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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번 더 용기를 내보는 것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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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것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이 책을 어린시절 미리 읽었더라면, 역경과 고난의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나아가 새로운 환경에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이 오묘한 감정이, 울렁증이 아닌 설렘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jpg

 

뭐라고? 잘 안들려' 요즘 엄마와 전화통화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수화기를 통과하는 내 목소리가 내 귀에는 분명히 잘만 들리는데, 왜 상대방에게는 닿지 않는 것일까? 그럴때마다 난 엄마의 노화를 걱정하며 보청기라도 사드려야 하는 건 아닌지.. 엄마의 성질을 돋우는 걱정의 안부를 묻곤 했었다.


생각해 보니, 들릴듯 말듯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까페가 아닌, 배경음악 데시벨이 높은 곳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나올 때에면 항상 목이 반쯤은 쉬어 있곤 했다. 노래방에서도 연속 3곡 이상 가창은 자체 금지였다. 항상 중간 중간 목을 쉬어줘야 마지막까지 흥을 유지하며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목소리가 작은 것일까? 아니, 작아진 것일까?

 

학창 시절 조별 과제에서 항상 발표자를 도맡아 했을 정도로, 목소리도 크고 그만큼 배포도 넓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매일 보는 친구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더 나아보일 필요도 없었고, 기죽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그야말로 신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요즘은 초등학생은 물론 유치원에서도 원어민 강사를 초빙하여 영어 수업을 한다지만, 수능 독해와 문법 공부에 익숙해져있던 내게, 원어민 교수님에게, 그것도 나보다 5살은 많아보이는 외국인 동기들과 함께 동그랗게 모여 앉아 영어 토론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나는 그 수업 시간마다 꿀먹는 벙어리처럼 입을 열기를 거부했고, 교수님에게 뱀파이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어둠의 기운을 뿜어냈었다.


물론 수업 전에 미리 할 말을 영작해 가거나 예습을 한 적도 많았지만, 실수하면 놀림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목소리는 작아졌고, 소극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꼬마 악어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용기를 끌어내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 수업을 들었던 원어민 동기들은 그들의 모국어이기에 당연히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인데, 남들이 다 잘하는 것을 나 혼자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냈던 것 같다.  그들이 영어를 잘한다면, 나는 한국어를 잘한다는 배짱으로 이겨냈어야 했던 것을.. 그런 의미에서, 남들과 다른 것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이 책을 어린시절 미리 읽었더라면,  역경과 고난의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나아가 새로운 환경에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이 오묘한 감정이, 울렁증이 아닌 설렘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img_book_bot.jpg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제마 메리노 글그림/노은정 역 | 사파리
악어는 강가나 습지에서 생활하는 동물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헤엄치는 것을 좋아하지요. 그런 악어가 물을 싫어하고 수영도 못한다니 대체 무슨 까닭일까요?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는 남들과 다른 꼬마 악어가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엉뚱하고도 재미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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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빈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

<제마 메리노> 글그림/<노은정> 역8,100원(10% + 5%)

남들과 다른 점을 용기와 도전으로 바꾸는 유쾌한 그림책! 악어는 강가나 습지에서 생활하는 동물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헤엄치는 것을 좋아하지요. 그런 악어가 물을 싫어하고 수영도 못한다니 대체 무슨 까닭일까요? 《물을 싫어하는 아주 별난 꼬마 악어》는 남들과 다른 꼬마 악어가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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