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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갈까요?
경주교리김밥 VS 웨이브 김밥
어릴 적 소풍가기 전 날을 생각해 보면, ‘내일 비가 오면 어쩌지?’, ‘늦잠 자면 어쩌지?’, ‘뭘 입고 갈까?’, 참 많이 설레고 두근거렸던 것 같아요. 사실, 한정돼 있는 소풍 장소 때문에 매년 가는 곳이 거기에서 거기고, 보물찾기나 당첨 운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지라, 그다지 재미있을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건, 바로 엄마의 소풍 도시락이었던 것 같아요.
소풍을 가고 싶은 딱 한 계절만 꼽으라면 전 봄을 선택할래요. 그것도 늦은 봄을요. 햇살 좋은 어느 날 따뜻한 봄바람 맞으며, 봄꽃으로 마음껏 눈요기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이 시기잖아요. 어릴 적 소풍 가기 전 날을 생각해 보면, ‘내일 비가 오면 어쩌지?’, ‘늦잠 자면 어쩌지?’, ‘뭘 입고 갈까?’, 참 많이 설레고 두근거렸던 것 같아요. 사실, 한정돼 있는 소풍 장소 때문에 매년 가는 곳이 거기에서 거기고, 보물 찾기나 당첨 운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지라, 그다지 재미있을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건, 바로 엄마의 소풍 도시락이었던 것 같아요. 소풍을 앞두고, 엄마와 손을 잡고 소풍 장을 보러 가죠. 가방에 채워 넣을 과자와 음료수를 사고, 엄마는 김밥 재료를 담으셨죠. 학교 다닐 때 생각해 보면 엄마의 소풍 도시락에 어깨가 한 뼘은 으쓱 솟아올랐던 것 같아요. 그만큼 엄마가 싸 주신 도시락 맛이 일품이었다는 얘기겠죠.
엄마의 소풍 도시락 메뉴 중 제가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는 메뉴는 바로 계란밥이었어요. 모든 채소와 고기를 잘게 다져 볶음밥을 한 후 한 입 크기로 꼭꼭 주먹밥을 만들고, 계란을 풀어 팬에 한 숟가락씩 떠 얇게 지단을 붙인 후 주먹밥을 올려 돌돌 말아주면 완성되는데요. 모양은 좀 투박하지만, 당시 같은 반 친구들이 하나씩 들고 가면, 전 친구들 김밥으로 배를 채웠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계란밥 외에 김밥을 쌀 때도 계란 지단을 붙여 반을 가른 뒤 깻잎 깔 듯 계란 지단을 깔고 김밥 재료를 올려 말아주셨는데요. 그러고 보니 소풍 도시락에 계란이 빠지질 않았네요. 김밥에 계란지단이 많이 들어가면 포근포근한 것이 좀 더 부드러운 김밥을 즐길 수 있는데요. 얼마 전 친구들과 경주 여행을 갔더니, 엄마표 김밥 맛과 비슷한 김밥이 있더라고요. 경주교리김밥, 교리김밥을 사기 위해서는 줄 서기 30분은 기본일 정도로 인기 많은 김밥인데요. 계란이 정말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목 막힘도 덜하고, 무한 흡입이 가능하던데요. 물론 생각했죠.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겠군! 교리김밥 하나면 좀 서운할 듯싶어, 지난번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군침을 삼켰던 웨이브 김밥도 함께 준비해 봤어요.
# 경주교리김밥 VS 웨이브 김밥
# 김밥 공통재료: 밥(참기름, 소금, 깨), 오이, 단무지, 햄, 우엉, 맛살, 김밥용 김, 당근
# 경주교리김밥재료: 계란(한 줄 당 2개)
# 웨이브 김밥재료: 꼬들 단무지, 샌드위치용 햄, 마요네즈, 씨 겨자
1. 김밥용 밥에 소금과 참기름, 참깨를 넣어 잘 비벼놓은 후 식혀 두세요.
기본 간은 약하게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2. 오이는 중간의 씨 부분은 도려낸 후 길게 썰어놓고
단무지, 햄, 우엉도 썰어놓으세요.(요즘엔 김밥용 재료로 포장돼 나오더라고요.)
3. 맛살도 적당히 찢어놓고,
4. 당근은 채 썬 후 살짝 볶아주세요.
5. 자,, 싸 볼까요? 김밥용 김을 보면 거친 면이 있고, 반질반질한 면이 있는데요.
거친 면 위에 양념한 밥을 골고루 얇게 펴 주세요.
6. 교리김밥: 오이, 우엉, 단무지, 햄, 당근, 계란 가득 올려주고
웨이브 김밥: 오이, 우엉, 당근, 꼬들 단무지, 샌드위치용 햄 접어서 올려주고,
마요네즈와 씨겨자를 섞어놓은 소스를 올려 잘 말아주세요.
7. 김밥은 바로 썰면 터질 수 있으니까, 김밥에게 조금 시간 여유를 주고
칼에 물을 묻혀 썰어주면 깔끔하게 썰 수 있어요.
포근포근한 교리김밥, 꼬들 단무지와 웨이브 진 햄의 조화로운 웨이브 김밥, 소풍 갈 맛 나겠죠? 요즘 김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더라고요. 돈가스, 크림치즈, 제육볶음, 불고기, 채소만 듬뿍 들어간 김밥도 있고요. 어떤 재료든 돌돌돌 말기만 하면 새로운 맛을 선사하는 김밥, 5월 나들이 철인데요. 나만의 재료로 만든 김밥, 잘 말아보면 어떨까요?
“나는 오솔길을 여러 번 산책하고 숲속의 동그랗고 조그만 빈터에 누워서 내리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다. 눈꺼풀을 단단히 감고 태양의 눈부신 빛을 받으면서, 나무 위를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소풍을 마음껏 갈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그 옛날 일 년에 두 번 꼭 가던 소풍마저 가기 힘든 삶의 연속이 돼 버렸네요.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자연의 비밀은 서두르지 않는데 있다고 말이죠. 5월, 녹음 우거지는 계절, 자연의 속도에 삶을 좀 맞춰보세요. 내리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에 받고, 나무 위 스치는 바람소리 들을 수 있는 소풍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물론 내가 손수 만든 김밥 도시락은 꼭 챙겨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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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잡다한 것에 손을 뻗어가며, 매일매일 가열!!!차게 살아가고 있는 프리랜서 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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