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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뒤흔든 소금, 모피, 보석, 커피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홍익희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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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기반이 되는 도시의 발달이 소금을 통한 교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척박한 땅 시베리아를 개척한 것이 모피를 얻기 위한 강한 경제적 동인에 인한 것이었다는 사실 등 인류를 좌지우지했던 매력적인 다섯 가지가 세계사에 어떻게 기능했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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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한두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그간 발간된 세계사 책 목록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날씨가 어떤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 기술의 발달이 세계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치명적인 몇몇 인물들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만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그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상품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삶을 해석한 책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역시 그래서 흥미롭다. 저자 홍익희는 소금과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 등 다섯 가지로 세계사를 읽어냈다. 문명의 기반이 되는 도시의 발달이 소금을 통한 교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척박한 땅 시베리아를 개척한 것이 모피를 얻기 위한 강한 경제적 동인에 인한 것이었다는 사실 등 인류를 좌지우지했던 매력적인 다섯 가지가 세계사에 어떻게 기능했는지 살핀다.


지난 7월 16일 동교동에서 진행된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홍익희 저자는 가장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난과 생존


“사람들이 살기 편한 곳은 온대나 아열대 지역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문명은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온대 지역에서 모두 발현했어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굶어죽거나, 대비하지 않으면 얼어 죽는 기후죠. 즉 문명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곳에서 발현했습니다.”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 속에서 발전했다고 말했다. 위기나 도전이 발전을 가져왔다는 지적이었다. 저자 홍익희는 이를 감람나무(올리브 나무)를 들어 설명했다.

 

“성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감람나무입니다. 사막성 기후에서 사는 감람나무는 살기 위해 뿌리 내리는 데만 15년 이상을 쏟습니다. 최초의 열매를 맺는 건 거의 20년이 다 될 때입니다. 바로 그 최초의 열매에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기름이 나오죠. 그 첫 열매에서 나온 기름을 ‘엑스트라 버진 오일’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왕의 머리에 바르는 데 사용했어요.”

 

고난을 극복한 생명이 강하게 진화한다. 소금 역시 고난과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인류 문명사의 가장 중요한 상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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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시작에 크게 기여한 ‘소금’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을 보자.

 

수메르문명이 발생할 수 있던 것은 야생 밀과 소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이후 메소포타미아 강 하류에 수메르문명이 꽃피면서 기원전 5300년경부터 에리두를 필두로 도시국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택, 성벽, 지구라트 등 도시 건축과 설형문자가 탄생했다.(13쪽)

 

“도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당시에 이미 교역이 발전했다는 의미입니다. 농업, 어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로 교환해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도시예요. 고대는 생각처럼 그런 원시시대가 아닙니다.”

 

소금은 교역과 시장 발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금 생산지에서 멀어질수록 소금 가격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때문에 소금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왔고, 도시는 번성했다. 소금을 사간 상인들은 소금 생산지에서 먼 곳으로 가 소금을 되팔았고 큰돈을 벌었다. 인류 최초의 도시 예리코(Jericho,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도시)가 사해 옆에 형성된 도시라는 점을 떠올리면 된다.

 

성경에서는 이 도시를 ‘종려나무의 도시’라 부른다. 지금도 예리코 오아시스 근처에는 종려나무가 많다. 일면 대추야자나무로 불리는 종려나무는 광야에 사는 사람들의 귀중한 식량이었다. (21~22쪽)

 

페니키아인들 역시 소금을 다른 민족에 비싸게 되팔면서 소금을 이들 무역의 근원으로 삼았다. 사람들은 소금을 사기 위해 페니키아로 모였고, 페니키아인들은 소금을 주석과 교환하면서 유럽의 청동기 문화를 이끌게 된다. 청동기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다름 아닌 소금이었다는 사실이다.


