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독자] 유승보 “그것 참 괜찮은 생각”
<월간 채널예스> 7월호, 이 달의 독자 일러스트레이터 유승보
<채널예스>가 한 달에 한 명의 독자를 만납니다. 기준은 따로 없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첫 번째 독자는 상수동 카페 거리에 그림책방을 연 유승보 대표입니다.
● 이름 : 유승보(일러스트레이터)
● 나이 : 29세
● 소속 : 그림책방 ‘베로니카 이펙트’ 대표
● 취미 : 새 폴더에 그림 수집하기
그림책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
글을 쓰는 여자친구와 함께 책을 만들기 위해 해외 그림책을 광적으로 수집했다. 어느 날 집으로 놀러 온 지인이 “서점이라도 차릴 거냐?”라는 비아냥 섞인 질문을 던졌는데, ‘그것 참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서 내 작업실 겸 차려버린 게 '베로니카 이펙트'다.
어떤 손님들이 주로 오나?
유입이 전혀 없는 위치에 있어서, 책방을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흔히 말하는 뜨내기 손님이 없는 편이다. 초기에는 원서를 구입하려는 손님이 많았다. 작가를 준비하는 학생, 현역 일러스트레이터, 출판사 관계자들이 자주 왔다. 어쩌다가 시나리오 작가 분들도 오셨고, 가끔은 배우들도 온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근래에는 그림책이나 그래픽 노블의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이 많아진 듯하다. 최근에는 국내 그림책도 많이 팔리고 있다.
평소 즐겨 보는 책은?
자주 보게 되는 책은 글이 없는 무언의 그래픽 노블이다. 중편, 장편 식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없어도 아티스트의 일러스트 다이어리 같은 책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우연히 페이지를 펼쳤을 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날 잡고 책을 볼 시간이 도통 많지 않다.
근래 재밌게 읽었던 책을 추천한다면.
스토리텔링이 없는 그림책으로는 『BEFORE AFTER』가 좋았다. 판형도 너무 예쁘고 큼직한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어떤 페이지를 열어보아도 예쁘고 심오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국내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출간한 '이대미 작가'의 『비우』 도 인상적이었다. 등장인물들 각자의 고통이 담겨있는 우중충함과 그들의 연결고리는 ‘꼭 이 그림체여야 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림책공작소에서 나온 『비에도 지지 않고』는 내가 내 욕심에 지쳐 힘들어할 때마다 열어 보는 책이다. 어제도 욕심을 부렸는지 그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리고 오늘도.
책은 언제 읽을 때, 가장 좋나?
햇살을 받으면서 군것질 따위를 먹으며 책을 볼 때가 제일 좋다. 한마디로 여유로울 때 본다는 뜻인데, 질문을 바꿔 말해 책을 읽을 때가 가장 좋다. 여유로우니까.
책은 왜 가치가 있을까.
원시 시대 때부터 인간들은 기록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동굴에 벽화도 남아 있는 거고. 지금의 역사가 내 서재 안에 존재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설렌다. 어느 페인터의 미술작품과도 같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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