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자 해독제가 없는 사랑 이야기”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간 기념 간담회 인간의 본질인 사랑을 탐구하고 싶어
소설을 쓰는 동안 책상 앞에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문장을 붙여놨습니다. 바람은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려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7.08.10)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이자 국회의원, 건국대 석좌교수인 김홍신의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간을 기념해 8월 8일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1976년 등단 이후 『인간시장』 『칼날 위의 전쟁』 『내륙풍』 『풍객』 등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던 김홍신은 제 15대, 제 16대 국회의원을 마치고 『김홍신의 대발해』 집필활동에 전념하기도 했다. 주로 선 굵은 사회 고발이나 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에 집중했던 그가 2015년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사랑』 이후 2년 만에 다시 사랑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김홍신은 “소설을 읽는 게 바보일 만큼 지난 2년간 세상사가 소설보다 100배나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김홍신 작가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농담처럼 말씀드리면 반성문을 ‘글로벌’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글쟁이도 사실은 글로 벌 받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죄를 짓는 게 아님에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피해를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글을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저 자신이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습니다.”
“시대를 매섭게 비판하거나 바른 정신을 갖고 살면 블랙리스트가 된다”며 유감을 표한 그는, 작년이 데뷔 40주년이어서 이 소설을 쓰고 조촐한 잔치를 하려 했으나 탄핵정국 등과 맞물려 결국 여름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2007년도에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몇 년간 두문불출하면서 우리 민족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김홍신의 대발해』 작업을 하면서 3년 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후 소설을 쓸 수 없었는데, 그 바람에 몇 가지 마음공부를 하면서 수필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소설가는 소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2015년 『단 한 번의 사랑』을 겨우 썼습니다. 옛날 같으면 제 나이는 귀신에게 시비 걸어도 괜찮을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영원한 숙제이자 해독제가 없는 사랑 이야기를 정말 쓰고 싶었습니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 에는 리노와 모니카,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톨릭 사제가 되기를 꿈꾸었던 고등학생 리노는 성당의 반주자인 모니카에게 반한다. 어머니는 리노가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면서 모니카에게 공부를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7살의 나이 차이를 두고 연인처럼 가까워진다. 모니카는 약혼자의 만행과 나이 차를 이유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만, 마음만큼은 서로가 여전히 좋아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로 사랑과 용서라는 영적 사탕을 함께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책상 앞에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문장을 붙여놨습니다. 바람은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려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7년 말 논산에는 김홍신 집필관이 들어서고, 내년 말에는 김홍신 문학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김홍신은 “죽는 날까지 글을 쓰고 제자들 바라지를 하라는 하늘의 명령”이라며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더 정진해야겠다고 밝혔다. 죽는 날까지 만년필을 손에 들고 죽고 싶다는 포부였다.
2년 만의 장편소설이 다시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 이야기를 집중해서 쓸 계획인가요?
사랑의 본질에 관해 정답이나 해답을 내리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제가 괴로울 때 마음공부를 하느라고 면벽도 한 3일 해 보고, 명상수련도 해 봤는데 그럴 때마다 가장 가슴 속에 크게 남는 게 사랑이라는 낱말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인류가 사라질 때까지 숙제로 남을 것 같아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물론 역사를 규명하는 소설, 민족사를 정리하는 소설, 남과 북을 합일하는 통일에 관한 소설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관한 소설을 계속 써야 하고 쓸 것 같습니다.
정치가로서는 작가가 아닌 무서운 독설가의 이미지였습니다. 정치인이기 전과, 정치를 하고 난 뒤 집필할 때와 차이가 있습니까?
정치할 때는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다시 글쟁이로 돌아갈 때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매서운 역할을 했고, 국회의원을 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국가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파헤쳤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서 가장 소중한 민족사 중 하나인 발해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이를 먹고 돌아보니 사회 비판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본질에 관한 깊은 구조를 다뤄보자는 생각 때문에 사랑으로 돌아왔다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태그: 바람으로 그린 그림, 사랑, 인간의 본질, 김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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