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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상 – 열아홉 번째 상 : 말레이시아 길거리 음식 대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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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발을 딛기 전엔 말레이시아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동남아 여행의 큰 그림을 그릴 때도 경유나 환승을 위한 곳으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직접 내 발로 돌아다닌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의 먹거리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모습도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이번 열아홉 번째 상은 흥미진진 말레이시아 길거리 음식 대탐험!

아시아 음식 천국, 쿠알라룸푸르

 

세 달 전 치앙마이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출신 ‘탄 아저씨’의 달콤한 말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다. ‘태국보다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더 맛있어요! 과일도 최고 최고!’. 네팔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될 무렵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아시아의 허브 공항이라 다음 행선지가 어디든 이동하기에도 편리했다. 여행 가이드 책도 따로 보지 않기로 했다. 무언가를 먹고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강박을 챙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우연히 만나는 것들을 즐기고 무얼 놓쳐도 그건 지금의 인연으로 두기로 했다. 동남아 경력도 몇 달 되었으니 적응도 잘 할 거란 생각으로.

 

새벽 4시에 공항에 내려 비몽사몽 졸면서 호스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오후만 가능하다기에 짐을 두고 길을 나섰다. 아침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은 태국식 국수, 인도네시아식 커리와 볶음국수, 중국식 흰죽과 반찬 등등을 팔고 있었다. 누구에게 주문을 해야 하나 분위기를 살펴봤다. 음식을 만드는 곳에 직접 가서 주문하고 자리 번호를 말하면 음식을 받으면서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오호, 나름 푸드코트네.’ 어묵 국수, 똠양꿍 국수를 시키고 자리에 앉으니 이번엔 음료 마시겠냐고 물어보신다. 그 이후에도 이런 푸드코트를 왕왕 보았다. 저렴하고 맛도 좋아 종종 이용했다. 길거리에 이런 푸드코트가 있다면 큰 쇼핑몰엔 세련된 푸드코트가 있다. 그곳엔 일식, 한식, 중동 음식도 있다. 이 정도면 범아시아 푸드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지 만 하루 만에 느낌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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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에서 먹은 볶음 국수와 매콤한 닭고기 볶음 덮밥. 싸고 맛있다. 그걸로 됐다.

 

 

이해와 관용은 그릇을 타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동북아계, 동남아계, 인도계, 중동계.. 이 나라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현재진행형으로 팔딱대고 있는지 가늠이 되는 순간이다. 국립 박물관을 찾아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흝어 보았다. 지금의 모습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남부 말라카 지역은 14세기 왕성했던 해상 무역의 거점이었다고 한다. 향신료가 많이 나는 지역이라 아랍, 유럽에서 배를 타고 많이들 찾아왔을 것이다. 그 즈음 이슬람 교리를 전해 듣고 믿게 된 왕은 ‘말라카 왕국’을 건설하고 스스로 술탄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 불교가 중심인 동남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보루네오가 이슬람 국가가 된 바탕이 되었고 현재 타국의 이슬람인들이 유입되게 된 이유가 되었다. 게다가 지리상 중국, 인도와도 가깝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비율도 매우 높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모이면 다양한 음식도 모이게 마련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를 자연스럽게 흡수했고 길 가다 만날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되었다. 관광객에게 먹어봐야 할 대표 음식이 된 치킨라이스는 중국 남부인 하이난 지역에서 왔고 볶음밥과 볶음국수인 나시고렝과 미고렝, 야채와 닭고기, 생선을 커리로 조리해 뷔페식으로 파는 나시 참푸르(Nasi Campur)는 사실 인도네시아의 음식이다. 해산물과 숙주로 볶은 쌀국수인 차르 께오 떠우(Char Keoy Teow)는 태국의 팟타이와 매우 흡사하고 코코넛밀크와 달게 졸인 콩으로 맛을 낸 빙수인 첸돌(Chendol)도 익숙한 맛이었다. 서로의 음식을 함께 먹어보고 이해하면서 사는 게 이 나라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해와 관용은 그릇을 타고 흘러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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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시계 방향부터) 치킨라이스, 나시 캄푸르, 차르 께오 떠우, 첸돌 

 

 

참을 수 없는 유혹, 중국식당

 

우리는 이 많은 요리 중에 중국식을 많이 찾았다. 다른 음식은 이미 충분히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식재료를 다루는 법부터 향신료의 범위도 우리 입맛과 비슷했기 때문일 게다. 1800년대 주석 광부로 대규모 유입된 화교들은 (대부분 중국 남부 출신)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 중 25%를 차지한다. 아직도 서로 중국어로 대화하고 고향 음식을 먹으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고수하며 사는 면이 있다. 사천식 요리와 만두를 맛볼 수 있었던 쿠알라룸푸르 중국요리집, 돼지고기와 내장으로 맛을 낸 진한 국숫집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재밌던 곳은 페낭 골목의 허름한 식당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들러 주인장 할아버지와 인사하고 자리를 잡으면 알아서 밥을 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메뉴판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할아버지한테 뭐가 맛있냐고 물어보니 “밥? 국? 고기? 야채? 먹고 싶은 거 말해봐” 하신다. 그리고 다 주문했다.

 

5~6명인 식당 구성원 모두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어 보인다. 아마 이민 1세대거나 혹은 2세대일 거란 생각을 하며 분주한 부엌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영화 『음식남녀』의 도입부가 겹쳐 보였다. 영화에서 홍콩의 유명 요리사였던 ‘주사부’는 미각을 잃어버리고 은퇴를 했지만 세 딸을 위해 아직도 상을 차린다. 그 일사불란하고 화려한 요리 장면이 할아버지 요리사들을 보면서 떠올랐던 것이다. 주문이 들어간지 10분도 안돼 착착 나오는 요리가 식탁을 가득 채웠다. 우물우물 먹으면서 곧 비가 떨어질 것 같이 짙은 주황색 하늘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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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추천 요리들. 배불리 먹어도 30링깃을 넘기지 않는다. (1링깃 약 300원)

 

 

(부록) 남편의 상: 오징어 이야기

 

안녕하세요. 말레이시아에서 각양각색의 음식을 맛보느라 정신없는 남편입니다. 문화만큼이나 말레이시아에서 풍성한 것은 자연입니다. 적도 인근에 큰 반도와 섬으로 구성된 나라라 그런지 모든 재료들이 싱싱합니다. 당연히 해산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콜이 쏟아지는 포장마차 거리의 식당에 뛰어 들어가니 여편님이 오징어볶음과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사실 섬에서 부드러운 한치를 많이 먹고 자란 저는 질긴 오징어볶음을 입에 데지도 않습니다. 시큰둥하게 한 점을 먹어보니 한치처럼 부드럽고 문어처럼 쫄깃했습니다. 양념도 매콤하니 짜지 않았습니다. 오징어는 전생에 맥주 잡는 귀신이었을 것입니다.

 

네팔의 한국 식당에서 책 하나를 맞바꾸어 읽고 있는데요. 그 유명한 『파이 이야기』입니다. 태평양과 인도양 한가운데에 떠있는 말레이시아의 반도와 섬들을 보면 폭풍우 속에서 대왕오징어와도 사투를 벌였을 소년의 구명보트가 떠오릅니다. 얼른 글을 마무리하고 먹거리 시장에서 오징어튀김과 호랑이 맥주를 마실 생각에 설레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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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보며 먹었던 부드러운 오징어볶음과 뜨끈한 국물은 참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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