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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카다레, 동유럽이 낳은 문호

2005년 맨부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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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카다레는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일단 한 권 읽고 나면 전작을 읽고 싶어지는 작가’로 알려져 있고, 국내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가 재조명해야 할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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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알바니아 남부 쥐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났다. 티라너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모스크바의 고리키 문학연구소에서 공부했다. 고등학생이던 1953년에 이미 『서정시』라는 시집을 출간하여 일찌감치 시인으로 데뷔했으며,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05년 ‘제1회 맨부커국제상’을 수상했다. 그의 등장으로 유럽에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알바니아의 정치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기도 했다.

 

원고의 ‘외부 반출’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알바니아에서 이스마일 카다레는 1986년부터 자신의 원고를 몇 장씩 빼내 비밀리에 프랑스로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의 위임을 받은 프랑스 출판사가 원고를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가 후에 출간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20년 만에 출간된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아가멤논의 딸』이다.

 

공산 독재정권 하의 조국 알바니아의 혼과 집단기억을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리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세계는 마르케스의 그것에 비견되며, 전제주의와 유토피아의 위험을 고발하는 헉슬리와 오웰의 뒤를 잇는 반(反)유토피아 가계의 마지막 후예로 꼽히기도 한다. 죽음과 파괴의 그림자가 너울대는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내용들, 우스꽝스러운 비극과 기괴한 웃음의 조화로 카다레는 세계적 작가의 자리를 굳혔다. 또한 2천 년간의 외세 지배와 혹독한 스탈린식 공산독재를 겪으며 유럽에서조차 잊힌 나라 알바니아를 역사의 망각에서 끌어낸 ‘문학대사’로 평가받는다.

 

엔베르 호자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몇 달 전인 1990년 10월,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여 지금까지 파리에서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죽은 군대의 장군』, 『돌에 새긴 연대기』, 『부서진 사월』, 『꿈의 궁전』, 『H서류』, 『아가멤논의 딸』, 『광기의 풍토』 등을 집필했다.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의 대표작

 

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저/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전통적 알바니아, 고대의 어렴풋한 기억과 섞여드는 신화적 알바니아의 모습을 보여준 이스마일 카다레의 대표작이다. 소설의 중심 소재는 알바니아의 북부 고원 지대에 남아 있는 옛 관습법 카눈의 전통이다. 카눈은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알바니아 고유의 관습법으로 피는 피로써 갚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서진 사월』은 그 피의 복수라는 임무를 운명적으로 부여받은 주인공 그조르그에 의해 장엄하게 진행된다. 이십 대의 청년 그조르그는 며칠 밤을 매복한 끝에 원수의 가족 중 한 명을 총으로 쏘아 살해한다. 그의 임무는 마침내 완수되었지만, 이제는 그 자신이 복수의 희생양이 될 차례다. 작가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조르그의 한 달이 채 못 되는 휴가를 긴장과 초조, 전율, 때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변주하며 긴박하게 그의 뒤를 좇는다. 알바니아 북부 고원의 황량하고 음산한 풍경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처절하고 숨 막히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아가멤논의 딸
이스마일 카다레 저/우종길 역 | 문학동네 | 원제 : LA FILLE D'AGAMEMNON

소설은 5월 1일 노동절 기념 대회 날 몇 시간 동안의 일을 그리고 있다. 대회 날 아침, '나'는 국가의 선택을 받은 인민만이 입장할 수 있는 대회장 초대권을 가지고 아파트에서 연인 수잔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수잔나의 아버지는 지도자 동지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고위 간부로, 딸에게 옷차림부터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다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딸은 아버지의 승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나'에게 이별을 통고한 것이다. "이 희생은 꼭 필요한 거야……" 수잔나의 이 말을 화두로 '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떠올리며 이피게네이아의 희생과 수잔나의 희생의 유사점을 찾는 데 골몰한다. 『아가멤논의 딸』은 알바니아의 호자 공산독재 체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권력이 창출되고 유지되는 생리와 권력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비틀어진 모습을 고발함으로써 전(全)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권력의 공포 앞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 우왕좌왕하며 몰려갈 뿐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비극적으로 처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이스마일 카다레 저/이창실 역 | 문학동네

이스마일 카다레가 2003년 출간한 실존적 추리소설. 1980년대의 알바니아 수도 티라너를 무대로 한 작품으로, 알바니아 근대사에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한 자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당서기장의 후계자로 지명 받은 권력자가 어느 날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후계자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는 이 '문제적 죽음'을 둘러싸고 공포에 길들여진 인간 군상이 벌이는 블랙 유머 가득한 추리소설이다. 작품을 통해 카다레는 권력과 공포의 본질,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는 죽음의 진상을 밝히거나 답변을 제시하는 대신, 이 살인 사건과 연루된 주요 등장인물들이 기억의 편집과 왜곡 속에서 각자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고백하게 하는 서술방식을 취함으로써 독자를 점점 더 불확실성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초자연적, 마술적 리얼리즘에 의존해 전제주의 사회가 파괴한 인간의 서사적 원형을 복구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알바니아의 그늘진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어법이 특징이다.

 

 

꿈의 궁전
이스마일 카다레 저/장석훈 역 | 문학동네

이스마일 카다레 스스로 "이렇게 큰 용기를 가지고 쓴 작품은 없었다"고 할 만큼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알바니아 독재정권의 본질을 겨누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출간 직후 판매 금지를 당했던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 술탄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세도가 출신의 마르크 알렘은 신민들의 꿈을 수집하여 해석하는 정부 기관인 '꿈의 궁전'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수집된 꿈들을 선별하는 '선별부'를 거쳐 꿈의 궁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해석부'로 발령이 나는 고속 승진을 한다. 그러나 무심코 지나쳐버린 꿈이 자신의 가문이 역모를 일으키게 되리라는 것을 예언하는 것이었음이 밝혀져 그의 외삼촌이 참수를 당한다. 알렘은 불안감에 사로잡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좌천당하지 않고 오히려 최고위직인 국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제 그는 '꿈의 궁전'이라는 매커니즘 속의 일개 부속품일 뿐, 살아 숨 쉬는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불행한 존재이다. 『꿈의 궁전』은 인간의 외면은 물론,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통제하는 전제정권을 고발하는 하나의 알레고리이다. 이 소설은 자유의 개념이 인간의 대지에서 완전히 제거될 수도 있음을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기의 풍토
이스마일 카다레 저/이창실 역 | 문학동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단편집. 시대의 비극과 광기에 휩쓸리는 가족사를 천진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려낸 표제작 「광기의 풍토」, '몰락한 가문'과 '새 체제의 옹호자'라는 두 적대계급간의 결혼을 소재로 공산주의 사회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거만한 여자」, 위대한 알바니아 시인의 소실된 원본 찾기라는 '성배의 탐색'에 나선 두 대학생의 어처구니없는 여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 「술의 나날」 등 세 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다. 40년의 시차를 두고 쓰인 작품들이지만, 카다레는 대가다운 필치로 긴 시간의 간극에도 흔들림 없이 전혀 다른 문체, 전혀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 전후(戰後) 공산주의 체제 초기 알바니아의 초상이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구현해내고 있다. 시대의 권력, 광기 서린 이데올로기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들, 비극의 가족사는 카다레의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 중 한 가지다. 그러나 카다레는 알레고리의 대가답게 비극을 비극으로만 다루지는 않는다. 그가 이번 작품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 역시 유머러스한 비극과 황량한 유머이다. 그 주된 테마는 비극의 단조이되, 선율은 경쾌한 장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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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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