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낯설게 보는 ‘아트인문학’ 여행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 저자 인터뷰
여행이 일반화되고 그림의 뒷이야기가 넘쳐나는데다가 인문학 열풍인 시대에 ‘꿀구라’라 불리는 김태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아트인문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제안한다.
완성된 작품을 몇 개 남기지 못했던 다빈치가 지금까지도 추앙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각 회화 건축에서까지 최고가 된 미켈란젤로의 성취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졌던 독자라면 『아트인문학 여행』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여행이 일반화되고 그림의 뒷이야기가 넘쳐나는데다가 인문학열풍인 시대에 김태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아트인문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제안한다. 단순히 예술작품과 건물을 설명하거나 문화유적을 답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류를 뒤흔든 르네상스라는 기적이 왜 마땅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탈리아의 각 도시와 예술가들의 만남을 ‘낯설게 보기’라는 도구를 통해 극적으로 발굴해냈다.
저자 김태진은 기업인재연구소를 운영하며 ‘오직 사람이 답이다’라는 모토로 기업과 대학을 도와 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해왔다. 현재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간 청년들의 멘토로서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다면』, 『300프로젝트』 등의 책을 썼다.
교양 독서를 좋아하거나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아트’와 ‘인문학’ 그리고 ‘여행’의 결합이 새롭습니다. 책을 펴내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인문학 강연에 아트를 결합한 건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기왕이면 평소 좋아하던 미술 이야기를 녹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실험적으로 해본 것인데 이 강연에 대한 반응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강연이 큰 성공을 기록하면서 출판사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셨고 책에 대한 기획도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연과 책은 그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여러 질문을 앞에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문학적이라 할 수 있는 다음 질문에 오랜 시간을 들였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이 길라잡이가 되어 책에서 다룰 분야도 명확해질 수 있었습니다. “창조성이 분출하던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를 다루자.” 아트인문학 강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기도 합니다만, 르네상스 이야기는 창조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늘 좋은 힌트는 역사에 숨겨져 있는 법이니까요.
책의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아트인문학’이 강의로 먼저 유명해졌다고 들었는데,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숨겨진 비결이 있으신지요?
강연에 대한 기대 이상의 호응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비결이라고 말할 것은 없고 다만 무엇보다 저 스스로가 미술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을 꼽아야 할 듯합니다. 좋아하다보니 많은 책을 찾아서 읽게 되고 또한 해마다 시간을 내어 유럽을 찾아 현장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늘 업그레이드되고 있지요. 재미있다는 평을 듣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인문학은 조금만 진지해도 딱딱하고 지루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제 경우 미술을 매개로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룹니다만 이를 가능하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려 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듣는 분들도 함께 몰입하게 되니까요.
글도 재미있지만, 사진도 굉장히 훌륭합니다.
책의 기획 의도에 맞추자면 무엇보다 현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현장감을 단순히 말하면 르네상스의 주요 관광지를 멋지게 담아내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저와 백승휴 작가는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왕이면 위대한 천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과 만나는 느낌까지 담아내자는 목표를 세웠죠. 그래서 공저자인 백승휴 작가가 고생이 많으셨지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만들어진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그 어느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5백여 년 전 르네상스의 생생한 현장을 책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개념의 꿀구라’, ‘직감의 막구라’라는 저자 소개도 재미있습니다. 두 저자의 인연도 이야기해 주세요.
찰스 핸디가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 단언한 바와 같이 회사가 더는 개인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입니다. 7년 전 자유로운 벼룩이 되고 싶은 이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모임에서 백승휴 작가와 만났습니다. 그 모임을 통해 함께 성장하면서 돈독한 인연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둘의 성향이 매우 다릅니다. 저는 이성적이고 백승휴 작가는 감성적입니다. 둘의 장점을 별명으로 표현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명확한 개념을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면에서 저는 꿀구라로, 순발력이 뛰어나고 즉흥적인 멘트에 번뜩이는 직감에 강점인 백 작가는 막구라로 별명을 지어보았습니다. 욕먹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아직까지는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분위기라 계속 사용할 생각입니다.
인문학 홍수 시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인문학 관련 책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책이 다른 인문학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제 강연이 가지는 차별점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선 미술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지겠습니다. 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교양으로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는데 같은 인문학 이야기를 하더라도 미술을 소재로 하는 점이 더욱 특별한 호응을 끌어내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다음으로는 쉽게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한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선정한 천재들은 브루넬레스키, 보티첼리, 다 빈치,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등인데, 이들 르네상스 거장들의 일화를 마치 소설 읽듯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 다들 단숨에 읽었다며 좋은 반응을 주셨습니다. 다음은 여행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경험입니다. 사진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마치 르네상스 현장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럼 점들이 이 책의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 그림, 여행 등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즐거움에도 평범한 즐거움이 아닌 ‘진정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즐거움이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해도 시간 낭비의 느낌이 들지 않는 일일 것,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도전적인 일일 것, 그리고 보람과 만족이 따르는 성장을 가져오는 일일 것. 제게는 아트인문학이라는 새로운 강연을 만드는 일이 그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가진 잠재력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고,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타일을 만들고 즐기려는 분들께는 ‘진정한 줄거움’을 주는 일을 찾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되리라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어떤 분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우선 교양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르네상스라는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실제로 르네상스가 무엇이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르네상스의 실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시기 예술가들이 벌인 치열한 노력을 담은 이야기들은 무척 재미있지만 그러면서도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삶의 의욕을 재충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미래의 도약을 준비하는 기업들에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기업교육이나 워크숍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다룬다면 교양의 재미와 더불어 창조성의 영감도 얻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유럽,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분들께는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여정을 고스란히 따라가기만 해도 르네상스를 완전 정복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문학의 재미에 빠지면 거기서 헤어나기가 참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문학의 재미는 대단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하면서 우리 시대와 사회에 가치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당분간은 아트인문학이라는 분야에서 지속해서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더욱 많은 분과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김태진,백승휴 공저 | 카시오페아
여기 새로운 여행을 제안한다. 아트인문학 여행이다. 인문학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지적허영만을 추구하거나 성공을 위한 도구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예술가의 눈을 빌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아트’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진지함을 체험하는 ‘인문학’ 여기에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결합했다. 이 셋의 공통점은 현실을 ‘낯설게 보도록’해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소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창조력이 용솟음쳤다는 르네상스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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