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컬렉션은 ‘제2의 창작’
『오래된 아름다움』 김치호 저자 인터뷰
저는 컬렉션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긴 여정’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컬렉션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가진 문화활동, 아니면 우리의 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고미술품은 새로운 재화의 생산이 불가능한 고가(高價)의 물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저 멀리의 어떤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컬렉션의 세계에서는 고미술품 역시 사고파는 물건이고 그 시장에도 보편적인 경제논리가 통용되는 만큼, 경제학자이자 고미술 컬렉터인 김치호의 시선으로 본 우리 컬렉션 시장의 모습은 이성과 감성, 애정과 미움, 비관과 희망이 교차하는 복잡다단한 모습을 보인다.
『오래된 아름다움』은 김치호 저자가 그의 오랜 화두인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여정에서 얻은 사유와 체험의 기록이자, 고미술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손길이기도 하다. 생업은 경제학과 교수로 비록 고미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히려 고미술을 향한 그의 자유롭고 애정 가득한 시각과 해석은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고미술, 그리고 고미술 컬렉션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정리금융공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그야말로 경제통이라고 해도 좋을 경력입니다. 그런데 고미술에 대한 책을 내셨습니다. 고미술 하면 막연하게 어렵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문화재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고미술을 좀 더 부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고미술 하면, 일반인들은 고급 서화나 도자기, 또는 금동불상 등을 떠올립니다. 사실 그런 물건들은 거래가격이 상당하고 (고가일수록) 진위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위험도 크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다가가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그런 고가의 물건보다는 과거 우리 생활과 밀접했던 민속품, 목기나 민예품 등을 살펴보며 우리 고미술품에 녹아 있는 아름다움에 눈을 띄우면서 안목을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물건들을 만들었던 옛사람들의 가치관, 미의식과 소통하고 교감할 때 옛 물건을 보는 안목도 열리기 마련입니다. 관심을 두고 살피면 알게 되고, 아는 만큼 가슴에 와 닿지요.
미술품 컬렉션은 큰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미술품 로비, 탈세 등 부정적인 이슈들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물론 컬렉션에는 돈이 들어가고 때에 따라서는 상당한 경제력이 요구되지만, 그보다는 미술품, 우리 고미술에 대한 참된 사랑, 열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술품 거래 또는 수집과 관련하여 가끔 언론에 보도되듯이 일부 못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름다움을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고미술품을 사랑하고 아끼는 대부분의 애호가는 거기에 해당이 안 됩니다.
고미술 가게 풍경
컬렉션에 대해 미술 활동으로 정의하고 ‘제2의 창작’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소개하셨는데요. 작가님에게 컬렉션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 욕망은 창작을 통해서도 컬렉션을 통해서도 충족될 수 있습니다. 미술 창작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통해 힐링하고 마음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컬렉션 수요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경제생활에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 수요가 없으면 그것이 생산될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미술 활동은 창작에서 시작되고 컬렉션을 통해 완성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컬렉션을 제2의 창작으로 보고 싶은 겁니다. 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컬렉션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긴 여정’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컬렉션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가진 문화활동, 아니면 우리의 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크기변환_「청화백자 매화대나무무늬 병」, 보물 659호, 높이 33cm, 덕원미술관
그림뿐만 아니라 노리개와 조각보 같은 생활품에서부터 문구와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미술품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특별히 아끼고 애정을 가지는 고미술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처음에는 저도 고급 서화나 도자기, 금속공예품과 같은 소위 고미술 컬렉션 영역의 물건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우리 고미술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그런 물건들을 떠나서 우리 고미술 컬렉션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그런 물건들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 없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민예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 또한 특별합니다. 예를 들면, 조선 목가구나 민화 같은 것들인데 그러한 물건에는 이 땅에 터 잡고 수천 년 동안 살아온 우리 조상들, 기층 민초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아름다움에 대한 미의식 등이 진하게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물건들을 통해 옛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크기변환_동심원형 모시조각보, 91x90cm, 개인 소장
가짜와 위작 유통, 감정 시스템 부재 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셨습니다. 확대되는 고미술 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성장하려면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까요?
우리 고미술 시장의 거래 관행이나 컬렉션 문화에는 그런 부정적인 면이 상당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컬렉터들은 물론이고 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많은 노력과 성찰이 요구됩니다.
미술 창작과 컬렉션은 역사적으로 경제적 풍요를 토대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우리 고미술에 대한 컬렉션 수요는 꾸준히 확장될 것입니다. 컬렉션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끌어내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거래 자체를 망가뜨리는 위작 유통이나 불투명한 거래는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위작 유통은 (선진국들도 마찬가집니다) 고미술 시장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위작 유통은 상인들과 컬렉터들을 긴장하게 하고 감정 능력을 키우는 촉매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방 선비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장 풍경
책을 통해 오랜 시간 고심하고 체득한 고미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고미술 컬렉션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고미술 컬렉터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누구나 즐기는, 그래서 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컬렉션 문화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시대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이제는 컬렉션이 소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우리 사회에서 고미술 컬렉션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게 하는 문화운동 또는 그와 유사한 공동체 운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오래된 아름다움김치호 저 | 아트북스
고미술과 사랑에 빠진 열정의 컬렉터가 그의 오랜 화두인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여정에서 얻은 사유와 체험의 기록이자, 고미술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자, 또한 그 오래된 아름다움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며 내미는 따뜻하고 다정한 유혹의 손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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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과 사랑에 빠진 경제학자, 한국의 아름다움과 컬렉션을 이야기하다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 그 힘과 에너지, 눈에 익어 있고 몸에 배어 있으되 정작 우리 자신은 모르고 있는 느낌이나 율동 같은 것. 나는 그 아름다움에 대해 딱딱한 서술이 아닌 따뜻한 감성으로, 즉흥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