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바보 같은 일 – 뮤지컬 <올슉업>
흥미롭고 유쾌한 2시간의 마법
결국은 모든 해답이 사랑이라 외치는 다양한 인물들. (2018. 01. 05.)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나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게 되고 세상이 온통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참 사랑이란 건 대체 어떤 건지 정말 정의하기 힘들지만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일 중에 하나임은 틀림 없다.
뮤지컬 <올슉업>은 바로 그 사랑에 빠져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행복해하고 그 안에서 꿈을 꾸며 결국은 모든 해답이 사랑이라 외치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을 모티브로 큐피트의 화살이 엇갈리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엘비스 프레슬리의 달달한 노래와 함께 엮어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흘러나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락앤롤 뮤직은 극의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관객들의 흥을 한껏 끌어올린다. 커튼콜 때 모든 관객들이 기립하여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추는 건 <올슉업>에서 너무나 당연한 광경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자유영혼 엘비스는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줄 여행을 하던 중 오토바이의 고장으로 우연히 한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한 마을은 엄격한 시장 마틸다의 통제하에 ‘정숙법령’ 이라는 기상천외한 법이 내려진 조용하고 한산한 곳. 사람들은 노래와 춤 그리고 애정행각이 금지된 마을에서 다소 따분하고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마을에 나타난 엘비스는 “모두에게 소울이 필요하다”고 외치며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마을을 변화시켜 나가고, 사람들은 곧 억압되어 있던 욕구를 자유롭게 분출시킨다. 아버지의 정비소에서 일하며 마을 밖의 세상의 자유로움과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던 나탈리는 그런 엘비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당당하고 밝은 매력의 나탈리는 엘비스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남장을 하고 ‘에드’라는 가상 인물로 엘비스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엘비스는 에드가 나탈리임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적인 매력을 가진 큐레이터 산드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산드라는 나탈리가 남장을 한 에드를 좋아하게 되면서 청춘남녀의 사랑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실 <올슉업>의 스토리 구조는 과장된 부분이 많아 개연성이 부족하고 억지스럽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특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운명적인 사랑, 이라는 이미지를 세심하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다소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을 무조건 ‘사랑’으로 치부시켜 버리는 연출도 불편한 마음을 전달한다. 극의 배경이 1950년대 조용한 미국의 시골이라는 부분을 이해하더라도, 조금 더 세련되고 시대에 맞는 각색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슉업> 은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마치 사람들이 마을에 갑자기 나타나 헛소리(?)를 늘어 놓는 앨비스를 경계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이내 곧 그에게 빠져 들듯, <올슉업> 역시 그 외의 다른 것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사랑에 빠져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매일 밤을 지새는 캐릭터를 보면서,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그들의 감정에 함께 공감하게 된다.
조금 유치하고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뮤지컬 <올슉업> 은 깊은 생각 없이 즐기며 연말연초를 보내기에 딱 좋은 뮤지컬이다. 오는 2월 11일까지 홍익대학교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