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슬로우다이브, 과거의 영광은 현재진행형

슬로우다이브(Slowdive) 〈Slowdiv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오랜만의 등장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현재진행형으로 풀어낸다. 감각을 잃지 않았고 더하면 더했지 덜어내지 않은 이음새로 무장했다.

2.jpg

 

끊어졌던 밴드의 연혁이 22년 만에 시작된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Loveless>에 대적하는 슈게이징 명반 <Souvlaki>로 끝없이 회자되던 그들이 그와 닮은 음반을 가지고 기습적으로 돌아왔다. 과하지 않은 몽롱함과 비교적 소화 가능한 노이즈는 그들의 여전한 강점. 여기에 어느 때보다 잘 들리는 선율과 음반의 집중력을 높이는 찰진 드럼의 배합은 그간의 공백을 말끔히 봉쇄한다.

 

1990년대 타오른 슈게이징 광풍에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약간은 실험적이고 조금은 마이너한 성향을 품었다면 슬로우다이브는 그 진입장벽이 낮았다. 유지하는 장르에 비해 덜 지저분한 소리 때문에도 그랬고 팝이라고 하기에는 과하지만 선명하게 울리는 ‘팝적인’ 멜로디 때문에도 그랬다. 멤버의 변화 이후 앰비언트 성향이 짙게 나타난 3집 <Pygmalion>을 제외한 모든 앨범은 이 같은 특징을 끌어안은 슈게이징 입문자들을 위한 첫 교재나 다름없다.

 

신보에서 반가운 지점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자신들의 특징적인 센스를 놓치지 않고 발휘한 앨범은 오히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거둔 <Souvlaki>에서 한 발짝 나아가 조금 더 편안한 소구력과 탄탄한 호흡을 가진다. 데뷔작 <Just for a day>가 전반적으로 비슷하나 그럼에도 독창적인 멜로디로 맛을 냈다면 소포모어 <Souvlaki>는 거기에 조금 더 앰비언트적인 질감을 녹여냈고 4집인 이번 앨범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결 흥겹고 밝은 분위기를 만든다.

 

이 변화는 속도감 있는 드럼의 전면화와 선율의 무게감에서 드러난다. 전체적인 구성을 지루하지 않게 몰고 가는 드럼의 타격감은 초반 호흡의 합을 이끄는 매력 포인트다. 리듬감에 맞춰 터지는 멜로디 기타의 캐치한 선율 또한 주지해야 할 요소. 이는 피아노 아르페지오로 골격을 다진 「Falling ashes」를 제외한 모든 곡에서 힘을 유지하며 듣는 맛을 높인다. 특히 「No longer making time」의 기타 리프는 포스트록의 기조와 어우러져 호흡 면에서나 구성 면에서 만듦새 좋은 훌륭한 곡이다.

 

오랜만의 등장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현재진행형으로 풀어낸다. 감각을 잃지 않았고 더하면 더했지 덜어내지 않은 이음새로 무장했다. 여태까지의 디스코그래피를 꼼꼼히 살펴 유지와 보안과 발전을 적절히 해낸 양 매끄럽고 매력적이다. 장르 입문자를 위한 무난한 교재이자 듣기는 쉽지만 따라 하기는 어려운 마스터피스. 이번 여름 그들이 한국을 찾는다는데 ‘떼창’은 어렵더라도 우리를 때로 물들일 만큼의 농축된 내공이 담겨있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