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그래도 서울의 아파트를 사야 한다”
평범한 30대의 월급쟁이, 서울 부동산 시장을 말하다.
8∙2 대책으로 1억 정도 모은 청년은 집 사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다들 전세나 월세 들어가겠죠. 그대로 몇 년이 지나면 변한 건 오른 전∙월세 가격뿐일 겁니다. 그럼 그동안 집값은 가만히 있을까요? 이 청년이 집값의 사다리가 움직이는 걸 따라갈 수 있을까요? (2017.08.23)
지난 8월 11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의 김민규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김민규 저자는 평범한 30대 월급쟁이다. 동시에 ‘구피생이’라는 닉네임으로 부동산 관련 블로그와 원하는 아파트를 찾아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부동산 전문가이기도 하다.
페럼홀을 가득 채운 채 김민규 저자는 사람들이 가진 부동산에 대한 편견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주제에 들어갔다.
1. 인구 감소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다.
2. 7억 이상의 아파트 신규 분양 가격은 과열된 것이다.
3. 역삼동 집값이 공덕동 집값보다 당연히 비쌀 것이다.
4. 낡을수록 아파트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5. 평당 4,400만 원의 집 값은 투기의 산물이다.
“여러분은 이 명제들이 몇 개나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세요? 전부? 아니면 2, 3개? 제 생각에는 모두 틀린 말입니다. 날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공덕동 집값이 역삼동 집값보다 비쌀 수도 있고 아파트가 낡았다고 꼭 가격이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7억 이상의 신규 분양가격, 평당 4,400만 원의 집값이 시장 질서를 따르는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김민규 저자는 이 편견들이 잘못된 이유를 설명하며, 인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인구부터 짧게 말씀 드릴게요. 0~20세 인구가 15년 사이에 1,30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주택시장에는 아직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습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30~65세 인구는 500만 명이 늘어났거든요. 그래서 총인구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한 집에 3.2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2.4명이 삽니다. 자연스럽게 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죠. 마지막으로, 한 사람 주거면적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욕구하는 바가 점점 커지는 거죠. 물론 언젠가는 인구가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현재, 그리고 당분간은 주택이 부족 할 수밖에 없어요.”
저자는 마포구를 시작으로 서울 각 지역 아파트 가격 그래프를 제시했다. 가격대는 지역별로 다르게 형성되어 있었지만, 공통으로 유사한 경향이 드러났다. 연식이 오래될수록, 입지가 좋을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았고 그 가격의 격차는 규칙적으로 나타났다. 김민규 저자는 아파트 가격이 단순 투기 때문에 휘둘렸다면 이런 일정한 경향성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거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가격이 단순히 거품이고 투기에 의한 장난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신축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 가격이 같다고 하면 다들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10년 안에 지은 신축 아파트는 서울에 30만 개예요. 경쟁이 문제라는 거죠. 투기가 문제가 아니라. 7억이라는 가격을 생각해 보죠. 예를 들어 제가 가진 아파트가 6억이라고 칩시다. 거기에 5년 살면서 1억을 모았어요. 그럼 7억짜리 아파트 갈 수 있죠. 돈을 열심히 모으고 가진 순 자산으로 집을 살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집을 팔아서 집을 삽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집값이 형성되어 왔고 이미 공고한 매트릭스를 짜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8ㆍ2 부동산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봅시다. 20대 중후반 사회 초년생이 5년 동안 돈을 열심히 모았습니다. 배우자까지 해서 1억 5천만 원~2억 원 정도 모았다고 치죠. 그리고 지금은 돈이 없지만, 담보대출 내서 3.5~4억 집을 하나 마련해서 맞벌이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죠. 계속 그렇게 돈을 모으고 이사하다 보면 비싸고 좋은 집에 살 날이 오겠죠. 한 20년 열심히 일하다 보면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뭐죠? 이제 연봉 6천 정도 맞벌이는 실수요자로 안 보겠다, 이겁니다. 그리고 LTV/DTI를 40%로 묶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예로 든 청년은 4억짜리 집 못 사게 되었어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전세자금대출 내서 4억 5천 전세 들어갔어요. 