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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가능할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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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다가오라. 페미니즘이 당신과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지켜보라.

페미니즘 도서 사진.JPG

 

한 소년이 “페미니즘이 싫다”며 IS로 떠난 일을 두고 한 칼럼니스트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칼럼을 쓴 뒤, 한국 사회에서는 들불처럼 페미니즘이 번지기 시작했다. ‘주간 페미니즘’이라 불릴 정도로 페미니즘 관련서가 쉴새없이 출간되고, 이런 책을 읽고 눈을 뜬 많은 여성들이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고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얘기하면 ‘메갈’이니 ‘프로불편러’니 할 정도로 페미니즘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여전히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페미니즘이 정말 ‘남성혐오자’들이 외치는 여성만을 위한 운동인 걸까?

 

지인과 페미니즘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가 “벨 훅스가 쓴 『행복한 페미니즘』이라는 책이 있는데,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된 책이라 아쉽다”고 해서 궁금함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얇은 책에서 이렇게 폭넓게 페미니즘을 다루다니’ ‘이렇게 압축적으로 페미니즘 이론을 정리해주다니’ 하고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절판된 상태로 두기에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기에 얼른 판권을 알아보고 새로운 모습으로 편집을 시작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Feminism is for everybody)’이라는 원제를 살려서 말이다.


미국 중남부의 흑인 격리 지역에서 태어나 가부장제 가정에서 자란 벨 훅스는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되고, 인종과 성별 등 모든 차별에 저항하며 계급, 인종, 자본주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써왔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꾸준히 써온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지만, 그녀는 페미니즘 이론이 “너무 학술적”이라거나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투성이”라는 불만을 거듭 듣게 된다. 어떻게든 모두에게 페미니즘 정치를 이해시킬 수 없다면 페미니즘 운동은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한 벨 훅스는, 축약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잘 읽히는 페미니즘 책이 나오면 좋겠다 하고 기다린다. 그렇게 20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써주지 않았기에 결국 자신이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서로는 120페이지 남짓, 한국어판도 260페이지 남짓인 이 얇은 책 안에는 여성의 몸, 여성에 대한 폭력, 연애와 결혼, 양육, 일터에서의 여성 등 여성의 삶 전반에 걸친 페미니즘 정치와 그 실천에 대한 이야기가 쉽고 간결한 문체로 명쾌하게 소개되어 있다. ‘페미니즘 독서 클럽’을 통해 다양한 페미니즘 관련서를 공유하고, UN 여성 인권 신장 캠페인인 히포쉬(HeForShe)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페미니스트로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엠마 왓슨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읽은 후 벨 훅스와 교류를 이어가며 “벨 훅스와의 페미니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벨 훅스는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페미니즘에 대해 써내려간다.

 

벨 훅스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것이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보여주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혐오운동’이 아닌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임을 거듭 강조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끔 돕는, 나아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해방운동임을 보여준다.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전한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란 게 한국 사회에서 가능할까? 아직은 더 많이 설치고 말하고 생각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씩 페미니즘을 향한 이러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질수록 조금 더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조금 품어본다.

 

“한 걸음 더 다가오라. 페미니즘이 당신과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지켜보라. 더 가까이 다가와 페미니즘 운동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라. 더 가까이 다가오라. 그러면 더 잘 보일 것이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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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혜지(문학동네 편집자)

낮에는 책을 만들고 밤에는 책을 읽는 사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저/<이경아> 역/<권김현영> 해제11,700원(10% + 1%)

명료하고, 간결하고, 쉽다! 벨 훅스가 쓴 페미니즘 입문서 페미니스트 하면 한 무리의 성난 여자들, 남자를 혐오하는 여자들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쉽고 간결한 페미니즘 입문서. 난해한 학술용어가 아닌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여성의 몸, 여성에 대한 폭력, 연애와 결혼, 양육, 여성의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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