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24와 민음사가 함께 진행하는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 6월의 강의, 주인공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최근 『태도에 관하여』라는 에세이를 펴내고 강의 진행을 맡은 작가 임경선은 “결국 하루키의 소설과 여러 글 속에 담긴 그의 생각, 인생의 고통에 관한 담론들이 이번 에세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가 ‘하루키’를 이야기하기 위해 ‘고통’이란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고통이란 단어가 하루키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강의의 문을 열었다.
만약 우리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 그에게 ‘고통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하루키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우선 자기 개인의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까 한다는 임경선은 먼저 작가의 삶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본인 스스로 ‘상처 입은 기억이 없다’고 그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런 그에게 닥친 첫 번째 고통은 무엇이었나.
하루키, 고통의 시작
“도쿄 와세다 대학교에 가면서부터예요. 1960년대 말이었는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80년대 학생운동처럼 전공투(‘전학공투회의’의 약칭)라고 해서 반미, 반제국주의와 같이 전반적으로 기성세대를 반대하는 학원분쟁의 폭풍이 몰아칠 무렵이었어요. 학생들이 기세등등한 분위기였죠.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하루키는 데모 조직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학생운동을 지지하고 있었고, 개인적인 단위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고 얘기를 합니다.”
문제는 전공투 안에 존재했던 계파 갈등이었다. 대립이 심해지며 그로 인해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루키가 소속되어 있던 문학부의 한 강의실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비운동권 학생이 살해된 것이었는데, 그 사건을 겪으며 하루키는 처음으로 큰 환멸을 느낀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운동권 방식에 환멸을 느낀 거예요. 이어 정의를 부르짖던 운동권 학생들이 일 년 후 전공투 바람이 잠잠해지자 갑자기 취직을 위해 ‘리크루트 수트’라고 하는 감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서 그토록 욕했던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절절매는 모습을 봐요. 거기서 또 한 번 환멸을 강하게 느끼죠. 이 부조리함, 이 비열함,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말이에요.”
일찍이 하루키는 삶의 부조리를 발견했고, 환멸을 느낀다. 작가는 ‘저들처럼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빚을 내 도쿄 외곽에 재즈 카페를 차린 것은 그런 맥락이었다. 이때부터 하루키에게도 진짜 ‘고통의 시간’,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22살부터 29살까지 카페를 운영했어요. 그 나이면 청춘을 만끽할 때잖아요. 그는 그 시기에 아침부터 밤늦도록 육체노동을 하고 취객들을 내쫓기도 하며 보냈어요. 일단 빚이 많았고요. 시간적, 경제적으로 ‘즐긴다’고 할 여유는 전혀 없었죠. 당연한 얘기지만 고생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고 그는 얘기합니다.”
하루키는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정신없이 관통하고, 살아남는다. 그의 나이 29살, 새로운 풍경이 그를 둘러쌌다. 이제는 글을 써볼 수 있겠다, 하는 실감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때가 왔다, 이제 할 수 있겠다, 해도 되겠다, 하는 그런 확실한 감각을 갖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 누군가가 어려움 속에서 고통을 느낀다면 그 당시의 하루키는 이렇게 말을 건넬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결실을 맺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힘내서 견뎌주세요’라고요.”
임경선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두 가지 청년기의 경험이 소설가가 된 이후 그의 작품을 지탱하는 큰 경험치라고 설명했다. 어떤 육체적 고생을 통해 얻은, 인생철학의 뼈대를 구축한 단단함과 부조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비겁함에 대한 치 떨리는 트라우마 같은 것들이 작가의 가치관을 형성했으리라는 것이다.
“여러분도 10대, 20대의 예민한 시기에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후의 삶에도 자신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경험을 하실 거예요. 그처럼 자신에게 고통을 줬던 어떤 것들은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하루키 소설 속 고통의 몇 가지 주제들
‘고통’과 ‘자기 치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관통하는 큰 주제라고 임경선은 설명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이 자기 안에 끌어안고 살고 있는 일종의 암흑 같은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진지하게 관찰해서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그대로 리얼하게 쓰고 싶다. 해석하거나 설명하지 않고.’라고요. 저는 이걸 다른 표현으로 ‘자기 안의 지옥’이라고 항상 얘기해요.”
인간이 갖고 있는 암흑, 내재된 어둠에 관심을 가졌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린 소설 세계를 들여다본다면 그가 다룬 고통의 몇 가지 주제들이 보일 것이다.
가장 먼저 『해변의 카프카』에서 그린 고통은 ‘성장의 고통’이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고통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시각을 바꾸고, 내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한 걸음 나오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답이 없어 보이는 이 좁은 세계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라도 있다는 것이 책에서 말하는 첫 번째 고통에 대한 안내라고 할 수 있어요.”