내지는 대출 없이 전ㆍ월세 들어갔어요. 이대로 몇 년 지난다고 칩시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전세, 월세만 올라가죠. 그럼 그동안 집값은 가만히 있을까요? 이 사람이 집값의 사다리가 움직이는 걸 따라갈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 내 대출은 이제 40%로 묶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놓은 대책이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게끔 유도를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 월세 인상률을 5%로 묶겠다, 이거죠. 이 대안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제 전세 구하기도 힘들겠다’ 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제 전세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그런데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는 대책에 하나도 안 들어있어요. 그럼 다들 전세를 구하러 가겠죠. 좋은 지역에 전세를 구하려면 번호표를 뽑아야겠죠.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너무 많은데 가격은 거기서 거기니까요. 아니면 전세청약제도라도 만들어야 할지도 몰라요. 모든 정책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5년만 버티자.’인 것 같아요. 과연 이런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문제 지적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데? 많은 분이 물어보세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 30년을 바라보는 수많은 아파트를 재건축해야죠. 지금 재건축 못 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재건축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이 돈을 착복하지 않을까? 조합원들이 엄청난 이득을 챙길까 보지 않을까?’ 이런 걱정 때문이죠.
그럼 재건축을 하되, 규칙을 잘 정하면 돼요. 재건축 사업이 일어나도록 유도를 하되 이익을 적정하게 제한하는 거죠. 그리고 35층 규제를 풀어서 50층까지 올리면 물량이 수요에 맞게 공급이 될 거에요. ‘너희 이득 봐라. 그런데 어느 정도까지만. 대신에 거기서 나오는 물량은 일반 분양을 한다. 그리고 그 분양가는 우리가 시장 가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묶을게.’ 정부에서 이렇게 정해버리는 거죠. 그게 한두 군데만 해서는 의미가 없어요. 재건축으로 인한 물량들이 몇만 가구 들어온다는 확신이 부동산 시장에 돌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비싼 아파트들도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겠죠. 그런데 정부가 약간 겁을 내는 거 같습니다. 재건축을 허용해버리는 순간 통제를 못 한다는 걱정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8?2 대책을 내놓아서 묶어버리는 방향으로 결정한 거죠.”
정부의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서울에 집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표를 봤을 때 저평가된 아파트를 찾기는 정말 어려울 겁니다. 말씀드린 대로 가격이 이미 치밀하게 구성돼 있거든요. 그런데도 틈새가 벌어져 있는 곳이 가끔 있어요. 그런 걸 잘 주시하셔야겠죠. 대출규제가 돼서 서울에 집 사는 건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는데, 작년 LTV 평균이 50.5%였습니다. 이번에 40%로 묶였죠. 그러니까 대부분 평균적으로는 10% 정도만 잘린 셈입니다. 서울에 아파트를 갖는 게 어려웠고, 앞으로 조금 더 어려워지겠지만, 지금이라도 가지도록 해보시면 가능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8ㆍ2 대책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대변이라도 하듯, 강연이 끝난 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서민들은 그 정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기사를 보면 8ㆍ2 대책 이후에 정부와 시장이 대치하는 국면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카드로 정부가 보유세를 인상할 거라고 하는데 그런 정책이 시행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정책이 시행되면 2주택 이상 가진 사람에 큰 부담이 될지 궁금합니다.
보유세에 대해선 정부가 굉장히 신중하게 보고 있거든요. 증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참여정부 때 너무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어서요. 아마 이렇게 갈 확률이 높죠. ‘1가구 2주택자는 올리지 않겠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역풍이 감당이 안 되거든요. 보유세 자체가 부담이 크진 않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가 돼요. 그렇다고 1가구 2주택자를 제외한 다주택자에 대한 증세도 어려워요. 여러 해 동안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종부세 합산을 배제해주겠다고 공언을 해둔 상태거든요.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번복하기는 어렵죠.