페니키아와 자주색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페니키아’는 ‘자주색 옷을 입은 사람’이란 뜻이에요. 당시 자주색 옷은 수십만 마리의 뿔고둥의 내장을 모아서 짜야 나오는 소량의 염료들로 만든 것이에요. 고대부터 가장 비싼 색의 옷이 자주색 옷이었습니다. 아무나 못 입어요. 왕족이나 추기경만 입을 수 있죠. 그래서 자주색 자체를 추기경이 색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에게 소금은 희귀하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천혜의 염전을 보유한 우리에게 소금은 다양한 식문화를 발전시킨 강력한 동력이었다. 저자는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에 천일염이 많이 나기 때문에 흔하게 생각하지만요. 소금은 쉽게 생산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현대에도 바다에서 만드는 천일염은 전체 소비량의 몇 퍼센트 되지 않아요. 대부분은 땅 속에서 파낸 암염을 사용해요. 우리나라 서해안만큼 드넓은 갯벌을 갖고 있는 곳이 다섯 군데 정도 되는데요. 그 중에 서해 갯벌이 가장 좋은 갯벌입니다.”

 

소금은 유럽 문명에 뿌리 깊은 영향을 주었다.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로마 초기에는 소금이 화폐의 역할을 했다. 관리나 군인에게 주는 급료를 소금으로 지불했다. 이를 ‘살라리움(salarium)’이라 했다. (중략)봉급을 뜻하는 샐러리, 봉급생활자를 일컫는 샐러리맨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참고로 ‘soldier(병사)’, ‘salad(샐러드)’ 등도 모두 라틴어 ‘sal(소금)’에 어원을 두고 있다. 채소를 소금에 절인다는 뜻에서 샐러드는 ‘salada(소금에 절인)’에서 나왔다. 심지어 사랑에 빠진 사람을 ‘salax’라 불렀다. 채소를 소금에 절인 것처럼 사랑에 취해 흐물흐물해졌기 때문이다.(29쪽)

 

 

세상을 움직인 ‘모피’


인간이 처음 만난 옷감은 동물의 털가죽이었다. 동물의 모피는 사냥의 기념품이자 최초의 의복이었다. (중략)모피가 신성하고 귀한 소재였던 만큼 그 값어치도 만만치 않았다. 인구가 늘어나고 공급이 제한되면서 모피는 대표적인 사치품이 되었다.(103쪽)

 

시베리아. 그 추운 땅에 섣불리 들어가려고 한 사람은 없었다. 16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뒤늦게 시베리아가 개척되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모피’였다.

 

“당시 모피가 대유행을 합니다. 시베리아에 들어가서 담비를 잡으면 큰돈을 벌었어요. 모피 상인이 시베리아를 개척하는 속도가 군대가 진격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어요. 순식간에 시베리아를 상인들이 다 개척을 합니다. 경제적인 동력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에요.”

 

미국의 서부 대륙 개척, 알래스카 개척 모두 모피로 인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한반도 인근에서는 모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시아에서 모피 동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어디일까요? 백두산입니다. 백두산 일대에는 호랑이나 표범 등 많은 동물이 있었어요. 그 모피를 사기 위해 많은 장사꾼들이 고조선이나 발해, 고구려를 찾았을 겁니다. 고대 역사학자가 중앙아시아에서 모피를 찾아 발해까지 찾아온 길을 발견했어요. 그만큼 모피가 우리 역사에도 큰 역할을 했을 텐데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아요. 그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1625년 서인도회사는 아메리카 대륙의 섬 맨해튼에 가죽거래교역소를 세운다. 모피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다. 그 섬에는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과의 싸움도 치열했다. 책에는 ‘월가(Wall Street)’라는 이름의 탄생 배경에 관한 재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교회나 도로의 건설이 진행되면서 인디언의 습격을 막기 위해 통나무 벽을 쌓았다. 1653년에는 맨해튼 남단에 영국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끝을 뾰족하게 깎은 나무목책(Wall)도 세웠다. 그 뒤 나무목책이 세워진 거리와 인접한 거리를 ‘월가(Wall Street)’라 불렀다.(118쪽)

 

