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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당장 책상 위에서 시작하는 나만의 즐거움

취미의 방 『그래, 나는 연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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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일상에 지쳐 내가 소진되어간다고 느낀다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없는 것 같아 뭔지 모를 불안감이 찾아온다면? 나만의 취미를 가져보세요. 취미를 가진다는 건 삶에 여유를 한 스푼 더하는 것! 지금 이 시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있는 다양한 취미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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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미 삼아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돈도 없는데 언제 그런 거 해보지?"라는 한숨 섞인 소리가 돌아왔다. 돈 없고 시간 없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을 작은 자극제라면 그리 멀지 않은 데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령 연필을 너무 사랑해서 15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이 연필 애호가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래, 나는 연필이다』는 연필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실제로 다른 제목으로 방영된 적이 있는 다큐멘터리를 기획자가 취재 내용을 확장시켜 책으로 써냈다. 표지부터 강렬하게 온몸으로 책이 아니고 연필임을 주장하는 것만 같다. 새하얀 종이 위에서 자기를 새롭게 바라봐 달라고 연필이 말을 걸어 온다.

 

저자는 연필이라는 공통 소재를 두고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9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작가와 예술가, 애니메이터처럼 연필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박물관 관장처럼 예상 밖의 사람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면 역시 연필 깎기 전문가 데이비드 리스가 아닐까? 그는 말 그대로 연필을 깎아 주는 일을 한다. 당연히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 연필을 깎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필밥이나 흑연 가루도 버리지 않고 밀봉하여 돌려주는 것은 물론, 언제 어떤 연필깎이를 이용해서 어떤 형태로 깎았는지, 뾰족한 정도와 조도를 함께 기록한 보증서도 발행한다. 그가 사용하는 연필깎이 중에는 수십만 원짜리 수제품도 있다. 이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일에 맡겨진 연필만 연 평균 500자루. 자루 당 수만 원의 비용을 받는데도, 개중에는 바다를 건너 오는 것들도 있다. 그의 작업에 호기심을 보이거나 공감하는 사람이 그만큼은 있다는 뜻이리라.

 

흔하디 흔한 작은 사물에 대한 관심이 때론 우리의 삶을 환기시킨다. 데이비드 리스나 저자처럼 일 자체를 즐겨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보는 창에 덧씌울 스크린이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상가이자 문학가로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보는데 연필을 대입시키면 재미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원래 연필 공장 사장의 아들이었다. 문학가이기 이전에 공학자였으며, 실제로 연필을 생산하기도 했다. 그의 저작 중 [시민의 불복종]은 공학자로 일하던 시절 쓰인 것이기도 하다. 공장이라고는 해도 가내수공업 규모의 작은 공장이었기에 그가 사망한 이후 유지되지는 못했다. 운명이 약간만 틀어졌더라면 오늘날 스테들러 연필 대신 소로우 연필을 더 일상적으로 구경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재미난 상상을 하게 된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한 힌트는 추억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이유 역시 작은 실마리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칼로 연필을 깎곤 했는데, 항상 못생긴 결과물만 보다가 매끄러운 성공작을 만들었을 때 처음으로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이들이 연필에 이토록 애정을 보내는 것도 어쩌면 학생 시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익숙하게 들어왔던 사각사각하는 소리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 연필 예찬가들과 달리 글은 만년필로 써야 제 맛이라 생각하며, 손편지도 안 쓰는 요즘 세상에 디지털을 선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추억 조각 속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일이다. 당장 책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이 연필에 대한 탐구처럼, 돈도 시간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당신만의 마니아틱한 즐거움을 찾아보길 바란다. 그 순간 세상이 새롭게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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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연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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