정리하자면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증세는 대단히 어려워 보이고, 임대사업자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는 건 시장에 잘못된 충격을 줄 가능성이 너무 커 보입니다. 그리고 보유세 자체가 높지 않아 단위 보유세를 올리는 건 실질적 충격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에서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들에게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유도하는데, 저자분께서는 급매가 실제로 출현할 거라고 보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분명 매물이 나오긴 할 겁니다. 실수요자에게 그게 어느 정도의 기회는 되겠죠. 그런데 최근에 부동산 시장을 보다 보면, 전체 시장 대세보다 지역 내 미시적인 상황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측이 어렵죠. 매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얼마에 나올지는 신도 모르죠. 질문자께서 관심이 있는 지역이 있으시면 시야를 좁혀보시고 계속 주시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매물이 나오면 직접 가서 확인하시고 잡아야 할 기회인지 아닌지 잘 판단해보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를 사고 싶어서 둘러보고 있는데요. 교통이 좋은 지역인데 오래된 아파트, 교통이 좋지 않은데 신축 아파트가 매물로 있는데 어느 쪽이 좋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자님의 책을 보고 점수를 매겨봤는데 두 아파트가 비슷하게 나왔어요. 이 경우에 제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사람마다 다르죠. 미국에서 과거부터 부동산 가격을 일반화해서 측정하려는 연구가 있긴 했습니다. 저도 연구를 참고해서 연도별 데이터로 분석하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고요. 그게 일반론으로 정리가 됐으면 전 아마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겠죠. (웃음) 사람마다 상황이 너무 다르고, 질문자분이 필요로 하는 조건이 있으실 거에요. 안심하셔도 될 점은, 그 가격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미 계산을 치밀하게 해서 책정된 가격일 테니까요. 그 점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국, 내게 중요한 조건이 아이 교육인지, 교통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타협할 수 있는 조건과 아닌 것을 정리한 다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쪽으로 고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직장인이신데 어떻게 부동산에 대해 깊게 분석을 하고 사이트도 운영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쑥스럽네요.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어릴 때부터 데리고 다니면서 부동산에 눈을 띄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제 아내의 지지와 지원 덕이었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매년 부동산 가격을 적어두면 후에 좋은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운이 잘 맞아서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공급 대책도 내놓을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서울 시내는 말씀대로 어려워 보이는데 어떤 식의 공급이 이루어질까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정부는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정부는 개개인이 집을 가지는 순간 집이 욕망의 도구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거대 기업이나 자본에 집의 소유를 맡겨두는 식으로 프레임을 재편하기를 원하고 있고요. 지금 말씀드린 첫 번째 대책은 실질적인 공급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 실질적인 공급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서 하겠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1년에 17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지금 동탄 신도시 물량 남아돈다는 게 12만 호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17만 호씩 5년을 한다고요? 어디에 할까요? 저는 그 복안을 보고 싶어요. 그게 과연 우리가 얘기하는 아파트일까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식의 공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정부의 속내는 제 생각에 ‘경기도로 나가’입니다. 저는 실질적인 아파트 공급 대책은 없다고 봅니다.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김민규(구피생이) 저 | 위즈덤하우스
저자는 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들, 즉 직장까지의 접근성, 연식, 지형, 학군, 생활환경, 단지 규모, 아파트 브랜드, 발전 가능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아파트 가치를 스스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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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구피생이)> 저14,400원(10% + 5%)
월급쟁이일수록 절대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서울의 아파트에 투자하라! 한 번에 수천만 원씩 오르는 전세금을 맞닥뜨릴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맞벌이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도 1년에 3,000~4,000만 원 모으기가 빠듯하고, 그렇게 10년을 모아도 살고 싶은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운데, 3~4년쯤 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