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
갈아타기가 가능한 책, 어디 흔해요?
난다 ‘읽어본다’ 시리즈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외
여섯 번째 시리즈를 기대해달라. 프랑소와 엄에게만 알려주는 극비인데, 시인 남매로 불리는 김민정, 오은 시인이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소와 엄’은 도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 - ‘김동영의 읽는인간’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정체를 잘 모르겠다면 매주 목요일,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된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대부분이 안 들어준다는 사실을 안다. 하여 프랑소와 엄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코너를 열었다. ‘북관리사무소’. 팀원들은 촌스러운 작명이라며 프랑소와 엄을 말렸지만 웬만하면 그녀를 말릴 수 없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무관심 속에 기어코 첫 번째 인터뷰이를 찾아 나섰다. (<예스책방 책읽아웃> 바로 가기 //www.podbbang.com/ch/15135)
마케터 N과의 인연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훤칠한 키와 시원시원한 성격, 여기에 빠른 업무 처리 능력과 패션 센스까지 지닌 N. 프랑소와 엄에게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 그녀의 단골 멘트다. “기자님, 이 책 진짜 너무 좋아요.” 어떻게 매번 나오는 책마다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프랑소와 엄은 N의 진의를 살피고자 “아 이 책도 그렇게 좋나요?”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적이 있다. 프랑소와 엄은 시크하기로는 두 말하면 잔소리인데, N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한 책들을 프랑소와 엄에게 들이밀지 않았다. 물론 출판사의 사정상 꼭 소개하는 책들도 있었지만, N도 마케터이기 전에 독자이지 않는가. 추천의 강도가 세지 않았다.
N은 마케터이지만 SNS를 매우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사적인 이야기, 육아 일기를 주로 올리는데 웬 걸! 매우 장문의 책 홍보 포스팅을 올린 게 아닌가. 프랑소와 엄의 레이더망에 딱 걸렸다. N에게 메일을 보냈다. “아니, 웬일로 이런 야심을 보이시나요? 저는 N님의 육아 일기를 더 선호합니다만.” 이윽고 도착한 답장.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도저히 메일로는 다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여 2018년 1월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출판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방문하는 카페 ‘비플러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프랑소와 엄과 N이 2시간 남짓 나눈 이야기를 오직 <채널예스> 독자들에게만 전한다.
프랑소와 엄의 난장 인터뷰
뜬금없이 장문의 책 홍보 포스팅을 올렸다. 사적인 것들을 주로 쓰던 SNS 아닌가? 왜 이 책만 유독 길게 홍보했나?
다섯 권이라 많이 팔아야 해서? (웃음) 장난이다. 난다의 새로운 시리즈 ‘읽어본다’를 여는 첫 책이기도 하고, 8명의 저자들을 모두 좋아하는 터라 애정이 솟구쳤다. 마치 지인들의 책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 더 애정이 갔다.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를 쓴 남궁인 작가님은 두 권의 전작(『지독한 하루』, 『만약은 없다』)을 좋게 읽었고 방송, 기사,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분이다. 물론 출판사에 오셨을 때 실제로 뵙기도 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의 요조 작가님이야 연예인이니 당연히 알았는데, 근래 일로도 몇 번 뵈었다. 볼 때마다 너무 아름다워서 만날 때마다 반하고 있다.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를 쓴 장석주, 박연준 시인 부부는 김민정 난다 대표님과 동네친구라 ‘장제부, 연준이’라는 말이 나에게 더 익숙할 지경이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의 저자 장으뜸 카페꼼마 대표와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자 부부는 모두 같이 일했던 사이다. 『읽은 척하면 됩니다』의 김유리 예스24 MD는 일로 알게 됐지만 이제는 사람으로 만나고 있다. 김유리 MD를 통해, 공저자인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의 일상도 종종 알게 돼서 혼자 친근해 지는 중이다.
와, 한 질문에 책을 7권이나 소개하다니. 역시 프로다.
ㅋㅋ 말이 길었는데, 포스팅을 길게 쓴 가장 큰 이유는 책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고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한 권 한 권 허투루 쓰이고 만들어진 페이지가 없는 책이다.
지금 책에 관한 기본 정보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독자들에게 책에 관한 불친절한 설명 한 마디 부탁한다.