‘껍데기’라고 하는 상징은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그 껍데기를 깨는 경험을 함으로써 성장한다. 피부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껍데기를 깨는 데에는 그만큼의 고통이 따른다.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고, 자신을 지난 자에게 상처럼 ‘성장’이라는 선물을 준다. 15세에 가출을 감행한 소년 ‘카프카’처럼 말이다.
『해변의 카프카』가 다루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힘이나 피할 수 없는 폭력이 있는데, 이때 체념하지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임경선은 덧붙였다.
“안 될 거야, 혹은 넌 할 수 있어, 이 둘 모두도 아니죠. 조건부 희망을 준 거예요. 네가 어떻게 한다면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건데요. 구체성과 현실성이라는 것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 거예요.”
『노르웨이의 숲』에서 그린 고통은 ‘상실의 고통’이다.
“일본에서 나왔을 때 하루키가 커버 디자인과 띠지 카피(‘이것은 100% 연애 소설입니다’)를 아내와 함께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키가 정말 쓰고 싶었던 것은 연애의 모습이 아니라 상처 받은 자들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즉, 상실의 고통을 겪어도 계속 살아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을 이 소설을 통해서 그리고 싶었다고 얘기해요.”
『노르웨이의 숲』에서 죽음과 함께 많이 등장하는 것이 ‘섹스’다. 임경선은 “섹스는 격한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삶을 지탱시키는 행위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임경선은 죽음의 반댓말을 ‘섹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 행위가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낙원』 같은 작품에서 장례식 이후 정사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저는 그것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해요. 죽음이라는 것을 목격하고 나면 삶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노르웨이의 숲』에는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하츠미. 이 여자들의 고통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무게감을 갖는다. 나오코는 롤모델 같았던 모범생 언니가 17살에 아무런 기미도 없이 자살하고, 자신의 쌍생아 같은 남자친구 기즈키 역시 자살하면서 엄청난 ‘상실의 고통’을 경험한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밝은 미도리 역시 고통스럽다. 미도리의 부모는 차례대로 병에 걸려 죽고, 미도리가 좋아하는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좋아한다. 거짓된 폭로에 상처 받는 레이코와 남자친구의 성적 방탕에 상처를 입는 하츠미의 고통역시 조금도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이 작품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이 작품이 대박이 나면서 하루키의 일상이 흔들립니다. 평론가들이 비난하고,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지고, 부모님과도 갈등을 겪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하루키가 쓰려고 했던 작품이 아니었어요. 판타지만 쓰느냐는 지적에 리얼리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썼던 것이고,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자신의 트라우마적 경험의 언어화라는 자기 구제의 작업이었어요. 한마디로 자기 얘기를 쓴 것이죠.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팔린 거예요.”
매 신간을 낼 때마다 엄청난 독자들의 환영을 받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 국내에서도 출간 소식으로 큰 화제를 낳았던 것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다. 하루키가 이 작품에서 그린 고통은 ‘소외의 고통’이었다.
“중요한 것은 쓰쿠루가 핀란드까지 가서 얘기를 듣지만 모든 것을 납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깔끔하게 해결되고, 상황을 100% 납득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이해는 하기로 하고 그래도 나는 내 인생을 한 걸음 걸어간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점이에요.”
임경선은 모든 것을 해결한 다음에 걸음을 걷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직 온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이 상황에서도 걷겠다, 는 자세에 대해 강조했다. 걷다보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하루키가 전하는 고통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자신이 완전치 못한 상태라 하더라도 일단 나아가보는 것, 그것이 고통을 좀 더 정직하게, 솔직하게 다루게 되는 태도가 아닐까.
여자들에게 버림 받은 중년 남자들이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작품들로 채워진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그린 고통은 ‘버려짐의 고통’이다.
“주인공들은 특이한 점이 있어요. 여자가 떠나간 고통을 줄이기 위해 평범한 남자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해요. 굉장히 침착해요. 울부짖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여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 여자가 떠나갔는지는 굉장히 상세하게 묘사했는데, 왜 떠나갔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루키는 여기서 고통에 관한 하나의 중요한 경험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것은 상처 받을 때는 제대로 상처 받는 쪽이 낫다, 라는 거예요.”
상처 앞에서 의연한 척 하는 태도, 최대한 자제하는 태도가 더 성숙한 것일까. 아닐 것이다. 하루키 역시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자제하면 자제할수록 더 깊이 상처 받는다. 자신의 아픔, 상처, 감정을 억누르는 일을 피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작가는 『여자 없는 남자들』을 통해 하고 있다.
