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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배들이 제안하는 프러포즈 문구 2

사랑을 말하는 책 그리고… 사랑의 완성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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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완성은 결혼일까, 이별일까. 시작은 떨리고 불같았지만 불은 이내 사그라들고,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고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혹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가 되기도 한다.

 2월 <채널특집>의 주제는 ‘사랑을 말하는 책 그리고……’입니다.

 

전편 : 사랑의 선배들이 제안하는 프로포즈 문구 1

 

 

사랑의 완성은 결혼일까, 이별일까. 시작은 떨리고 불같았지만 불은 이내 사그라들고,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고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혹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으로 완성되면 좋으련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믿으며 내가 하는 것을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프러포즈가 성공했든 실패했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아직 갈 길이 반이나 남았다는 것을 뜻한다. 사랑 이후에 오는 문구를 책과 함께 소개한다.

 

 

1. 황지우, 「뼈아픈 후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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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
황지우 저 | 문학과지성사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언제 사랑을 했었나 싶다.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고, 그 전의 모습이 어떠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인은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며 뼈아픈 자책을 한다. 그러나 시인도 언젠가 그 자리에 사랑이 있었음을 알고는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는 1999년 출간된 시집으로, 정치성, 종교성, 일상성이 골고루 들어있다. 비가 오고 센치하고 라디오에서는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올 때, 그리고 사랑이 끝났다고 느낄 때, 읽기 좋은 시집이다.



2. 허수경 「눈동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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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저 | 문학동네

가수 보아의 노래 중 「Eat you up」이라는 노래에서는 '난 널 먹어치울 거야(I'll eat you up)'라는 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이 무슨 식인 풍습을 찬양하는 노래인가 싶었는데,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며 감탄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가 싶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의 결말도 결국에는 매력이 사람을 잡아먹지 않나(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인의 눈을 먹어버릴 정도로 사랑하지만 정말 먹으면 안 되니, 적을 수밖에. 시가 실린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은 독일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시인이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차오를 때면 램프를 밝히고' 쓴 시를 차곡차곡 모았다.

 

 

3. 장석남, 「뺨의 도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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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서쪽을 빛내다
장석남 저 | 창비

「뺨의 도둑」에서는 사랑을 얻기 위해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는 등 마음을 어쩌지 못해 몸을 훔친다. 그 이후에야 마침내 화자는 고요해졌다. 고요한 가운데 사랑이 무엇인지 표현하는 서정이 압권이다. 장석남의 시 하면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 시집 제목만 봐도 서정성이 흘러넘친다. 노래하는 일차적인 대상이 꽃이든 돌이든 가족이든 사랑이든, 시인은 그것을 자신의 삶 속으로 데려와 찬찬히 정성스럽게 쓰다듬는다.

 

 

4.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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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저 | 마음산책

이 책은 영화를 이야기하는 평론서이다. 책 제목 그대로, 정확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어두운 극장에서 메모를 하고 같은 영화를 대여섯 번 반복해서 보며 영화평론을 연재했다.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영화평론을 쓸 수는 없다. 영화를 일종의 활동서사로 간주하고, 문학평론가로서 물을 수 있는 것만 겨우 물어보려 한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고민한 저자의 결과물은 그만큼 정확하고 아름답고, 사랑에 빠져 있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5. 곽은영, 「불한당들의 모험6 - 사랑에 미친 가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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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배경 이미지 출처_imagetoday

 

검은 고양이 흰 개
곽은영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검은 고양이 흰 개』에 실린 '불한당들의 모험' 연작 시 중 하나를 빌려 왔다. '사랑의 미친 가님, 나를 부르는 이름이었다/그것은 얼간이라는 뜻이거나 봉이란 뜻이었다'. 흔히 밀당이라고 부르는 권력 싸움에서는 사랑의 크기와 강도가 커질수록 약자가 된다. 그러나 겉보기하고는 상관없이, 자신이 하는 행위를 굳건히 밀고 가는 사람들은 승패와 계급이 상관없어진다. 곽은영의 불한당들은 거대한 지도를 가지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지만 그것은 결국 모든 연애, 모든 죽음, 모든 관계에서 비롯된 우리 몸에 대한 읽기이며 우리는 그 불한당들의 서사를 읽어내는 내내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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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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