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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

“언젠가는 물속에서 자동차 광고를 찍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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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녀가 물속에서 발견한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서 뒤늦게 인터뷰를 잡아 달라 떼를 썼습니다. 다행히 한국 관람객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주 방한한 그녀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 (2).jpg

 

7월 초,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라는 작가가 물속에서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다기에 취재에 나섰습니다. 독특한 전시회야말로 좋은 취재 아이템이죠. 작품을 보고, 부가적으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사진을 보고 있자니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겁니다. 하긴 말이 쉽지, 물속에서 특정 콘셉트로 모델을 촬영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장비며 세트는 어떻게 마련할까,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할까, 아니 당장 숨은 어떻게 쉬는지 몹시 궁금하더군요. 그런 궁금증을 안고 작가의 영상 메시지를 보는데, 기자는 그녀를 꼭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라는 그녀는 공원에서 만난 옆집 언니처럼 환하고 포근한 미소를 띠고 있었거든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녀가 물속에서 발견한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서 뒤늦게 인터뷰를 잡아 달라 떼를 썼습니다. 다행히 한국 관람객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주 방한한 그녀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오게 돼서 굉장히 기뻐요. 영국에 있을 때 남북한 뉴스나 드라마 등을 접했지만, 사실 아시아 지역에는 베이징 외에 처음 와본 거예요. 직접 와보니 음식도 맛있고, 무척 아름다워요.”

 

바레인에서 태어나 지금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나 할러웨이. 아시아 첫 전시인 데다 시차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꽤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힘들 텐데도 역시나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요즘 인기 작가들의 전시회가 많아서인지 장소가 좀 협소하지 않나 싶은데, 그녀는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하네요.


“저는 만족해요. 한국에 와보니 주변에 조각 작품이나 박물관, 아트센터가 많고,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제 작품이 그런 것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 기뻐요. 그리고 전시회에 젊은 여성들이 많이 오신 것도 재밌어요. 영국과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보통 나이 있는 부유한 층에서 제 작품을 많이 사시거든요. 그래서 이곳 전시장에서 보게 된 광경들이 신기해요.”

 

10대 후반에 스쿠버 다이빙 강사로 활동하다 수중촬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수중촬영, 수중사진만의 매력이 뭘까요?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불빛인데, 물 위에 있을 때와 물속에 있을 때 빛이 달라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표면에서 라이트를 주면 물 아래서는 빛이 더 퍼지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거든요. 요즘 사진이나 볼거리는 많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춰 서서 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하고 놀라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요.”

 

Elle, Elle Magazine for Style awards, 2011.jpg

 

그 바람처럼 굉장히 독특하고 몽환적인, 그리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물속에서 촬영한다는 게 무척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어려움은 많아요. 작품 중에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를 찍을 때는 침대를 물 안에 설치해야 하는데, 매트리스 안에 공기가 많다 보니까 물에 자꾸 뜨는 거예요. 그래서 잠수부 4명이 위에 앉고, 납을 올려서 가라앉힌 뒤에 그걸 고정시키느라 애를 먹었어요. 또 오래 전에 수영하는 말을 촬영한 적이 있어요. 말 아래 누워서 촬영하고 있는데, 말이 생각보다 빠르게 수영하더라고요. 그때 혼자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 발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었죠(웃음).” 

 

일반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도 콘셉트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모델에게 수많은 주문을 하는데, 물속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요? 리허설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리허설은 하지 않아요. 물속과 물 밖은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할까요? 대부분 스쿠버 장비 없이 숨을 참은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점수 전에 모델과 충분히 얘기를 하고 같이 잠수해서 일단 촬영을 해요. 숨이 차면 다시 물 밖으로 나오겠죠? 그때 피드백을 주는 거죠. 결국 조금씩 바로 잡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그럼 모델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모델의 조건이 있나요? 일단 수영은 잘 해야겠죠(웃음).


“상업적인 촬영을 할 때는 보통 세 시간 동안 50명의 모델을 한 명씩 촬영한 뒤에 그 가운데 10%를 선택해서 다시 작업해요. 광고 같은 경우는 이미 의뢰인이 어떤 모델을 썼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편이에요. 특히 패션 사진은 피부나 의상, 색상 등이 완벽하길 원하기 때문에 촬영 뒤에 보정 작업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죠. 하지만 아이들이나 자연을 찍은 제 개인적인 작품은 모델도 제가 선정하고 보정 작업도 거의 하지 않아요.”

 

대부분 스쿠버 장비 없이 촬영을 한다고 했는데, 한 번 잠수하면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나요? 수중촬영은 그 기술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웃음).


“3분 정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카메라가 있으면 촬영에 집중하느라 아마 더 오래 참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번은 물속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처음으로 같이 일하는 남자 팀원이 내가 안 나오니까 옷을 벗고 구하러 들어온 적이 있어요. 알고 보니까 그 남자는 수영을 잘 하지도 못하더라고요(웃음).”  

 

한국 전시장에 와보니 20대 여성 관객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디지털 카메라부터 스마트폰까지 사진을 찍는 일이 보편화됐고, 그래서 사진 촬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수중촬영이 장비 면에서 가장 다른 점은 어떤 걸까요?


“예전에 소니에서 나온 방수되는 핸드폰 광고의 이미지를 제가 촬영했어요. 그 핸드폰으로는 물속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죠.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좁혀지고 있어요. 20년 전만 해도 카메라나 필름 등 수중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장비도 따로 필요하고 고가였는데, 요즘은 디지털화되면서 더 작고 싸고,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접근하기 쉬운 것 같아요. 이제는 누구나 수중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녀가 언급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기자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휴대폰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 번도 수중에서 무언가를 찍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것이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겠죠. 자, 수중사진을 개척해온 작가로서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특별할 촬영계획이 있다면요?


“일단 런던으로 돌아가면 바하마에서 상어들과 찍은 패션사진이 있는데 마무리 작업을 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자동차 광고를 수중에서 촬영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에 해녀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안 해봤지만 해녀를 소재로도 무언가 촬영해보고 싶고요(웃음).”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 봐서는 활기차게 세 아이를 키우는 옆집 언니 같은 그녀에게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더니, 사실 항상 무언가를 해야지 차분히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런 그녀이기에 물속에서 말과 상어를 촬영하고 언젠가는 수중에서 자동차 광고까지 찍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차원이 다른 그녀의 수중촬영 스케일을 듣고 있자니, 편안하게 담소를 나눈 그녀가 현대미술 컬렉터 찰스 사치가 인정하고, 여러 인기 잡지와 작업한 수중 사진작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여성 수중작가 제나 할러웨이의 신비로운 사진 100여 점과 촬영 과정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는 전시회 <더 판타지(The Fantasy)>는 9월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한여름, 시원한 물속 환상세계를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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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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