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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말 (1)

아직 건네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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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났으니 진짜 엄마가 되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엄마가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엄마도 할머니네. 이미 할머니의 나이지만 첫 손자가 생겼으니 정말 할머니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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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났으니 진짜 엄마가 되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랫배의 통증은 완화된 듯했지만 몸이 무거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엄마가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엄마도 할머니네. 이미 할머니의 나이지만 첫 손자가 생겼으니 정말 할머니가 되었구나, 싶었다. 아이를 보고 온 가족들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고 했다.


- 나는 입맛이 없어서……. 밥이야 늘 먹는 건데 뭐.


엄마는 내가 금식하는 동안 같이 굶으려는 게 뻔했다. 나는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잖아, 라고 말해도 아침을 많이 먹었다는 둥 소화가 안 된다는 둥 핑계를 댔다.


- 아기 봤어?
- 봤지. 아주 잘생겼더라.


그날 태어난 아기는 한 명뿐이라 창문 밖에서도 바로 보였다고 했다. 초음파 사진과 비슷하냐고 물어도 그냥 건강하고 잘생겼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 답답해, 타박하는 동안 점심을 먹으러 갔던 옆 사람과 동생이 돌아왔다. 그들은 3.8kg으로 태어난 우량아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해주었다. 초음파 사진으로 봤던 얼굴과 비슷한데 좀더 남자답게 생긴 아이, 그게 공통된 첫인상이었다.


- 아기 데려올 거라고 했는데 왜 안 오지?


산모가 내려가야 하나? 동생이 신생아실로 내려갔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아기가 보고 싶지 않으냐며 냉정한 년이라고 쏘아 붙이던 엄마는 어쩐 일인지 말이 없고 침울했다. 신생아실에 갔던 동생이 돌아와서 저기, 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아기가 호흡이 가빠서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할 것 같대.


뒤따라 들어온 의사는, 아이가 과호흡증인데 내일까지 경과를 지켜보고 좋아지면 나오고 아니면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수나 태변을 먹은 것도 아니고 엑스레이로 봤을 때 폐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심각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괜찮겠죠? 라고 물은 뒤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하는 것 외에 더 보탤 말이 없었다.


아까 보러 갔을 때 아기 가슴이 심하게 오르내리더라고, 그걸 보는데 찡하더라고 엄마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엄마가 금식한 또 다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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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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