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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꼰대가 되기 싫은 나에게 선물하는 책

『꼰대의 발견』,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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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이 머무는 책, 손길을 잡아끄는 책,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죠. ‘책읽아웃이 소개하는 이주의 책’ 코너입니다. 오늘 준비한 책은 『꼰대의 발견』,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입니다. (2018. 01. 04.)

[채널예스] 정세랑 편 오프닝 사진.jpg

 

 

『꼰대의 발견』
아거 저 | 인물과사상사

 

꼰대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 하면서 상대를 가르치려 들고, ‘나 때는 말이지’라고 말하면서 과거에 머물러 있고, ‘네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는 말로 젊은이를 멸시하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꼰대는 어디에나 있지만 스스로를 꼰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독특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나도 꼰대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면서 탈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요. 그게 『꼰대의 발견』이 가진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를 타자화하면서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를 거울삼아서 나를 비춰보는 거죠. 이 책은 꼰대들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그 속에 감춰진 뒤틀린 의식을 들춰냅니다. 권위, 서열, 지위 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꼰대를 이해하자는 어설픈 화해를 제안하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꼰대가 되어 가는지 살펴봤으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하죠. 책이 제안하는 꼰대 탈출법은 명료합니다. 듣고, 의심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건데요. 이 책은 꼰대 같은 누군가에게 슬쩍 건네주기보다는, 그런 모습으로 늙고 싶지 않은 자신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앤서지 J. 노첼라 2세, 콜린 설터, 주디 K.C. 벤틀리 저/곽성혜 역 | 책공장더불어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책은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청 두껍거나 어려운 책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요. 중간 중간 숨을 고르면서 감정을 추슬러야 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바로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입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전쟁과 관련된 ‘동물 착취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참혹하고, 그래서 불편한 진실들을 담고 있는데요. 자살폭탄으로 사용된 개들의 이야기도 있고요. 바다에 설치된 폭발물을 찾기 위해서 훈련되는 돌고래도 있습니다. 지뢰 제거용으로 이용된 양과 무기 개발을 위한 생체실험에 동원되는 동물들도 있어요. 어떤 개들은 군인들의 훈련을 위해 목숨을 잃어갑니다.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함으로써 인간을 공격하는 데 가책을 덜 느끼도록 만드는 훈련이래요. 군인들은 살아있는 개의 목을 부러뜨리고, 배를 가르고, 심장을 도려내면서,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 살인자가 되었는지 증명해 보인다고 합니다.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드시죠? 더 끔찍한 사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에게 가해지는 군사 폭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이 책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책 속의 이 문장을 읽어드리고 싶어요. “진보는 동물, ‘타자’의 죽음과 고통을 거부할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하윤재 저 | 판미동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10년 동안 돌보면서 딸이 기록한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하윤재 영화감독은 자신의 엄마를 모티브로 한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을 연출하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 엄마가 만든 나물 무침이 이상하다고 느껴서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 1기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의 기억은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사라진다고 해요. 엄마는 점점 나와 함께 했던 시간과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를 잊게 되겠죠. 언젠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은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그 마음을 헤아리듯 엄마는 말합니다. “가시나, 내가 니를 어찌 잊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덤에 가서도 나는 니 생각할 거다!” 하지만 딸은 알고 있죠. 시간은 엄마의 그 다짐을 무너뜨리고 말 거라는 걸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기로 합니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기억할게” 책 속에 담긴 10년의 기록은 엄마가 살았던 인생을 기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고통과 절망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아요. 우리네 일상이 그렇듯 기쁨과 환희가 찾아드는 순간도 있습니다. 저자는 “듣고 보는 이의 자세와 관점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래서 책에는 유쾌하고 세밀한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엄마와의 기억은 그렇게 남겨두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어요. 유쾌하고 세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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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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