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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노르웨이 아티스트, 캐시미어 캣
캐시미어 캣(Cashmere Cat) 〈9〉
1970년대 록부터 앰비언트, 힙합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신의 개성 아래 뭉치게 만드는 독단. 이러한 고집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낯설다. 잠깐의 적막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듯 시종일관 빈 층위 없이 소리로 가득 찬 앨범은 선뜻 여유를 내어주지 않는다. 고전 게임에 등장할 법한 뿅뿅거리는 효과음, 유리 깨지는 소리, 양철북으로 두드리는 리듬 등 감상과는 거리가 먼 사운드 스케이핑은 일종의 ‘거리 두기’다. 이질적인 소리의 합이 만들어내는 조화라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실험적인 사운드는 포스트 록적인 면모를 보인다. 일상의 잡음과 노이즈는 이미 전작에서부터 시작됐다. 금속 질을 두들기거나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는 「Rice rain」과 「Pearls」에서 시도했던바. 「Plz don’t go」를 채우는 다양한 효과들은 이모전 힙(Imogen Heap)이 음악을 구성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신시사이저로 멜로디를 간단히 만들고, 우리가 간과하는 주위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다.
다만 이전과의 차이라면 더욱 극대화된 낯섦과 동시에 이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으로 팝의 문법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트랙 리스트를 훑어보면 아리아나 그란데, 셀레나 고메즈 외에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피쳐링을 맡았다. 부피가 확실히 커졌다는 방증. 「Infinite stripes」는 타이 달라 사인의 보컬을 겸한 래핑으로 제법 듣기 좋은 슬로우 잼을 들려주고, 「Trust nobody」는 완전히 메인 스트림 래칫이다.
캐시미어 캣이 노련한 점은, 그의 음악이 대형 가수에 매몰되지 않도록 꾀한다는 것. 그는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어 피쳐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한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음색에 0과 1의 모자이크를 입혀 인조적인 보컬을 만들고, 브라스처럼 겹치는 코러스와 금속성의 퍼커션이라는 기괴한 조합에 확실한 멜로디 라인으로 캐시미어 캣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노르웨이 아티스트는 소리를 주조하고 쌓아가는 데 탁월하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투 체인즈, 베니 블랑코와 작업하며 꾸준히 인지도를 쌓았고, 그 인연으로 히트 메이커 베니 블랑코는 캐시미어 캣의 개성에 달콤한 포장지를 씌워 소구력을 높였다. 1970년대 록부터(「Victoria’s veil」 후반에는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곡 자체가 등장한다!) 앰비언트, 힙합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신의 개성 아래 뭉치게 만드는 독단. 이러한 고집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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