“쉽게 말해 괜찮은 척 하지 말라는 거예요. 아플 때는 제대로 아파하는 것, 애도의 기간을 갖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이니까’ 할 필요 없어요. 그건 나이와 상관없이 괴로운 거거든요. 괴로울 때는 괴로움을 표현하는 일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외의 작품들
‘고통’이라는 주제를 다룬 하루키의 작품들은 이 외에도 많이 있다.
『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된 단편 「침묵」은 하루키가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쓴 것인데, 부조리한 폭력, 그에 동조하는 비열한 불특정다수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소설이다. 특히 임경선은 이 단편에 애착을 갖는다고 말했다.
“진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에요. 비열한 불특정다수, 숨어있는 익명의 사람들의 폭력이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도쿄기담집』에 수록된 「하나레이 해변」은 고통의 아름다운 휘발 방식에 대해 그리고 있다. 하와이에서 서핑하다 죽은 아들의 기일에 하와이에 건너가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휘발하는지 묵직하게 그리고 있다.
고통의 주변부속 이야기들
궁금한 점이 있다. 하루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왜 이렇게 ‘살림력’이 강한가. 이들은 굉장히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애를 쓴다. 일상적인 것들을 유지한다는 것, 이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괜히 그런 게 아니에요. 일상에 부조리하게 닥치는 고통의 태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해요. 이른바 『댄스 댄스 댄스』에 ‘문화적 눈 치우기’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누군가는 눈을 치워야 하죠. 그런 것처럼 한 사람의 사사로운 헌신, 그 노동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거예요. 요리도 열심히 하고요.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절대 새로 장을 봐서 보란 듯이 요리하지 않고요.(웃음) 무심하게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재료로 뚝딱 만듭니다. 이 행동은 하루키의 세계관과 연결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자원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완성할 것, ‘냉장고를 부탁해’적 세계관이라고 임경선은 유쾌하게 말했다. 가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은 삶에 대한 꽤 의미 있는 태도가 아닐까. 청소도 마찬가지다. 삶을 유지하는 꾸준함, 그것이 삶에 주는 힘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이어 임경선은 고통과 공정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정하다. 그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리 불공평하다 하더라도 거기에서 어떤 종류의 공정함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요. 하루키는 공정함을 무척이나 추구합니다. 고통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또한 ‘세상에는 여러 가지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있지만 역시 세상을 볼 때는 공평하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뭔가를 한 경우에도 왜 이 사람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가능하면 그 사람의 입장, 사정을 이해해보려는 자세’를 말한 것이죠.”
피해자의 입장에 놓였더라도 가급적 공정함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러한 하루키의 태도는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사건을 다룬 르포르타주 『언더 그라운드』를 씀과 동시에 옴진리교 신도들(가해자)을 인터뷰한 『약속된 장소에서』를 연이어 쓰는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대단한 거예요. 명백한 피해자, 명백한 악(惡)으로 보이지만 작가로서는 이쪽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니까요. 이런 태도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예루살렘 문학상 수상(2009년) 당시의 수상 소감과 일맥상통하죠.”
예루살렘 문학상 수상 당시 하루키는 “내가 소설을 쓸 때 늘 마음속에 새겨두는 말이 있다. 혹시 여기에 단단한 벽이 있고 그에 부딪히는 알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알의 편에 설 것이다”라고 말해 큰 이슈가 되었다. 임경선은 이것이 흔히 해석하듯, 단순히 강자와 약자에 관해서 한 이야기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루키는 이렇게 말해놓고도 알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할까 또 생각해본다고 했어요. 100% 알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본인도 무조건 알의 편에 설 자신은 없다고 했습니다. 알을 지지한다는 것은 절대 감상적인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하고 있어요. 그것은 나름의 결심과 마지막까지 책임을 치를 각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요.”
‘나는 약한 것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약한 것은 옳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약한 것이 옳든 그르든 약한 편에 서겠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루키에게는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는 ‘약하다’는 명제를 품고 있다. 다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 한 대목을 보아도 그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강한 인간 따위 그 어디에도 없어. 강한 척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지’라고 했습니다. 그는 소설가, 작가이기 때문에 약함에 대한 기본적인 연민이 있고, 그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약함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약한 부분이 고통 받고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그 부분을 통해 다른 세상을 열게 되겠죠. 그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원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고통을 통해 배운다. 그것도 무척 깊은 고통으로부터.”
깊은 고통에 대면하는 것, 일상성을 유지하는 것, 고통을 지나 살아남는 것, 하루키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들이다. 그의 작품들에 많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같지 않을까.
태도에 관하여임경선 저 | 한겨레출판
《태도에 관하여》는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신뢰하게 된 삶의 다섯 가지 태도들에 관하여 쓴 솔직하고 명쾌한 에세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태도(attitude)는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문제이자,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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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저7,200원(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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