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현 “사진이 좋은 이유? 외로우니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고마워요』 펴내
아픔이나 상처의 깊이를 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봤을 때는 작은 일 같다고 느껴도 그 사람한테는 큰 일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삶과 죽음 사이에 놓였던 적이 있었고, 그게 객관적으로 볼 때 많이 힘든 일이었으니까, 제 이야기를 통해서 아픈 분들이 조금 더 위로를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저는 수술이 잘 돼서 건강해졌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됐으니까 ‘결국 이 사람도 이겨냈구나, 힘든 일도 다 지나가는 거구나’ 하고 위로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포토에세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는 백성현의 이야기였다. 가수 ‘빽가’도 아니고 사진가 ‘by100’도 아닌, 스물일곱의 청년 백성현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7년 만에 이어진 두 번째 이야기 『고마워요』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오랜 친구인 카메라가 곁을 지키고 있었고, 사진에서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뚝뚝 묻어났다.
그러나 어쩐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하고 1년 후, 백성현은 뇌종양 판정을 받고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그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제 그는 순간이 찰나이기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 앞에서 삶은 흔들리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도 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과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은 더욱 깊어졌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피사체들이니까,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 애써 힘을 실을 필요도 없어졌다.
『고마워요』에 담긴 백성현의 독백은 담백하다. 투병을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져 내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경험도, 그 시간 동안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사진에 대한 진한 사랑 고백도,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어린 시절의 빛 바랜 기억들도, 모두 덤덤하게 털어 놓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러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거예요”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러하듯이, 백성현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슬며시 나의 상처를 포개어 본다. 때로는 감추고 싶고, 때로는 잊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에게도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마워요』는 묘하게 힘이 되어주는 책이다. 평범한 일상과, 그 속에 숨어있는 시련과, 뒤이어 찾아오는 기적 같은 일상의 이야기가 ‘다 괜찮을 거라고’ 가만히 등을 두드려준다.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고마워요』에서 뇌종양 투병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셨는데요. 당시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파 봤기 때문에 지금 아픈 분들한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잖아요. 제 경험을 직접 들으시는 것도 아니고 글로 읽으시는 건데, 그걸로 아픈 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분명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솔직하고 정확하게 쓰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이야기들을 피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많은 분들이 (건강은)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요. 그럴 때 제가 슬프거나 힘겹게 대답하면 더 안타깝게 느끼시거든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그럼요, 보시다시피 건강합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게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야 그분들도 안심하시고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상처를 공유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독자들이 『고마워요』를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픔이나 상처의 깊이를 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봤을 때는 작은 일 같다고 느껴도 그 사람한테는 큰 일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삶과 죽음 사이에 놓였던 적이 있었고, 그게 객관적으로 볼 때 많이 힘든 일이었으니까, 제 이야기를 통해서 아픈 분들이 조금 더 위로를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저는 수술이 잘 돼서 건강해졌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됐으니까 ‘결국 이 사람도 이겨냈구나, 힘든 일도 다 지나가는 거구나’ 하고 위로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투병 이후에 가장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에서도 강조했지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감사 이전에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신이 아니니까 완벽해질 수는 없잖아요.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부처나 예수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열 번 화낼 거 다섯 번 화내도록 노력하게 되고, 예전보다는 조금 더 많이 참으려고 노력하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을 것 같아요.
사실 예전의 저는 의식주 가운데에서 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먹는 것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집도 신경 안 썼고요. 의와 관련해서 파생된, 보여주기 위한 것들에 집중했었는데요. 지금은 의가 빠지고 식과 주가 중요해졌어요. 이제는 음식 조절도 잘 해야 되는 사람이 됐고요. 안정된 보금자리, 집에 대한 욕심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그러다 보니까 선인장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업도 하게 됐고요. 그런 모든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저의 평온한 삶을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지금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곳 ‘씨클드로(Cycle de l’eau)’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죠. 병원에 계실 때 선인장의 강한 생명력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요.
맞아요. 제가 아프지 않았다면 이 사업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때 선인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선인장만 판매하는 가게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꽃집은 많지만 선인장은 조금씩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선인장이 트렌드가 되면서 사업이 잘 되어 가고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모든 일에는 뜻이 있는 것 같아요.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거죠.
투병 당시 미디어와 대중의 반응 때문에 더 힘들기도 하셨죠. 언론은 특종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일부 네티즌은 악플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연예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한데요. 어떠셨나요?
이건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요. 그때는 수술이 끝나면 연예 활동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었어요. (코요테) 멤버들과 회사에도 제 뜻을 이야기했고, 파리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분들이 저를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마음을 바꾸게 됐죠. 사실 저는,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새 멤버로) 들어와도 팀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멤버들이 탄탄하게 바탕을 다져놨으니까요. 그런데도 저를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해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다시 멤버들과 함께하게 됐죠.
사진이 좋은 이유? 외로우니까!
