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자리에 사람이 놓여야 건강할 수 있어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 엄도경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는 가깝게는 저자의 두 아들에게, 멀게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다. 엄도경 저자는 그간 성장, 경쟁, 효율성에 집착해온 한국 사회에 다른 가치를 모색해 볼 것을 주문한다.
한국의 교육열이 높다는 사실은 누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상식이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다그친다.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돈, 권력, 명예를 좇기에 앞서 우선 자신을 찾으라고 엄도경 저자는 말한다.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선생님의 깨달음이 어우러졌습니다. 어떻게 이번 책을 쓰게 되셨나요?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되지요. 과연 어떤 사람들의 삶이 부러울까 살펴보려고요. 그러다보면 진정 ‘사람들은 삶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을까?’라고 질문이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앞의 질문과 맥락은 같지만 전혀 다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된 거지요. 왜냐하면 삶은 제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필요와 충동에 따라 살거나,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지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자기만족에 빠져 살기도 하죠. 조금만 마음으로 응시하면 앞의 사람의 까만 머리를 따라가는 것 이상이 아닌 걸 알게 되요.
어른들이 사는 삶에도 분명 뭔가 오류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그대로 답습하였는데, 아직 어렸기 때문에 대안을 만들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는 대로 가면 적어도 중간은 할 거야, 라는 얄팍한 생각으로 살았어요. 그런 자신을 반성하는 참회록 같은 글이랍니다.
문체가 엄마가 아이에게 건네는 친근한 어투입니다.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쓰셨는지요.
제1독자는 질문은 하고도 답을 찾지 못했던 제 자신의 무지로 인해 수없이 좌절하면서도 관습대로 살았을 두 아들에게 건네는 글입니다. 그러니 말하듯이 써야 했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정말 사람답게 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게 진정 인간답게 잘 사는 것인지 모르는 후배들에게, 만나서 이야기 하듯이 말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문만 열면 거기에 앉아있는 따뜻한 할머니처럼 이모처럼, 매순간 흔들리는 영혼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위로가 필요한 시대인데 위로는 위로 가야 있거든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도 딱딱하게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선정후교(先情後敎)라고, 먼저 정을 준 연후에 스스로 깨닫게 하고 싶었지요.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면서 자신의 길을 가게하고 싶어요.
일곱 기호로 삶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착상은 어떻게 하셨나요.
모든 디자인에는 형태와 기능이 있잖아요. 그리고 거기에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있고요. 우리를 만드신 디자이너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시기에 동물인 몸에다 나무처럼 직립을 해서 두 다리로 걷게 했을까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가는 존재인데 결국 셈법의 교차 속에서 행과 불행을 겪는다고 생각했지요. 호기심 많은 여덟 살 때 이야기예요. 결국 죽고 말 사람이 죽을 때 가져가지 못할 물질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의아했어요. 진정한 삶을 알고 싶었거든요.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뇌하며 살았어요. 세상에 적응을 잘하는 척하면서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는데, 우주와 대자연, 인간, 미생물 모두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원리를 발견하고 싶었으니까, 마음이 늘 고단했답니다. 그러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에다 사칙연산인 더하고 곱하고 빼고 나누고를 조합했는데, 이건 『나는 별이다』란 책을 내기 전에 만들었어요.
그간 한국은 경쟁, 성장, 효율 등을 중시했습니다. 이 책은 그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많습니다. 한국사회, 또는 한국 교육의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산업시대에는 너무 가난한 나라이어서 더하고 곱하기에 집중해서 성장해야했어요 그런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지식정보시대에도 예전 방식대로 물질만 추구하면서 살고 있으니, 사회공동체의 조직문화가 황폐해지고 결국 7포시대가 만들어진 거지요. 행복은 성숙과 성장의 두 방향을 다 살아내야 충족되는 것인데, 관성에 젖어서 성장에만 가속도를 내려하니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세대 간, 계층 간에 깊은 골이 생기게 되었어요. 이게 우리가 만든 세상이에요. 그러니 늦었더라도 스피노자처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오늘 사과를 심는 문화가 전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돈의 자리에 사람이 놓여야 모두가 건강할 수 있으니까요.
역으로 선생님께서 아이였을 때, 선생님의 부모님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보셨나요.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선생님이에요. 아이들 모두가 자기 부모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분들은 자기의 삶으로써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거든요. 제 부모님은 모두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었지요. 하지만 저의 어린 눈에는 그저 살기에 급급한 사람으로 비쳐졌어요. 두 분 다 매일 출근하느라 바빴으니까요. 그래서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왜 무릎에 놓인 햇살을 반기며 즐기지 못할까... 오히려 가엾다고 생각했어요. 늘 저만의 고즈넉한 시간이 많았던 저로 하여금 엉뚱한 생각을 하게끔 하셨어요. 결과적으로 당신들의 삶으로써 저에게 다른 방향을 쳐다보게 해주셨으니까.
에필로그에도 쓰셨지만, 3권의 책을 쓰시면서 삶도 변해왔습니다. 이번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천년의 습관을 바꾸는 의미랍니다. 오로지 더하고 곱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며 살게 한 역사의 습관을 벗어던지고 고치로 들어가는 전환인데, 두 날개를 기대할 수 있는 대반전이기도 합니다. 네 번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꼴을 바꾸는 나비와 같지는 않더라도, 사람도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겪으면서 의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거든요. 그러므로 누구든 자신을 기다려주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까닭에 옛날의 언행에 사로잡혀 왜 그렇게 했느냐고 추궁을 하는 건 맞지 않지요. 실수와 허물이 모여 날개를 만드는 거니까요. 이번에 엄도경만으로 책을 내는 것은 화장을 벗겨내듯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민낯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책에서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을 걸어 볼까 해’(160쪽)이라고 쓰셨습니다.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은?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의 부록에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적어두었습니다. 저는 인사조직을 전공하면서 우리의 ‘강강수월래’란 아름다운 공동체정신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에 셈법을 합해서 인성리더십의 모형을 만들었어요. 그것도 부록에 있습니다. 이제부터 ‘강강수월래’ 전파를 통해 몸이 원하는 모양대로의 삶을 통해서 모두가 ‘나는 별이다’라 외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책의 1장과 5장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겪거나 전후세대의 모든 어른들은 혁명세대거든요. 배가 고파 경제를 살렸고 불평등에 분노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니까요. 이제 그 분들과 함께 혁명을 성공시켰던 경험으로 정신문화를 성숙시키는 일을 해야겠지요. ‘이 세상이 망할 거라고 자식에게 말할 수 없는’ 인터스텔라의 아버지처럼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고 분노하고 저항하는 야성을 되찾아야’ 할 때니까요.
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 엄도경 저/박근수 그림 | 국일미디어
저자는 60년간 한 가정의 엄마로 열심히 인생이라는 여행을 한다. 그러면서 틈틈이 2권의 책을 출간했고 이제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용기 내어 세상에, 아니 아들딸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엄마라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버린 실수들. "너는 누구니, 너는 뭘 원하니?" 아이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들. 세상 모든 부모가 생각조차 못했기에 자녀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미안해. 이 책은 힘겨운 인생여행자 모두에게 건네는 엄마의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이자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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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도경> 저/<박근수> 그림12,150원(10% + 5%)
인생사는 법을 몰라서 자꾸 상처주고 사랑한다며 남들 보기 좋은,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고 강요했어.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라는 사람이 말이야. 네모난 세상에 동그라미로 살아도 괜찮은데. 이제 엄마는 용기를 내려고 해. "실수해도 괜찮아. 힘들면 잠시 쉬어도, 가끔은 되돌아가도 괜찮아. 너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