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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재능과 노력과 ‘노오력’.

이 책,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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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출간되는 도서들을 접하다 보면 아마존 1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단 책들을 만난다. 유명 작가의 신작 소식도 한발 빨리 듣게 된다. 이 책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한국에 번역 출간되기도 한다. 혼자 알기엔 너무나 핫한 소식들, 알려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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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장편 소설 “꿀벌과 멀리서 울리는 천둥(蜜蜂と遠雷)”이 일본 156회 나오키산주고상 수상에 이어 2017년 올해의 서점대상 1위를 차지했다. 서점대상은 매년 일본 전국의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로 골라 선정한다. 2004년 설립되어 그 역사는 길지 않지만, 역대 수상작들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어서 발표 때마다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특히 온다 리쿠는 2005년에도 “밤의 피크닉”으로 서점대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 이번 수상은 서점대상 사상 최초로 한 작가가 두 번째 수상했다는 의미도 있어서 평소보다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구상에 12년, 취재에 11년, 그리고 집필에 7년이 걸린 끝에 온다 리쿠가 내놓은 이번 소설은 피아노 콩쿠르를 무대로 한 청춘군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년마다 열리는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는 1위를 거머쥐는 자가 세계 최고봉의 콩쿠르에서도 우승한다는 징크스가 전해진다.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유명 음악가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소년 가자마 진, 한때 천재소녀라 불렸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에이덴 아야, 음대를 나왔지만 지금은 평범한 샐러리맨인 다카지마 아카시, 그리고 음악 엘리트 코스를 밟는 마사루 카를로스 등이 요시가에 콩쿠르에 도전한다. 3차에 걸친 예선, 그리고 본선까지 쉽사리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개성 넘치는 피아노 선율이 격돌을 벌인다.

 

보통 경기장이나 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현장의 뜨거운 공기와 눈 앞에서 펼쳐지는 뛰어난 기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소설은 열띤 경쟁을 종이 위의 활자로만 그려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 소설에서 온다 리쿠는 무대 위를 클로즈업하듯 묘사하는 동시에, 무대 밖의 모습도 파노라마처럼 두루 담아내며 요시가에 콩쿠르의 군상극으로 재편하는 방법을 택했다.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 크고 작은 좌절과 성취는 등장인물들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을 다양하게 물들이고 그 뒤에 숨은 각자의 드라마가 하나씩 펼쳐진다.

 

무대가 거듭되면서 점점 천재적 재능의 대결이라는 기본 포맷이 반복되는데, 순정 만화나 스포츠 만화, 영화, 혹은 각종 중계 방송 등에서 봐온 듯한 데자뷔를 떨칠 수 없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미소년과 미소녀, 과거의 신비한 인연, 신비로운 교감에 대한 동경 어린 묘사가 나올 때에 특히 그렇다. 하지만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별명답게, 온다 리쿠는 이야기의 왕도를 걸으면서도 곳곳에 변주를 가한다. 예를 들어 취미로서의 음악을 계속해 오면서 '평범한 사람의 음악은, 음악만을 생업으로 삼는 자의 것보다 열등한가? ' 하는 의문을 품어온 아카시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천재들이라도 각자 고민을 안고 있는 모습에는 고개를 끄덕일 부분도 많다.

 

안타깝게도 지금 세상은 '노오력'을 함부로 강요하고 열정을 교묘하게 악용한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힘을 아껴뒀다가 최선을 다해야 할 무대는 어떤 것인지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콩쿠르에서도 결국은 결과가 정해진다. 제 아무리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해도, 무대의 불이 꺼지면 2등 이하는 우승 타이틀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결말을 맞이할 때까지 객석을 지키고 있다 보면, 재능과 재능이 부딪히며 새로운 영감이 탄생하는 지점이 보인다. 가치 없는 노력을 종용하는 곳으로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면 내 걸음의 끝은 어느 무대로 이어져야 할 지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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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찬(도서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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