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청년과 로맨스에 빠지다!
『시장이 두근두근』, 청년들이 사랑하는 서울의 구로시장, 전주의 남부시장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꿈을 그리고 있는 청년 사장님들이 있다. 전통시장으로 신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는 매력적인 청년 사장님들과 더 매력적인 가게가 있는 시장을 소개한다.
서울에서도 손님이 많기로 소문난 구로구의 터줏대감, 구로시장에는 떡볶이집 하나가 있다. 이름하여, 칠공주 떡볶이. 떡볶이 좀 먹어봤다는 마니아라면 칠공주 떡볶이 가게의 여섯 할머니 중 한 분의 단골일 확률이 높다. 새빨간 떡볶이를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았는데 우선 1인분에 2,000원인 떡볶이와 달걀 반 개를 주문했다.
한 지붕 아래 6명의 떡볶이 고수가 똑같은 재료로 떡볶이를 만드는데 놀랍게도 그 맛이 다 다르다. 당연히 단골도 제각각인데 한 곳은 초등학생이 유난히 많고 다른 한 곳은 교복 입은 학생이 많았다. 또 한 쪽에는 직장인이 많았고 나 같은 뜨내기손님들이 찾는 떡볶이집은 따로 있었다. 떡볶이 하나를 먹고 있을 뿐인데 사람 구경하는 재미까지 더해지니 역시나 시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시장에서는 떡볶이로 시동을 걸고 영-프라쟈에서 한바탕 즐겨주어야 합니다
구로시장은 1962년경에 구로공단 직원을 대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공단 직원들 덕분에 성장했지만 산업구조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고 대형 유통업체가 등장하면서 시장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한복, 의류, 잡화를 취급하는 가게 몇몇이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미로처럼 얽히고설켜서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이 구로시장에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낡은 간판과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굳게 닫힌 셔터를 다시금 들어 올리기 시작한 청년들이 구로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구로시장에는 ‘영-프라쟈’라고 명명된 골목이 있는데 이곳에는 그동안 전통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가게들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크레페를 판매하고 있는 ‘구레페’, 오매불망 신선도 유지에 집중한다는 대구식 똥집튀김 전문점 ‘똥집맛나’, 다양한 아티스트의 제품을 취급하며 구로시장에 예술가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아트플라츠’,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쾌슈퍼’까지. 청춘의 감각이 넘쳐나는 골목, 영-프라쟈는 SNS를 중심으로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있었다.
영-프라쟈의 청년 사장님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손님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러한 활동은 뜻밖의 효과를 가져왔다. 구로시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상인들은 대부분 SNS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했는데 청년 사장님들의 SNS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 주변 가게로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오래된 단골은 많았지만 새로운 손님은 드물었던 구로시장에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다. 이를 계기로 영-프라쟈의 청년 사장님들과 구로시장을 지켜온 기존 상인들의 거리가 줄어들었고 주기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동료로서 발전했다고 하니 나도 시간이 난다면 아이디어 회의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메 달다에는 럭키백이 있어요!
이번엔 전주다. 먹방이 유행하면서 전주는 반드시 한 번은 들러서 먹방을 실천해야 하는 곳으로 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전주 한옥마을이 있는데 한옥마을 찾았던 사람들이 점차 근처에 있는 남부시장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리적으로 전주의 명소인 전동성당과 가깝고 주말에는 야시장까지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부시장의 인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맛집으로 소문난 ‘조점례 남문피순대’의 줄은 길었고 널찍한 시장 골목과 높은 아케이드 덕에 더 화사해진 시장은 그야말로 구경할 맛이 나는 곳이었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청년몰 레알뉴타운’을 방문하기 위해서 남부시장 2층으로 향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슬로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에는 ‘미스터리상회’의 ‘만지면 사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재미있는 문구 탓에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전주의 남부시장은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을 통틀어서 상인들의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곳이다. 20여 곳 남짓한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를 비롯해 키덜트 펍 ‘히치하이커’, 전통디자인 소품점 ‘새새미’, 사탕과자가게 ‘오메 달다’ 등 이름만으로도 개성이 넘치는 가게 많아서 한 번 방문했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메 달다’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질 못했다. 어떤 과자가 더 맛있을지 저울질하느라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때, ‘오메 달다’의 주인장이 정보를 주었다. 중앙 테이블에 럭키백이 있으니 얼른 집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과자를 먹어보고 맛있으면 그걸 사고 맛이 별로면 다른 걸 사면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처럼 과자를 고르지 망설이는 사람을 위해서 사장님이 만든 묘수가 아니었을까? 내가 고른 럭키백에는 녹차과자 2개와 젤리 사탕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이 녀석들과 함께 남부시장을 구경하니 내내 달달한 기운이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청년들이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전국 전통시장 정리]
1. 서울 구로시장 영-프라쟈
주소: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 736-1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6번 출구에서 아가페 빵집과 안경점 사이 골목에서 직진 후 좌측 BYC와 소망상회 보이면 영-프라쟈 배너를 보고 좌회전
영업시간: 12:00 ~22:00(월요일 휴무, 영업시간은 가게 사정에 따라 차이 있음)
홈페이지: //www.facebook.com/youngplazaa
2. 서울 종로4가 청년가게
주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지하 81(종로 4가 혼수지하쇼핑센터)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직진 350m 후 종로4가혼수지하쇼핑센터 8번 출구 이용
영업시간: 영업시간은 가게 사정에 따라 차이 있음
홈페이지: //www.facebook.com/jongro4
3.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남부시장 2층 청년몰
찾아가는 길: 전주 한옥마을 전동성당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전북은행을 끼고 직진 후 중앙가방모자판매점이 보이면 좌회전, 바로 남문소리사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남부시장 내 2층 계단 이용
영업시간: 11:00 ~23:00(월요일 휴무, 영업시간은 가게 사정에 따라 차이 있음)
홈페이지: //www.facebook.com/2Fchungnyunmall
4. 광주 대인예술시장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194번길 7-1
찾아가는 길: 광주 지하철 1호선 금남4가역 3번 출구 또는 금남5가역 6번 출구
영업시간: 영업시간은 가게 사정에 따라 차이 있음
홈페이지: blog.naver.com/daein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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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두근두근』의 작가. 전통시장 도슨트를 자처하며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장을 직접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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