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오늘, 작은 발견』 공혜진 저자
이제 자신에게로 눈을 돌려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거나,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 분들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공혜진의 『오늘, 작은 발견』은 독특한 책이다. 3년간 매일 거르지 않고 누군가 무심결에 흘렸거나 버려진 작은 사물을 주워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묶은 책. 『오늘, 작은 발견』은 이런 작디작은 사물들을 통해 기록한 일상의 사소하지만 특별한 모든 순간들을 담아낸 책이다. 공혜진 저자는 오랜 시간 수목원에 자라는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일상기록 공작가다. ‘사람’이 아닌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도 일상 속 작은 것들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오늘, 작은 발견』은 그간 쓰셨던 책들과는 어떻게 다른 느낌이 드시는지요?
무엇을 줍게 될지 모른 채 시작한 것이어서 더더욱 순간순간, 매일매일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에서 주우면서 자꾸만 주운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추리하면서 주변 사물들을 집중해서 바라보게 되고, 그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더 집중해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주로 자연물과 관련한 작업들을 했었는데 이번 책을 하면서 그간 가지고 있었던 자연물과 인공물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것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책을 만들 때 그런 의미에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줍게 될지, 무엇을 이야기하게 될지 알지 못한 채 땅에 떨어져 있는 것들을 주웠다”고 쓰셨습니다. 유독 많이 줍게 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길을 다닐 때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단추와 실핀입니다. 그리고 색색의 일회용라이터의 손잡이는 제가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눈에 불을 켜며 찾고 있습니다.
사람, 사물의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자연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업들을 하면서 누군가의 삶의 순간들이 어느 하나 그냥 있는 순간은 없다는 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순간들이 모여야 하나의 삶이 되잖아요. 화려한 꽃이 피었을 때 그것을 바라보며 감탄하곤 하지만 오랜 시간 그 식물을 바라본 사람은 그 꽃이 피기 전의 싹이었던 순간이나 잎들이 하나둘 나오던 순간들도 모두 기억하고, 그런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식물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는 아무리 하찮고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도, 대상 본인에게는 삶을 이루는 한 조각인 것이니까요. 그것은 생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모든 대상에게 마찬가지 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내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될 수 있으면 꼼꼼하게 씹어 느끼면서 살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수록 사진 중에 특별히 아끼는 사진이 있나요?
주워온 것들을 색별로 가득 모아 배열한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물들도 작고 많은데 하필이면 가장 더울 때 작업해서 힘든데다가 같이 사는 고양이가 자꾸 참여하고 싶어 해서 눈치 보면서 작업하느라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주은 공룡장난감과 곰 캔디를 틈꽃과 같이 찍은 사진도 기억에 남습니다. 집에 와서 모니터로 보니 공룡은 풀을 먹고 있고, 작은 식물에는 진딧물과 씨앗이 붙어있는 것이 보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춧속 사진이 인상 깊습니다. 너무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다른 사진의 느낌과 달리 생명이 느껴졌어요. 그 때의 상황을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신다면 어떤가요? 저 배춧속은 나중에 드셨나요?
엄마가 김치를 담고 계셔서 엄마의 눈치를 보며 빠르게 배춧속을 챙겼어요. 최대한 감탄을 더 크게 해서 엄마의 환심을 사면서 엄마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노력했습니다. 배추 명인이 배춧속은 김치에 넣지 말라고 했다하셔서 한참 줄 세워 놓고 같이 감탄하다가 된장 풀어 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책도 많이 모으시나요? 평소 가장 욕심을 갖고 모으시는 게 있다면요?
식물이나 동물 곤충 나무들의 도감들이나 자연물들을 잘 다룬 그림책이나 관찰기 같은 에세이들도 좋아합니다. 외국의 오래된 세밀화 작품집들은 한 번씩 서점에 가서 보며 군침을 흘리며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뭔가를 수집하고 계신가요?
여전히 줍는 버릇이 남아 여전히 줍고 있어요. 가을이라 거리에서 만나는 작은 나무나 식물의 열매, 씨앗들에 더 치중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요?
이제 자신에게로 눈을 돌려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거나,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 분들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는 너무 글 많고 지시가 많은 책이 힘들어진 분들이나, 주변에 사람 아닌 친구를 만들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작은 발견
공혜진 저 | 인디고(글담)
작고 거친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사랑하는 그녀가 3년 동안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한 일이 있다. 누군가 무심결에 흘렸거나 버려진 작은 사물들을 주워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이다. 『오늘, 작은 발견』은 이런 작디작은 사물들을 통해 기록한 일상의 사소하지만 특별한 모든 순간들을 담아낸 책이다.
관련태그: 공혜진, 오늘, 작은 발견, 일러스트레이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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