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직원이 뽑은 (지극히 개인적인) 올해의 책
<월간 채널예스> 12월호 특집
올해가 가기 전에 놓치지 말고 꼭 일독하시길. 읽지 않고 좋은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묻는다면, 내심 "2016년 올해 헛살았다!"고 중얼거릴 수도.
한 해 동안 예스24 도서팀 신간 책상을 거쳐가는 책은 대략 5만 권. 40여 명의 도서 담당자들에게 2016년 출간된 도서 가운데 '올해의 책'을 뽑도록 했습니다. 한 권만 뽑는 게 무척 힘들다는 불평을 무릅쓰고 서점직원이 개인적으로 뽑은 올해의 책 15권을 소개합니다.
출처_imagetoday
김기옥 (11년차)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테리 이글턴 저, 이미애 역 / 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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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소설이나 시가 말하는 내용에만 집중한 나머지 작품이 말하고 있는 '방식'에는 무신경하지 않았는지.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은 이런 식의 독서는 작품의 '문학성을 제쳐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조, 분위기, 속도, 문장 구성, 장르 등 수많은 장치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기능하는지 다양한 작품을 예로 들며, 이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은 뒤엔 소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김태희 (11년차)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1』
트롤 글 그림, 김정화 역 / 미래엔아이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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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탐정은 아이큐 1104의 천재 탐정으로 조수 브라운과 함께 살고 있다. 홍차와 고구마 파이를 먹으며 신문을 읽는 걸 즐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뛰어난 추리력으로 어떤 사건이든 척척 해결한다. 엉덩이 모양을 하고 사뭇 진지하게 어른스러운 말투로 추리를 하다가 범인을 찾는 순간 얼굴로 방귀를 쏘아 대는 탐정이라니. 한 번 만나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탐정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김현주 (10년차)
『명견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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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어야 할 단 하나의 경제경영서를 뽑는다면, 단연 <명견만리>가 아닐까 싶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필수 교양이다. 전세계 6대륙 19개국 취재, 40여 명의 전문가들과 1만 대중이 함께 만들어낸 지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경제경영 교양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수연 (10년차)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저, 김지우 역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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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나 마르케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릴라'와 '레누' 라는 두 여성이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며 달라지는 인생을 담았다. 가난 속에 학업은 허락되지 않아 결혼을 선택해야만 했던 '릴라'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레누'에게는 폭력을 준비한 소설 속 세상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는다. 손꼽아 2권을 기다린다.
김규영 (10년차)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저, 이은선 역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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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펑펑 울다가 웃다가 말 그대로 얼마나 '쌩쇼'를 했는지 모른다. 볼일을 볼 땐 늘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녀의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오히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할머니. 늘 남의 평가를 신경 쓰라고 배워왔는데, 엘사의 할머니를 만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올해 내가 좀더 용감해졌다면, 이건 다 테러리스트 같은 이 분 덕분이다.
김성광 (9년차)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저, 김석희 역 /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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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종의 반항이다. "사람이라면 ~ 해야만 해."라는 말에 정면으로 대든다. 18년째 편의점 알바로 살고 있는 작가는 편의점 직원의 삶을 아주 단순한 스토리로 그렸다. "어떤 삶을 살든, 우리는 한 해를 살아냈고, 그건 그것대로 우리 안에 어떤 힘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있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는다. 읽는 맛이 좋고 생각이 단단한 글이다.
최지혜 (9년차)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저,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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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가치들은 모두 그림책에서 배웠다. 어른이 되면서 잊고 있었을 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남다른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창의력은 무엇인지, 상상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마다 비결을 털어놓는다. 함께 소개된 작가의 그림책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김도훈 (8년차)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저, 김명남 역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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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페미니스트'를 유별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올해도 헛산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유별난 사람이 아니다.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 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으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받고,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분명히 비정상이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다'가 아니라 '되어야' 한다.
박형욱 (8년차)
강윤정, 강정 등저 / 북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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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낯설다면 당신은 너무 열심히 살았다. '살았다'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업에 매진했다.' 정도로 정리한다면 말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어떤 날>은 '모든 여행은 꿈'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시인이 말하고 영화감독이 그린 여행을 담았다. 당신과 나를 그곳, 그때, 그 사람 곁으로 훌쩍 데리고 간다. 쉬어가도 괜찮다.
박숙경 (7년차)
한야 야나기하라 저, 권진아 역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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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지 안에 달걀껍질과 비실해진 양상추, 상한 스파게티, 그리고 네가 있었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학대의 연속인 유년시절을 겨우 통과해, 끊임없는 자해로만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믿을 수 있는 남자. 그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 벅찬 일이었다. 아슬아슬한 삶을 따라가서 결국 '희망 없음'에 도달하는 우울한 독서 경험. 그것을 아무것도 아닌 삶으로 치부할 수 없도록 치열한 흔적이 남는 불가사의한 소설이다.
김은진 (6년차)
『온전히 나 답게』
한수희 저 /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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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정말 좋은 친구가 있다. 친구 여럿이 모여 옛날 이야기를 할 때면 그녀는 모두들 잊어버린 작고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보여준다. 그녀의 머리 속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그 빛나는 구슬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렇다. 이 책 또한 하나 하나의 작고 소박한 행복들로 가득 차 있다. 빛 바래지 않도록 좋았던 날들의 구슬들을 잘 돌봐 온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김유리 (4년차)
『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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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견한 소설가 중 최고가 누구냐고 묻으면 최은영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써내려 간 단편들이 내게 준 삶의 섬세한 결들을 어루만지며 헤맸던 시간이 참 좋았다고 덧붙일 테다. 그 중에서 꼭 한 편을 꼽으라면 「씬짜오, 씬짜오」. 올해가 가기 전에 놓치지 말고 꼭 일독하시길. 읽지 않고 좋은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묻는다면, 내심 "2016년 올해 헛살았다!"고 중얼거릴 수도.
한유리 (1년차)
『나의 엄마』
강경수 글, 그림 / 그림책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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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고 당황할 수도 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어 하나만 썼다. 무려 스물 한 번. 아마도 모두가 입 밖으로 가장 많이 불러본 단어일 '엄마'. 따스한 그림과 함께 우리 모두가 공감할 우리의 엄마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든 책일지 느껴져서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다. 책을 덮고 난 후의 이 먹먹함과 뭉클함을 추천한다.
정일품(1년차)
『스프린트』
제이크 냅 등저, 박우정 역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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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프로젝트는 늘 그랬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다가 마감 기한이 닥친다. 긴 시간 준비했던 것들은 그저 기한 안에 끝내기 위한 몸부림이 된다. 『스프린트』는 구글의 수석디자이너가 직접 설명하는 프로젝트 수행법이다. 그 핵심은 1주일의 몰입이다. 구글만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실행하지 못하면 따라 잡히고,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신은지 (1년차)
『이게 정말 천국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고향옥 역 / 주니어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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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공책 한 권을 발견한다. 공책에는 천국에 대한 즐겁고 유쾌한 상상이 담겨있다. 한편으로 아이는 생각한다. 사실 할아버지는 죽는 게 두려우셨던 게 아닐까?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지만 울림이 큰 책이라 몇 권을 사서 주변에 선물했다. 반은 좋아했고 반은 슬퍼했다. 모두 고마워했다. 일찍 간 소중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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