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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레바퀴를 음악으로 풀어낸 이그니토

이그니토 〈G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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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스스로를 어둠의 세력에 합치시키고 있는 이그니토는 주류보단 인디펜던트 구역 내에서 그만의 메시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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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대지의 여신으로 불리는 가이아(Gaia)를 상징 삼아 세상의 수레바퀴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자연의 탄생을 표현한 「Genesis」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불모지대」와 「Metal rising」 등 모든 트랙들은 만물의 이치와 역사적 질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전히 속세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텔링은 1집 <Demolish>와도 일맥상통하며 그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는다.

 

전작이 1인칭 시점을 통해 겪은 폭력적 서사시였다면 본 앨범은 보다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의 순환을 기록한 통사이다. 세상이 탄생함(「Genesis」)과 동시에 절망은 기침을 토해내고 폐허가 된다(「볼모지대」). 이러한 타락과 거짓을 전복시키며 희망을 꿈꿔보지만(「Metal rising」) 그 또한 또 다른 배역임을 깨닫는다(「Sun」). 오히려 진실한 혁명가는 태양의 찬란함과 정반대에 서있는 달의 광기로부터 기원하는 듯하다(「Moon」). 창조의 순수함은 꽃 한 송이와도 같은 것(「Flower」). 태초의 어머니 품으로부터 근원한 희망은 결핍을 산화시키지만(「Maria」) 결국 이별은 불가피하다(「Dear Jane Letter」). 이에 굴하지 않고 악마의 형상을 띈 채 다시 나아가는 그(「Evil March」), 결국 모든 것이 소멸된 빈 광야에 빗줄기가 마른 땅을 적시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킨다(「Rain」).

 

이렇듯 구체적인 주제의식과 변화된 관점을 통해 전작과 차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만족도를 저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하향된 프로듀싱이다. 하드코어 힙합을 기조로 강렬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를 추구해온 그는 파워풀한 감각의 록 사운드를 도입함으로써 인상적인 감상을 선사해본다. 하지만 앨범 전반에 걸친 밋밋한 디깅은 단순반복적 비트 체계를 불러일으키며 각 곡의 오리지널리티한 매력을 온전히 뿜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별한 감정적 격동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Genesis」의 현악반주, 「Moon」 드럼 타격의 무름 등이 그러하다. 여러모로 영민한 비트메이킹을 선보였던 랍티미스트와 마일드 비츠의 아성이 더욱 두텁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일관된 형이상학적 구사과 래핑으로 듣는 이에게 감명을 주는 이그니토. 줄곧 스스로를 어둠의 세력에 합치시키고 있는 그는 주류보단 인디펜던트 구역 내에서 그만의 메시지를 낸다. 현실의 허위를 드러내는 본 앨범 <Gaia> 역시 예술가로서 그의 정체성을 완연히 발현한 셈이지만 전작과 중복된 감성과 더불어 퇴보된 음향적 성취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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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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