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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체화된 타인들의 말들이 각색되어 나온다”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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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질을 이해하려 애쓰듯 개의 기질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사냥개의 기질을 타고난 개들에게 순한 양 같은 기질을 요구할 수는 없겠지요.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2017.11. 17)

김숨2ⓒ김흥구.jpg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김숨이 소설집 두 권을 펴냈다. 『당신의 신』은 김유정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에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 「이혼」을 비롯해 「읍산요금소」, 「새의 장례식」까지 사회의 인정이자 굴레인 결혼과 이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여성 삶의 근본 원리를 담아낸 세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는 동물을 테마로 한 여섯 작품을 엮었다. 김숨이 동물에 천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소설집 『투견』에서 이미 개와 금붕어와 새가 이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갔다. 축소된 삶을 사는 동물과 언제나 죽음을 먹고 사는 인간, 그러나 김숨의 이번 소설집에서 인간은 동물을 포획, 억압하는 데 실패하고 동물은 인간의 시공간을 유유히 가로지른다.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바뀐 전 지구적 환경 안에서 얼마나 강인하게 잔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 동물들에게 김숨의 소설은 그 잔존의 서식지다.

 

김숨1ⓒ김흥구.jpg


개의 기질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투견』, 『노란 개를 버리러』,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등 동물을 통해 인간을 돌아보는 소설을 많이 쓰셨는데요. 동물에 원래 관심이 많으셨나요? 자료조사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개나 새, 고양이를 위한 기도가 저절로 나올 때가 있어요. 무엇보다 동물들은 제게 특별한 영감을 주어요. 벌, 자라 등 제 소설집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제가 소설가가 되기 이전에, 제가 글자를 배우기도 이전에 영감을 준 동물들이에요. 동물들이 제 안에 들어와 발생시키는 이야기들을 소설화하는 작업이 여전히 흥미롭기도 하고요.

 

이른바 '최시원 프렌치불독 사건'으로 인해 많은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 목줄, 입마개 등 애완동물을 구속하는 것들을 통해 인간을 보호해야한다는 의견과 그것은 폭력적이며 대단히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위대한 것 두 가지를 뽑으라면 ‘나무와 개’를 뽑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기질이 있듯 개마다에게도 기질이 있어요. 사교적인 개가 있는가 하면 자폐적이고 예민한 개가 있어요. 사교적인 사람이 자폐적인, 혹은 예민한 사람보다 더 선한 사람이라는 법이 없듯 개들도 그래요. 자기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든 기질을 가진 사람이 있듯, 힘든 기질을 가진 개들도 있고요.

 

타인의 기질을 이해하려 애쓰듯 개의 기질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사냥개의 기질을 타고난 개들에게 순한 양 같은 기질을 요구할 수는 없겠지요.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공격적인 기질을 타고난 개를 키우게 되었을 경우, 그 개를 키우는 주인에게는 물론 그 개 자신에게, 이웃들에게 불행하고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서로 사전에 지혜롭게 조치하고 조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신』 중 「이혼」이라는 단편 속에는 "부부가 뭔지 모르겠어."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 소설집 속 단편들이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결혼이라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회의적이라기보다는 그 제도가 두 사람에게, 그리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천형 같은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숙한 우정을 나누며, 필요한 경우 그 우정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는 파트너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정을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어요.

 

독자들 반응을 보면 『당신의 신』을 여성들이 여성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많이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설 속에 여러 부부의 사례가 나오는데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내 어머니, 내 친구, 내 자매, 혹은 내 사례와 닮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설 속 '폭력'이 굉장히 담담하고 무심하게 묘사됩니다. 그래서 더 무섭고, 고통이 더 적나라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하는 독자들이 많은데요. 이런 묘사 혹은 서술은 의도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소설 속 화자와 소설을 쓰는 나의 거리가 생겨나는 순간에 묘사하고 서술하는 목소리의 음정과 박자가 저절로 생겨나니까, 의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당신의 신』 속 대사들이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익숙한 말들 속에 숨어있던 비극들이 서늘한데요. 이런 대사들을 어떻게 수집(?)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소설 속 대사들은, 체화된 타인들의 말들이 시차를 두고 재편집되고 각색되어 나오는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 있으신가요?


『체르노빌의 목소리』(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요. 탈원전을 추진한 대통령이시잖아요. 그럼으로써 원전과 에너지 정책의 전환기를 마련하셨고요.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원전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문학적인 목소리로 알린 귀하고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이미 읽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한데, 이 작품이 원전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네요.

 


 

 

당신의 신 김숨 저 | 문학동네
사회/제도적 굴레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고 구원의 가능성은 희미하지만, 그녀들이 ‘우리’라는 폭력적 명명이 아닌 ‘나’와 ‘너’로 온전히 존재하길 바라며 작가 김숨은 쓰고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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