, 그게 너무 슬프다며 너를 쓰다듬으면서 울더라. 나는 네가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 나를 포함해 모두의 사랑을 받는 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모든 종류의 애정들을 담뿍 받으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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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서한길(포토그래퍼)

강순이의 큰 친구 제 1호.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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