사진 작업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결과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 사진에 대해서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제 마음가짐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는 사진은 (이전과는) 달라요. 타인들의 평가는 제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더 좋아졌다기보다 더 착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책에 쓰신 것처럼, 착한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하게 되신 건가요?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욕심을 버리고 조금 내려놓으니까, 그만큼 더 자연스러워지고 진실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이 그렇잖아요. 제가 뭘 하든 마찬가지이고,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거예요.
『고마워요』에는 사진에 대한 절절한 사랑고백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만약 ‘사진이 왜 그렇게 좋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사실 되게 외로워요. 인간관계도 좁고 주변 사람들하고 교류하는 게 거의 없거든요. 저는 연예인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는 편도 아니고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까 사진이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공간, 친구 같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저는 외로움 때문에 더 (사진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사진으로 (외로움을) 해소하고요. 사진은 시작부터 결과까지 다 제가 만들어내잖아요. 모든 게 제 책임인 거죠. 물론 상업적인 사진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찍어야 하겠지만,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들은 제가 계획한 거고 저의 결과물이니까요. 누구랑 상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저를 더 몰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진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요?
사진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진과 관련해서 사람들의 편견도 있었죠. 제가 ‘by100’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보호 장치였던 거고요.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지도 않고 ‘그 사람 사진은 별로야’라고 말하는 건 모순인데, 저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말에 답변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연예인이라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화살을 쏠 수밖에 없는, 과녁이 다 열려 있는 상태였다고 할까요. 저는 예전부터 생각하기를,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10년 이상 한 사람은 달인이라고 생각해요. 장인과 달인은 다르잖아요. 달인은 베테랑인 거죠. 조금 있으면 제가 사진가로 정식 데뷔한지 10년이 되는데, 그때는 제 사진에 대해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20년, 30년 뒤에도 꾸준하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게 자연의 순리대로 흐름대로, 흘러가게 놔두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말을 걸다』에 실렸던 사진들과 이번 책의 사진이 조금 다르다고 느끼세요?
더 편안한 것 같아요. 대부분 풍경과 자연, 일상을 찍은 사진들이거든요. 더 강렬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면 뭔가 연출을 했겠지만, 그냥 진짜 흘러가는 자연을 찍었어요. 구름도 그렇고 바다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은 계속 변화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는 거죠. 감히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인데, 그런 걸 담은 사진에는 욕심이 끼어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에는 거기에 욕심을 넣었었어요. 포토샵도 조금 더 강렬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면 수정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있는 그대로 찍으니까,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찍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사진이 된 것 같아요.
아직도 개인적으로 촬영하실 때는 필름 카메라를 쓰세요?
네, 항상 차에 가지고 다녀요.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쓰시는 건가요?
보통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쨍한 느낌이 있잖아요. 필름 카메라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과 감성이 있죠. 그리고 저는 필름 카메라로 공부를 하던 세대여서 그런지,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필름 카메라가 더 편한 것 같아요. 옛날 마인드죠. 상업 사진을 찍을 때는 빠른 작업을 위해서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지만, 필름 카메라로 찍어보자고 권하기는 해요. 그래도 상업사진은 십중팔구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찍는 사진은 십중팔구는 필름 카메라로 찍습니다.
『고마워요』에는 자연을 찍은 사진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밤하늘을 촬영한 사진(102쪽)은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데요. 촬영하기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로키산맥 부근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친구들하고 촬영 겸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거기가 사막 한 가운데라 가로등이고 뭐고 아무런 전기 시설이 없거든요. 그래서 해가 질 때쯤 돼서 철수를 하려고 하는데, 주위가 밝은 거예요. 전기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밝은 거지, 하고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수만 개의 별이 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건 포토샵을 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있는 그대로 찍었어요. 물론 포토샵을 하지 않았고요. 사실은 사진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더 많아요.
마음을 비우면 용감해지는 것 같아요
책에 실린 사진 중에서 촬영하기 가장 힘들었던 사진은 무엇이었나요?
없어요. 잘 찍으려고 생각하면서 촬영한 사진이 없거든요. 그냥 다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찍은 거예요. 조심스러웠던 사진은 있었어요. 바닷가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찍은 사진이 있잖아요. 원래 타인을 촬영할 때는, 아무리 뒷모습이라 하더라도, 허락을 받는 게 예의니까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책에 실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출판사) 담당자 분께서도 그 이야기는 꼭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다른 사진으로 대체하기도 마땅치 않아서 싣게 됐어요. 혹시라도 그 분들이 책을 보시고 연락을 주신다면 맛있는 건강식이라도 대접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막상 만나시면 치킨을 드시지 않을까요? 책에서 고백하신 것처럼 ‘닭고기 성애자’이시잖아요(웃음). 그와 관련해서 가슴 아픈 기억을 갖고 계시기도 하고요.
어린 시절에 양념치킨과 관련해서 있었던 일을 적었는데, 책 내용 중에 가장 치욕스러웠어요. 그 글을 읽으신 분들이 한 번만 제 입장이 되어 보신다면 그 기분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기분이라는 걸 아실 거예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닭고기 좀 그만 먹자고요(웃음). 제가 틈 날 때마다 닭고기 먹자고 하거든요. 제가 닭고기를 너무 좋아하니까 저희 어머니도 무조건 닭 요리를 해주세요. 저 역시 닭 요리만큼은 자신이 있고요. 저는 닭 요리만큼은 지금보다 더 비싸게 판매돼도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정도예요(웃음).