앗, 불친절 해야 하는가? 프랑소와 엄은 새해를 맞이하여 좀 덜 시크해지는 줄 알았는데 나의 오해였나 보다. 여하튼 한 줄 소개를 한다면 “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매일 써보는 독서일기라고 할 수 있다. 요조, 남궁인 작가님은 단독 저서이고, 다른 저자들은 부부이기 때문에 함께 한 권의 책을 썼다.
솔직히 말해달라. 5권 중 어떤 책을 가장 빨리, 재밌게 읽었나? 독자 입장에서 말이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사실대로 말해야 하니 남궁인 작가님의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다. ‘읽어본다’ 시리즈가 기본적으로는 리뷰 책이지만, 사적인 이야기가 어느 정도 담겼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던 저자가 남궁인 작가다. 책을 읽다보면 『쇼코의 미소』 최은영 작가님과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시인님(두 분은 부부입니다!)을 10년 전 동아리방에서 만난 사연이라든가, 작가로서 꼭 연애 에세이를 낼 계획이 있다든가 하는 등의 책을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어머, 제가 공개해버렸네요..ㅋㅋ) 이야기가 담겼다. 구매 욕구, 당기지 않나?
역습의 질문을 하다니. 역시 노련미가 대단하다. 그나저나 따지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다. 표지가 예쁜 건 인정하지만, 겉표지가 너무 얇은 거 아닌가? 아마도 자연스럽게 넘기는 맛을 구현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너무 얇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런 말이 소용없는 걸 잘 알지만 진짜 비싼 책이다. 책 만드는 사람들은 보면 알 거다. 일반적인 책에서 볼 수 없는 작업이 많이 들어가 있다. 표지 얇은 건, 이런 걸로 어떻게 좀 상쇄시켜 주면 안될까? 책은 그냥 조심조심 보는 걸로.
아 책을 조심조심 봐야 하는 것인가? 흠, 나중에 책싸개 굿즈를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프랑소와 엄의 제안이니 심사숙고 해보도록 하겠다.
김민정 난다 대표이자, 시인, 편집자는 어떻게 필자들에게 원고를 독촉했나? 뒷담화를 부탁한다.
아.. 무척 곤란한 질문인데, 필자들이 대표님을 독촉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든다.잠깐 우리 한 번 웃고 넘어갈까? 하하하! 다만 김민정 대표님은 필자들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고 쓸 수 있게 무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신 걸로 안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었으니.
최소 몇 부를 팔고 싶나? (5권 도합)
앞으로 쭉 나올 책이라, 시리즈 특성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뒤로 갈수록 판매가 적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팔아야 한다. 야심 차게 (혼잣말로) 외쳐본다. 10만 부!
특히 어떤 상황에 있는 독자가 ‘읽어본다’ 시리즈를 읽으면 좋을까?
책을 좋아하는, 혹은 나 그래도 책 좀 읽는다, 하는 분들이 읽으면 가장 좋다. 사실 내가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수혜자다. 늘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신간과 베스트 순위를 살피고, 오프라인 서점에도 자주 가지만 막상 무슨 책을 읽을까? 할 때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가 있다. 근데 이 책들 덕분에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 리스트가 엄청 늘어났다. 2018년 목표에 책 읽기가 들어 있다면 무조건 읽어본다 시리즈로 스타트를 해달라.
3살 아이 엄마로 알고 있다. 출판 마케터라면 필시 책을 많이 읽어야 할 텐데, <채널예스> 독자들을 위해 타 출판사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너무 많지만 딱 한 권을 고른다면 작년에 읽은 에세이 강남구 저자의 『지금 꼭 안아줄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커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일벌레 기자였던 저자가 아내를 병으로 급작스레 떠나 보내고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며 겪은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제목 그대로 ‘지금’ 안아줘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한다.
북관리사무소니만큼 다시 한 번 PR의 기회를 드리겠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챕터별 분량이 매우 짧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즉 책을 많이 안 읽는 분들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뭐,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이 사람이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엄청 궁금해지는 책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책으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갈아타기가 쉬운 책이 흔하지 않다는 사실은 프랑소와 엄도 잘 알지 않나?
풉~ 딱 걸렸다. 사실 나도 갈아타기 중이다.
그럼 여섯 번째 시리즈를 기대해달라. 프랑소와 엄에게만 알려주는 극비인데, 시인 남매로 불리는 김민정, 오은 시인이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남궁인 저 | 난다
의사인 그가 환자의 차트를 쓰듯 써나간 일종의 책에 관한 차트랄까. 잘 아는 것은 잘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잘 모른다 하는 솔직함에서 이 책은 신빙성을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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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전혀 시크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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