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주차하기, 가능해?
『차덕후, 처음 집을 짓다』 김준선 저자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집 짓는 책입니다. 그 집이란 실내주차주택입니다. 그러나 실내주차는 양념이고, 집 짓기는 주제일 뿐, 책을 통틀어 전하고자 하는 숨겨진 핵심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차덕후, 처음 집을 짓다』는 서울 아파트 전세값도 안 되는 예산으로 ‘실내주차’라는 자신의 오랜 로망을 이룬 저자의 모든 노하우를 녹여낸 건축기다. 도심 속 숨은 땅 찾기부터 가족들의 꿈을 반영한 공간 설계, 초짜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시공 꿀팁과 레알 현실적인 예산, 짠내 폴폴 나는 지출 등 실제 건축주의 입장에서 집 지을 때 정말 궁금했던, 땅 매입부터 입주까지의 모든 비용과 과정을 알기 쉽게 담아냈다.
자동차 전문 기자 출신이자 2만 팔로워의 네이버 포스트를 운영하는, 소위 ‘자동차 덕후’인 김준선 저자는 일본 자동차 디자인회사 출신이다. 영국 BBC <Top Gear> 한국판 에디터였으며, 한국에 팔지 않는 희귀차를 가져와 직접 국가 인증을 받았다. ‘덕후’가 아니라도 책을 읽다 보면 묵혀놨던 오랜 꿈을 실행에 옮기고 싶은 뜨겁고 신선한 두근거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개러지하우스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개러지하우스 자체는 특별한 개념이 아닙니다. 그저 차고 있는 집을 뜻하는 단어기 때문입니다. 단독주택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는 집주인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더 많은 종류의 주택들이 있습니다. 개러지하우스도 요구에 맞춰 더 다양한 모양과 구조로 발전해 나갔는데, 그 가운데 집 안에서 차가 보이거나, 심지어 집 안에 자신의 차를 덩그러니 주차하는 집들도 생겨난 것입니다. 저희 집도 이런 구조이고요. 이런 집을 지칭하는 별도의 단어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래서 ‘실내주차주택’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서 책에 써보았습니다.
직접 집을 지어 살자는 요구와 실내에 차를 주차하는 설계에 부모님, 자녀, 아내의 반대는 없었나요? 어떻게 설득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집 짓기까지 아내와 어머니를 향한 고단하고 집요한 설득과정은 책의 주요 재미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실내주차 때문에 집의 다른 부분이 좁아지는 단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자동차 때문에 다용도실이 좁아졌다고 투덜투덜 합니다. 하지만 제가 워낙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고, 자동차관련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아내 모두 그 부분은 불가침영역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의 자동차 라이프에 관해 참견하는 일도 거의 없죠. 게다가 처음부터 실내주차주택을 짓고 싶어 집 짓기에 나선 것이라 그 핵심주제를 반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놀면서 재미로 땅 찾는 취미가 있었다고 적으셨습니다. 땅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요?
머리가 굳은 다 큰 어른이 억지로 공부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마찬가지고요. 억지로 하지 않을수록 좋습니다. 부동산사이트에 들어가 전국의 땅들을 휘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그 재미에 빠져드는 게 땅 구입의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건축가와 시공사를 찾는 팁도 궁금합니다.
같은 질문에 단어만 바꾼, ‘자신에게 맞는 애인과 배우자를 찾는 팁’과 완전히 같습니다. 논리적 방법은 없습니다. 완벽한 상대도 없습니다. 마음이 맞아야 합니다. 장점과 단점 모두 내가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대여야 합니다.
단독주택에서 살아봤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쓰셨습니다. 상대적으로 절대다수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단독주택의 장단점과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내 위아래에 아무도 없습니다. 밤 늦게까지 음악을 크게 듣든, 친구를 불러 파티를 열든, 아이와 쿵쿵거리며 뛰어 놀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내 주차장에 내 차밖에 없습니다. 밤 늦게 차 타고 나갔다 돌아와도 내 주차자리가 그대로 비어있고, 아침에 출근할 때 내 차 앞을 가로막은 이중주차 따위 없으며, 언제든 마음 내키면 음악 틀어놓고 DIY든 세차든 할 수 있는 내 차고가 있습니다.
아이 친구들이 많습니다. 시골 산속 전원주택이 아닌 이상, 단독주택 타운에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우리 어렸을 때처럼 아이들이 서로의 집을 들락날락하며 동네를 뛰어다닙니다.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다들 오래 살기 위해 집 지은 사람들이니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진학하며 진득한 친구가 되어갑니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곳이라 상대적으로 필지가 저렴했을 것 같습니다. 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가능한 방법일까요?
지하철은 없지만 분당과 강남까지 나가는 버스정거장은 코앞에 있습니다. 집에서 도보 3분이면 버스정거장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면 분당 정자역까지 20분, 강남까지 1시간 정도에 도착합니다. 아무리 차를 가지고 다닌다 해도, 대중교통을 탈 일은 적지 않습니다. 아예 시골의 전원생활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교통편의와 비용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밸런스를 잘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을 자랑해주시면서, 이 책을 읽으실 독자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 짓는 책입니다. 그 집이란 실내주차주택입니다. 그러나 실내주차는 양념이고, 집 짓기는 주제일 뿐, 책을 통틀어 전하고자 하는 숨겨진 핵심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꿈을 꿈으로만 남겨놓지 않는 방법’입니다. 자신만의 강력한 꿈을 갖고, 그걸 그냥 꾸고만 있지 말고, 벽이 있다면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비틀어가며 장애물을 뛰어넘고, 끝내 원하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그런 스토리가 담긴 책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많아져서, 유쾌한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단 첫 페이지만 열면, 당신의 한 시간을 순식간에 빼앗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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