사진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세요.
제 책에 있는 사진은 굳이 의미를 발견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밤하늘의 별이나 호수에 거울처럼 비춰진 풍경을 찍은 사진은 쉽게 볼 수 없는 사진들이니까, 대리만족을 하셨으면 좋겠고요. 저처럼 떠나셔서 그 사진을 직접 담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이 막 찍어도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니까, 여러분도 충분히 찍으실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진과 관련해서 봉사활동을 정말 많이 하셨더라고요. 양로원과 특수학교에서 사진을 찍어주시고, 지금까지 전시회의 수익금 전부를 기부하셨다고 들었어요. 오래 전부터 해 오신 활동이지만, 투병 이후에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을까요?
제가 아프기 전에는 솔직히 동정의 마음이 조금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몸이 아픈 친구들을 대할 때도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이나 조카들 보듯이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누구나 그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걸까요?
그렇죠. 저도 제가 그렇게 투병하게 될지 몰랐잖아요. 저는 지금도 최악을 생각하고 있어요. 재발가능성도 있고, 그래서 더 검진도 자주 받고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몸이 아플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마음을 비워 놓은 상태예요. 항상 최악을 염두 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고, 조금 더 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일회용 카메라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진 무료 교육도 진행하셨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계세요?
네, 다시 준비 중이에요. 연말까지는 저희가 콘서트 중이고, 2월까지는 날씨가 추워서 야외 활동이 힘들기 때문에, 봄부터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고마워요』에는 버킷리스트도 실려 있는데요. 시간이 지난 후에 얼마나 이루어져 있을 것 같으세요?
버킷리스트 중에 마흔 살 이전에 건물을 사겠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5년 안에 그 바람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마 그때 책을 한 권 더 낼 것 같은데, 다시 버킷리스트를 포함시키려고요. 제가 봤을 때는 목록에 있는 모든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멋있게 쓰고 싶지 않았어요
음악, 사진, 사업, 봉사까지 다 해내는 거 보면 악바리라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맞아요. 독한 면이 있어요(웃음).
지치지 않고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벼랑 끝에 서면 간절함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가장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될 것들이 많아요. 저 혼자만 생각하면 안주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도 계시고 가족들도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죠. 가족이라는 목적이 굉장히 강한 거예요. 그런 목적이 있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 것 같아요.
버킷리스트 중에 ‘요리 자격증 따기’도 포함되어 있던데요?
혼자 산 지 15년 차인데요. 3년 정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다 보면 MSG에 질리게 되거든요(웃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요리를 하게 됐는데, 조금씩 보완하다 보니까 요리가 맛있게 되더라고요. 2006년쯤부터 제대로 요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요리 잘해요. 거의 다 직접 만들어 먹어요. 주변에서도 요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까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요리로 방송 활동을 할 생각은 없어서 조용히 준비할 생각이에요(웃음).
‘마음속의 나쁜 것들 버리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마음을 버리고 싶으세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들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정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연락도 한 번 없고 찾아오지도 않았던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그때는 ‘이 사람들은 내가 죽어도 안 오겠구나, 그런 사람들을 봐서 뭐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미움이 생기기도 했어요. 제가 힘들 때 여러 가지로 저를 더 힘들게 한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는 게 저한테 독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말고도 살다 보면 안 좋은 마음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버리고 살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어요.
『고마워요』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힘드신 순간에 이 책을 꺼내보셨으면 좋겠는데요. 사실 그럴 때 책을 읽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해결해야 될 일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간 나실 때 읽으셨으면 좋겠고요(웃음). 첫 번째 책도 그렇고, 이번 책도 멋있게 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들은 다 배제하고 덤덤하게 쓴 책이에요. 욕심을 내려놓았고 썼어요. 그런데 절대 가벼운 책은 아니거든요. 책을 보시고 ‘이 사람도 이겨냈으니까, 나도 충분히 다 이겨낼 수 있다’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몸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고난이나 시련의 시기들이 왔을 때 ‘이 사람도 이겨냈는데 내가 못 이겨내겠나’ 이런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백성현 저 | 시그마북스
뇌종양 투병과 수술을 겪으며 더 깊고 진솔해진 글과 사진으로 그가 다시 말을 건넨다. 소박한 문장과 감성 짙은 사진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능력이 탁월한 그답게 이번 포토 에세이 『고마워요』 또한 가만히 들여다보며 음미하고 싶은 백성현의 문장과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의 소박하지만 흡인력 강한 글은 물론이고, 하늘, 바다, 사막 등 그가 사랑하는 자연을 담은 사진과 세계적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아시아 최초 모델이자 작가로 발탁되어 작업을 한 사진들이 풍성하게 실려 그만의 감성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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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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