인간들의 모피 사냥으로 바다표범, 해달을 시작으로 현재는 밍크, 여우, 너구리 등이 치명적인 죽음을 당하고 있다. 바다표범의 경우 수세기 동안 사냥을 당한 결과 숫자가 80%나 줄어든 20세기 초부터 비로소 산업의 쇠퇴가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금만큼이나 무서운 경제적 동인으로 모피가 세계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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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과 자본주의


보석 산업이 확대된 데에는 유대인들의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보석 산업은 유통의 폐쇄성이 특징이다. 그야말로 독과점 체제인 것인데, 이 체제를 유지해야 수급 조절이 자유롭고 보석의 고가정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자유 시장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요? 다이아몬드는 하루아침에 돌값이 되겠죠. 그런데 이러한 보석 시장에 중국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2위의 다이아몬드 소비시장이며, ‘타오 바오(Tao bao)’ 등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들은 적지 않은 다이아몬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의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보았다.


한편 보석의 역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론의 단초가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영국의 존 홉슨(John Atkinson Hobson)은 1899년 보어전쟁 취재를 위해 남아공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유대인들의 탐욕에 의해 자신의 조국, 영국이 제국주의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 후 그는 『제국주의론』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긴다.

 

“결국 이 『제국주의론』이라는 책이 레닌(Vladimir Il'ich Lenin)에게 연결이 되어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을 낳았고, 후에 홉슨이 얘기한 ‘과소소비설’은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유효수요이론의 원형이 됩니다. 공산주의의 핵심이론과 자본주의 이론이 보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보고 쓴 홉슨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커피의 역사


“모카커피 아시죠? 무엇을 모카커피라고 할까요? 과거 아라비아 반도에 사는 유대인들이 커피를 독점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 있습니다. 우선 절대 생두 상태로는 다른 곳에서 키우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에요. 또 수출하는 항구를 한 군데로 묶어버렸어요. 그 항구 이름이 모카였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모카 항구에서 온 커피를 다 모카라고 불렀어요.”

 

1616년 동인도회사는 인도에 몰래 들어가 커피 원두와 묘목을 밀반출해낸다. 네덜란드에 그렇게 밀반출한 커피 묘목을 재배하다 해충 피해를 입고 재배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들은 다시 재배지를 인도네시아로 옮긴다. 그곳에 바로 ‘자바’지역이다.


네덜란드는 아메리카 식민지에도 커피를 전파한다. 가이아나, 수리남, 카리브 해 등에 커피를 옮겨 심어 재배에 성공하게 된다. 이 중 수리남에서 자라던 커피는 이후 브라질로 들어가는데, 책에는 브라질에 커피가 전해진 로맨틱한 사연이 있다.

 

프랑스령 가이아나의 총독 부인이 화려한 꽃다발 속에 커피 묘목을 숨겨 잘생긴 스페인 연대장에게 선물함으로써 그 묘목은 콜롬비아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브라질로 퍼져 나갔다.(274쪽)

 

역사를 쫓다 보면 사건이 되는 중요한 물건들이 아주 많다. 저자는 활, 마차, 펌프, 도자기, 화약, 종이, 설탕부터 비교적 근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구, 기차, 자동차, 전화기 등이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 아주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 거대한 흐름 안에 우리 민족의 위치를 꼼꼼하게 살피며 좀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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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홍익희 저 | 행성B잎새
기존 출간도서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서술 대상이 되는 상품들을 우리만의 시각으로 파악해 좀 더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와 닿는 이야기들이 많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유용하게 쓰이는 상품들의 역사는 단지 책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박제된 과거의 기록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해 미래의 새로운 상품 교역의 활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행형’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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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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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밀접한 상품들의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무역사를 엿보는 유의미한 작업 베스트셀러인 《유대인 이야기》(2013)와 《세 종교 이야기》(2014) 등을 쓴 저자 홍익희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유대인과 유대교에 대해 살펴본 전작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는 세계사를 뒤흔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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