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차고 넘치는 아이돌 그룹 중 대세 궤도에 오르긴 쉽지 않다. 항간에는 스타 탄생 조건으로 타고난 끼, 소속사의 뒷받침, 적절한 시기가 거론되며 세 가지 모두 무시할 수 없는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연습생 100만 명 시대에 다재다능한 끼와 거물급 대형 기획사가 배후에 있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의 활용에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데뷔와 음원 발표 시기, 이제는 비일비재한 눈치 게임에 에이프릴은 타이밍을 놓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데뷔 때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다. 카라 동생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출격한 소녀들은 2015년 쏟아진 걸그룹 급류를 타고 가까스로 인지도를 쌓았다. DSP에서 오랜만에 내놓은 신인임과 동시에 스트링 사운드의 드라마틱한 활용, 하이디라는 콘셉트의 조화가 맞아떨어진 「꿈사탕」 때문이었다. 동화 속의 소녀라는 콘셉트를 유지해 팅커벨을 선두로 다시 한 번 순수함을 내세웠지만 임팩트 없는 곡은 그 기세를 꺾었다.
우직하게 이어가는 청초한 이미지와 싱그러운 보컬을 섞어 활기를 담았지만, 트와이스, 러블리즈로 거세게 몰아붙인 파도에 힘없이 표류했다. 앨범 트랙들 또한 전작 <Dreaming>보다 부실하다. 리틀 카라의 부활 격이었던 「Hurry Hurry」의 상큼함을 잇는 곡들을 다량 포진했지만 「Wake up」, 「팅커벨」, 「M.F.B.F(내 미래의 남자친구에게)」까지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흐름은 그룹의 지향성은 높이나 지루함을 동반한다. 브라스와 신스 사운드의 알맞은 강약조절로 후렴구에 힘을 준 「눈을 뜨면」과 날이 선 비트에 잘게 쪼갠 드럼의 조화로 반전을 모색한 「Jelly」만이 적막 속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Rock u」와 「Pretty girl」에서 따온 초기 카라의 이미지를 따르는 다섯 소녀는 상승 곡선을 그리는듯 했으나 주춤한다. 하지만 대세의 여파에도 꾸준히 고수하고 있는 콘셉트는 칭찬받을 만하다. 비록 쟁쟁한 인지도를 뚫진 못했지만, 잔꾀 없는 청정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간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새싹들이 날아오를 타이밍은 곧 올 것이다.
2016/05 박지현(kcandco0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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