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어느 날 질병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아픈 몸을 살다』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작은 책이 한때 아팠거나 지금도 아픈 사람들, 그런 이들을 가까이에 둔 사람들, 그리고 아픈 이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료진 등에게 살아 있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꽤 괜찮은 실용서로 쓰였으면 하는 마음 크다. (2017.08.17)

 

1.jpg

 

주위에 아픈 사람 한둘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여든을 넘은 부모님이 있는, 쉰 초반의 나에게 아픈 존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질병, 고통, 죽음을 다룬 책들이 한결 익숙해지고 친숙해졌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아픈 몸을 살다』를 만났다.

 

자신 역시 중병을 앓은 적이 있는 번역가 메이를 통해 소개받은 이 책은 곧바로 봄날의책 목록에 포함되었다. 책 속에는 되읽고 외우고 싶은 구절이 무척 많았다. 아픈 몸을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몸으로는 쉽지 않은 성찰이 곳곳에 있었다. 이 책이 백인 지식인 남성 아서 프랭크의 특별한 생존기가 아니라, 아픈 몸을 사는, 그들을 돌보는 사람 모두와 만나는 책이 되면 참 좋겠다 싶었다. 그때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이 주위에 있었다. 고통과 질병과 죽음을 다룬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했던 올해, 작년의 날들이 떠올랐다. 모임의 공동대표 김영옥, 전희경 선생에게 바로 ‘추천의 글’을 청했다. 아픈 몸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야기가 책 속에서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바뀌었으면 싶은 마음에서. 우연찮게(!) 두 분 모두 중병을 앓았던 적이 있고(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고), 또 그중 한 분은 중병 때문에 소중한 존재(어머니와 반려동물)를 떠나 보낸 사연이 있었다.

 

또 하나, 표지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하고 싶다. 원래는 고갱의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이라는 성화(聖畵)를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너무나 종교적인 그림의 분위기가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겠다 싶어, 그것을 모티프 삼아서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그린 김효은 작가가 자기 식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혹시 들었다면 그런 배경 때문이리라.

 

‘아프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닌 상태, 새로운 삶의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관계 모두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은 책이 한때 아팠거나 지금도 아픈 사람들, 그런 이들을 가까이에 둔 사람들, 그리고 아픈 이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료진 등에게 살아 있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꽤 괜찮은 실용서로 쓰였으면 하는 마음 크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박지홍(봄날의책 대표)

봄날의책에서 책을 만듭니다.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저/<메이> 역11,700원(10% + 5%)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유려한 문장으로 밝힌 책! “아서 프랭크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솔직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자신의 경험 안으로 안내한다. 그는 질병 경험을 에두르지 않고 직면하면서 통과하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보여준다.” 『아픈 몸을 살다』는 『몸의 증언』의 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