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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맑은 문체와 풍부한 서정을 지닌 소설가

1996년 제27회 동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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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은 ‘제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이자 ‘동인문학상’과 ‘현대문학상’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한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다. 1990년대 한국 소설의 한 정점을 이룬 작가로 평가 받으며, 다성적인 목소리로 세상과 사람 살이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표명한다.

이순원(위키백과).jpg

출처_ 위키백과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한 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 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 시리즈를 비롯한 「수색」 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이순원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작가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이 땅 천민자본 상류층의 끝 간 데 모를 욕망과 타락을 연쇄살인의 형식을 통해 비판?경고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테러를 꿈꾼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대 정동진에 가면」 등의 작품에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강하게 흐르며, 「순수」에서는 이 같은 연민이 구체적인 사회적 발언을 입어 힘을 얻는다. 「순수」에서 40년 전 잔칫날 동네 사내들이 혼사 주인공을 화제로 함부로 내뱉는 음담은 우리의 연약한 ‘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픔이 사회적 폭력의식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음란상에 우리 사회를 빗대는 발언에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같은 맹렬한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수색」 연작 이후로는 우리 내면의 무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구체적 삶으로 그려내고 있다. 창작집 『첫눈』 역시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키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네고 있다.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소년이 별을 주울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워낭』, 『벌레들』(공저), 『어머니의 이슬털이』, 『고래바위』 등이 있다. 「수색, 어머니 가슴 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을, 「은비령」으로 ‘제4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비의 잠」은 ‘제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순원 작가의 대표작

 

은비령

이순원 저 | GOODBOOK(굿북)  

'현대문학상' 수상작이자 KBS <일요 베스트>에 방영된 작품으로 문학성과 시의성을 모두 인정받은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인 '나'는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친구의 아내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 사랑은 이미 오래 전에 스쳐간 운명이다. 여자는 별처럼 2천 5백만 년 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다. 작품에서 '은비령'은 2천 5백만 년 동안 기다려온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이자 안타까운 이별 지점이다. 시정 어린 문체와 아름다운 비경, 그리고 별들의 이야기가 두 남녀의 사랑과 잘 버무려진 소설로, 가벼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준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이순원 저 | 민음사  

'수색' 연작소설을 한 데 모은 작품집으로, 한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낯선 욕망의 무늬를 그려낸다.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수색, 어머니 가슴 속으로 흐르는 무늬」를 비롯해 「수색, 그곳에 가도 보이지 않는 무늬」, 「수색, 불러도 대답 없는...」 등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이남호 문학평론가는 "가두어도 가두어도 비집고 나오고 또 갖고자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욕망의 생리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첫눈

이순원 저 | 뿔(웅진문학에디션)

표제작 「첫눈」을 비롯해 「멀리 있는 사람」, 「라인 강가에서」, 「미안해요, 호 아저씨」, 「카프카의 여인」, 「푸른 모래의 시간」, 「거미의 집」 총 7편의 단편을 실은 창작집. 첫눈처럼 인생에서 불현듯 다가오는 만남과 이별, 현대인들에게 결여된 가족 간의 정, 개발 시대의 어두운 기억, 도시화가 불러온 농촌의 아픔, 노령화 사회의 그늘, 주류 속에 존재하는 소외 등을 다루며 우리의 삶과 시대를 오롯이 투영하고 있다.

 

 

 

 

 

 

 

19세

이순원 저 | 곰

어른 세계의 금기에 대한 한 소년의 성급한 도전을 그리고 있다. 소년은 이미 17세 때 자신의 욕망대로 어른 세계의 모든 선을 넘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19세』는 남보다 일찍 어른 세계에 매혹된 한 소년의 아슬아슬한 체험을 그때의 시각 그대로 우리 추억 속에서 다시 새기는 불온한 판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그 불온함의 건강성이다. 유년의 추억들을 유쾌하게 담아내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할 만큼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준다.

 

 

 

 

 

 

소년이 별을 주울 때

이순원 저/박요한 그림 | 곰

'산골 소년', '꽃마음', '아침노을', '희망등' 등 네 가지 이야기보따리로 묶인 92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순원 작가는 나와 당신의 경계, 사람과 자연의 경계, 밤과 낮의 경계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계를 하나하나 지우며 모든 영혼의 상처를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그가 들고 온 글들은 소설과 산문과 시의 경계를 아찔하게 허물며 우리에게 산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차분하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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