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모처럼의 '팝' 혹은 '팝 록' 앨범이다. 굳이 팝이라는 어휘를 동원하는 것은 감정선과 에너지의 적절한 배치와 균형잡기를 통해 근래 접하기 어려운 록밴드 음악의 '대중성'을 수확해냈기 때문이다. '몽키호텔'이라는 연성 테마로 큰 줄기를 잡아 전체적 통일성을 부여하면서도 개별 곡으로는 마치 따발총을 쏘듯 쉴 새 없이 청각을 유린한다.
타이틀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과 이어지는 「Surprise」, 「Wish」, 「Hong Kong」, 「꿈나라 별나라」는 좋았던(그래서 후대들에게 부러운) 70-80년대 팝의 빈티지 사운드를 취한다. 수록곡 10곡에 30분이 채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 역시 밴드의 의도와 지향이다. 노린 대로 음악이 대중적이고 쉽다. 최정훈(보컬), 김도형(기타), 유영현(키보드)의 합작이라는 작사 작곡부터 '이게 팝이야!'를 강변하는 것 같다.
이런 대중적 클릭이 어필하기 위한 조건은 곡 진행과 구성의 밀도와 연주 농도일 텐데 바로 여기서 밴드가 승리를 거두고 있다. 일례로 '꿈나라 별나라'는 이 팀이 그간 EP와 미니앨범을 통해 익히 드러낸 스타일이지만 보컬이 진일보했다. 베이스(장경준) 드럼(윤결) 그리고 기타, 건반 등 악기 연주도 조화롭다. 주변의 눈치를 보면 잔나비가 두는 이지리스닝 포커스는 진지하고, 덜 대중적이며 힙(hip)이 일상화된 인디 풍토에서 위험할 수 있다. 신스팝, 일렉트로닉 펑크, 포스트록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시제를 거꾸로 돌리며 히히거리듯 짧게 짧게 쉽게 쉽게 치다니 충분히 가벼울 수 있다.
하지만 앨범에는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음악은 과연 뭐냐"라는 것에 대한 이들의 시야 아니면 고민이 도사리고 있다. 다수가 어려움 없이 다가갈 음악 그러면서도 실험 수위를 지닌 음악, 잔나비는 그 대중성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고 거기에 충실 봉사한다. '대중적'인 것을 탐한다는 점에서는 역작이며 결과적으로 회심작이기도 하다. "되려면 이런 음악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좋아해온 음악을 한다!" 쪽이다. 노 쿨, 안티 힙, 허세 배격 음악이 간만에 귀를 쫑긋 세운다. 소박하나 용감한 앨범이다.
임진모(jjinmoo@izm.co.kr)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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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의 첫번째 정규앨범 '몽키호텔1'은 몽키호텔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몽키호텔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앨범이다. 모든 곡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실험적인 앨범이자 잔나비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편 시리즈물의 첫 편이기도하다. '몽키호텔1'은 서두르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